다시 피는 꽃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
꽃은 다시 핀다.
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 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보낼 줄 알아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가장 소중한 걸 미련 없이 버릴 줄 알아
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
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
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 되돌려 줄줄 알
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변치 않고 아름답게 있는 것은 없다.
영원히 가진 것을 누릴 수는 없다.
나무도 풀 한포기도 사람도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바다까지 갔다가 제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제 목숨 다 던져 수천의 알을 낳고
조용히 물밑으로 돌아가는 연어를 보라.
물고기 한 마리도 영원히 살고자 할 때는
저를 버리고 가는 걸 보라.
저를 살게 한 강물의 소리 알아듣고
물밑 가장 낮은 곳으로 말없이 돌아가는 물고기.
제가 뿌리내렸던 대지의 목소리 귀담아듣고
아낌없이 가진 것을 내주는 꽃과 나무.
깨끗이 버리지 않고는 영원히 살 수 없다는
시, 도종환
[재입력/ 11.Nov.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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