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말과 말들...

"안개 속에 숨다"

행복나무 Glücksbaum 2008. 8. 11. 18:50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감을 두려워한다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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