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화롯가 이야기들

"부엌협동조합 이야기"

행복나무 Glücksbaum 2016. 5. 24. 11:14


젊은 그들, 부엌협동조합을 창업하다.

우리나라에서 젊은이들이 스펙 쌓기에 열중인 이때

이탈리아 볼로냐의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작은 협동조합에서 틈새를 발견한다,

그들은 고작 3명이 조합을 형성한 것이다.

 

협동조합 키친코프를 창업한 곳은 한 젊은이가 생활하던 공간인 부엌이었고 여기가 3명의 젊은이들의 아치트이다. 부엌의 식탁에서 그들의 창조적 미래를 열어가게 되었다.

이탈리아 협동조합의 연합단체인 레가코프(Rega Coop)에 소속된 협동조합 중 가장 작은 규모이다.

키친코르(Kitchen Coop), 식탁이 딸려 있는 부엌에서 '부엌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하여 음식과 관련한 일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2006년 뜻이 맞는 친구 2명과 함께 작은 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한 사람은 편집디자인을, 다른 한 사람은 웹디자인을 주로 하고 있었는데

두 분야의 경력자들이 합친 것이지요.

부엌이라는 공간이 창조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조합명을 “Esszimmer”라 이름 붙였습니다.

이곳에서는 새로운 생각이 많이 떠오르고, 무엇보다도 부엌이라는 공간이 주는 따뜻함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정집에서 창업하였는데, 실제로 부엌에서도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일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다양한 인쇄 홍보물을 만들고, 그 외에 광고와 프로모션, 이벤트, 웹사이트 제작도 합니다.

홍보나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일은 모두 다 맡아서 하는 셈이지요.“

대표를 맡고 있는 안토넬라 디비타(Antoneilla Di Vita)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키친코프는 종합 광고홍보 대행사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협동조합이다.

디 비타씨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 우연히 협동조합 연합체인 레가코프(Rega coop)의 홍보물을 제작해주었는데 이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협동조합에 대해 알게 되었다.

본인 스스로 일반회사에서 조직 생활도 해보고, 프리랜서로서 자유롭게 일해보기도 했지만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협동조합의 민주적 운영방식은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제도적 틀 안에서

무언가 창조적인 일을 하는 협동조합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다.

 

디 비타씨는 키친코프의 출발에 대해 설명하며 본인이 대표를 맡기는 했지만

협동조합의 원칙대로 모두가 동등한 관계로 출발했음을 강조했다.

공동으로 출자하고,

벌어들이는 모든 수익은 함께 나누고,

출자한 만큼 배당한다고 한다.

 

디 비타 씨는 협동조합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조합을 구성하는 조합원들이 모두 같은 책임과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작은 규모이고 일감이 불규칙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을 더 많이 한 사람이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개편할 예정이다.

 

2. 힘을 합치면 더 강력해진다.

3명이 각각 3천유로 씩 출자하여 만든 키친코프는 4년 만에 조합원이 6명으로 늘었고, 한 해 매출은 약 9억 유로로 빠르게 성장했다.

일감은 넘쳐나서 프리랜서를 고용하거나 외부 기획사를 통해 업무를 진행하기도 한다.

광고·홍보 업종은 다른 어떤분야보다 경기에 민감하지만

키친코프는 세계적인 금융위기(IMF)로 이탈리아 경기 전체가 좋지 않았음에도

큰 어려움 없이 지금에 이르렀다.

 

우리는 작기 때문에 서로에게 힘이 되는 가족이나 마찬가지이고,

일을 하면서 생기는 위험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협동조합은 우리 같이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효과적인 구조이기도 합니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팀을 만들어 생각을 나누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혼자라면 할 수 없는 것들이지요.”

 

키친코프에서 아트 디렉터를 맡고 있는 죠바니 바스티네(Giovanni Batistine) 씨는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도 협동조합으로 창업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협동조합의 운영 방식이 내부에서 다툼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특히 공동 작업이 필요한 곳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협동조합은 그 안에서도 경쟁보다는 상호협력이 더 우선되기 때문에 분란의 소지가 적다.

 

3. 수평적 구조, 그러나 개인의 색깔은 선명하다.

작은 규모라고는 하지만 키친코프, 즉 부엌협동조합은 분명 협동조합으로서 법적으로 정해진 기본 규칙을 지켜야 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조합원 전체가 참여하는 총회, 키친코프는 1년에 두 차례 총회를 여는데 한 번은 결산보고와 예산계획을 세우고, 한 번은 사업의 방향이나 주요 프로젝트에 대해 함께 논의한다.

이 역시 조합원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가지고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협동조합의 기본 가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최근에 사무실을 옮긴 것도 전체의 합의로 이뤄졌다.

조합원 모두가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자기만의 색깔이 강하고, 민감한 편이지만,

단순한 직장 종료 이상으로 가족처럼 서로를 오랫동안 잘 알고 지냈기 때문에

첨예한 대립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초외를 통해 대표를 새로 선출할 수도 있지만, 제 관심 영역은 아닙니다.

그 일은 지금 경영을 맡고 있는 대표가 가장 적임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까운 동료들과 함께 팀워크를 이룰 수 있어서 즐겁기도 하고,

이렇게 그림 그릴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바티스티네 씨를 비롯해 다른 조합원들 모두 수평구조 속에서 구성원들에게 분명한 역할이 주어지는 게 협동조합 운영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키친코프의 조합원들은 자기가 잘하는 것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안에서 역할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트디렉터를 하면서 창의적인 디자인 업무를 총괄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웹디자인, 어떤 사람은 글을 씁니다.

그 안에서 다시 대표, 부대표, 평 조합원 역할을 나눠 맡는데,

저는 경영 전반을 총괄하면서 카피라이팅을 하고 있습니다.”

 

안토넬라 디 비타 씨는 철저히 민주적으로 운영하면서

조합원 각자가 지닌 강점들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키친코프의 운영 노하우라고 말한다.

 

1) 각 조합원들은 자신이 가장 강점을 지닌 영역에서 일하며, 상호간 협력 체계에 익숙하다.

2) 협동조합 연합체인 레가코프와 긴밀하게 상호 협조하면서 사업 경영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4. 돈 보다 사람이 좋다.

사기업을 하면 물론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일을 하는 건

돈만을 벌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협동조합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 가치를 뛰어넘어

사람과 사회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철학이 있는 것입니다.”

 

디 비타 씬뜻과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같은 공간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삶과 일을 즐겁게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키친코프에서 다른 무엇보다 원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조합의 사업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창의성과 삶의 질을 해칠 정도로 무리하게 일감을 받지는 않는다.

이를 증명하듯 창립 조합원 중 한 명인 파비아나 테렌찌 씨는 2006년 설립한 뒤 지금까지 단 한 차례 야근을 해보았을 뿐이라고 한다.

단순 경제논리를 벗어난 협동의 힘은 역설적이게도 경제가치도 더불어 높일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영업을 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일을 맡기는 고객들은 대부분 다른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협동조합들입니다.

고객의 회사도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키친코르를 찾습니다.

다른 사기업보다는 우리가 아무래도 작업을 의뢰하는 곳을 더 깊이 이해하고 맞춰서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연합단체인 레가코프도 많은 일을 의뢰하는데, 다른 협동조합을 소개시켜 주기도 하지요.

또한 지역의 대학이나 공공기관, 지자체도 저의의 고객입니다.

이 지역 안에서 일감이 계속 순환되는 것입니다.

그 연결고리 안에서 우리 역시 필요하면

지역 내의 다른 협동조합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디 비타 씨는 이 때문에 키친코프가 빠르게 경영 안정화에 이를 수 있었고, 매출 자체의 증진보다는 업무 자체의 수준을 높이는데 더 힘 쓸 수 있었다고 한다.

내부 구성원 간의 끈끈한 협력이나 원활한 소통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지만,

외부의 다른 협동조합이나 지역 단체와의 협력 역시 사업의 확장과 발전에 큰 동력이 됐다는 이야기이다.

 

5. 삶과 꿈을 나누는 좋은 일터 만들기

협동조함은 불안한 미래를 전망하며 스펙 쌓기로 구직활동을 이어가거나,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는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에게도 가장 적합한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우선 협동조합은 나 홀로 창업에 나서기보다는 그 위험도를 나눌 수 있는 면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데 훨씬 우리하다.

또한 협동조합의 가치가 점차 인정받고, 그 영역이 실제로 넓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에서도 볼로냐와 같이 협동조합 간 연대가 더욱 힘을 발휘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협동조합이 사회경제적으로 주류의 세계를 곧 형성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동일한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과 꿈을 함께 나누고,

평등한 관계를 맺으며,

노동의 주인으로서 일터에 설 수 있는,

그 자체에 있다.



[ 24 Mai.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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