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화롯가 이야기들

인간적인 노사관계도 있다!

행복나무 Glücksbaum 2022. 12. 16. 03:09

부자의 재산이 부럽다 해서 함부로 가져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속세율도 이미 상당한 고율로 책정했으나, 효과는 미약하다. 세율을 조정함으로서 부의 집중을 바로잡기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독일의 세탁기 회사 밀레가 생각난다. 밀레는 사람을 한번 기용하면 좀체 바꾸지 않는다. 고용 안정성을 보장함으로써 회사에도 이득이 되고, 노동자에게도 득이 된다니, 이것이 바로 현대판 유무상자가 아닐까.

1899년에 창립된 밀레는 오늘날 진공청소기를 비롯해, 세탁기, 오븐 등을 주로 생산한다. 관련 분야에서 유럽 내 시장점유율 1위이며, 연간 매출액이 4조5000억원이다. 고용된 노동자수가 1만8000여 명이다(2017년 기준).

이 회사는 평사원부터 CEO에 이르기까지 정식으로 채용되기만 하면, 65세까지 일자리를 보장한다. 밀레는 가족기업이지만, 개인적으로 상속받는 자산과 사업을 목적으로 승계받은 자산을 엄격히 구분한다.

독일은 개인상속분 재산에 대해서는 사회정의를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높은 세율을 부과한다(최고 64%). 그러나 사업을 위한 자산은 상속세를 크게 감면해주고, 대신에 고용을 확대할 공적 책무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밀레는 독일 경제가 최악이었던 2004년에 재정이 악화되어 구조조정의 필요를 절감하였다. 그 때도 이 회사는 직원을 해고하지 않았다. 회사는 전자센터를 설립해 연구개발 비용을 확대해 제품을 혁신했다. 매출실적이 올라가자 위기는 저절로 사라졌다.

상속제도는 나라마다 큰 차이가 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모든 제도는 그 자체에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다. 그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제도를 초월하여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더욱 정의롭고 따뜻하게 만들려는 참된 노력이 아닐까. 밀레처럼 말이다.


[24.Nov.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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