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모양이다. 북한 당국이 1월 초 발표한 신년사에서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절박한 과업은 없다고 고백한 만큼, 올해 식량사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겹쳐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 같다. 남한의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식량전문가가 북·중 접경지역을 돌면서 북한의 식량 사정을 파악했다고 한다.
북한이 겪고 있는 식량난은 내우외환이 겹쳐진 이중의 고통이라고 저는 본다. 우선 내부적으로 경제개혁이 안된 상태에서 구식 농법에 의존하다보니 농업의 생산성이 높아질 리가 없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해서 농토가 황폐화된 것도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지난 반 년 사이에 신의주의 쌀값이 북한돈 1,250원 정도에서 1,600원으로 뛰었다고 하니, 고난의 행군 시절처럼 굶어죽는 사람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만도 할 것이다.
이런 처지에서 북한이 그래도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은 남한인데,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는 기미라도 보여야 대규모 지원과 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북한 동포를 도와야 한다는 원칙에는 찬성이지만, 주민에게 보낸 쌀이 군대로 전용되고 핵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와 같은 대폭지원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금년도 세계경제가 어려운 것도 북한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세계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유가의 급등은 곡물을 이용한 대체에너지 개발을 부추겼고, 이는 다시 식량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세계적인 석유와 식량 가격 상승에는 중국도 한 몫 했다. 현재 중국은 1999년에 비해서 35배나 많은 양의 콩과 석유를 수입하고 있고,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반 이상이 중국에서 소비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정권은 지금 외부의 지원을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경제개혁의 실패라는 내부문제, 세계경제의 불황과 곡물 가격의 상승 그리고 핵개발 문제 등이 겹쳐서 북한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 역시 다른 나라를 도와주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핵개발이야말로 북한을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구실을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인 것이다. [200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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