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개성공단에서 남측 직원들을 추방하고 28일에는 서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남북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남북관계가 냉각되면 될수록 불리한 쪽은 북한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던 북한 체제에서 지방 기관이 중앙의 지시를 거역하는 이례적인 모습도 나타나 당국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남쪽을 향해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 중앙권력이 무너진다. = 북한 주민들은 올해 식량사정이 기근이 절정에 이르렀던 1996년과 유사한 실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식량 가격도 이달 중순 지난해 말보다 60% 이상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일선에서 주민들을 통제하는 지방기관들이 현실성 없는 중앙기관의 지시를 무시하는 현상이 최근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앙정부는 49세 이하 여성들을 장마당에서 축출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집행하는 지방기관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단속에 대한 주민들의 항의에 굴복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대북 지원 단체 ‘좋은 벗들’은 최근 소식지를 통해 이달 5일 함북 청진 시에서 여성 1만여 명이 장마당에 나와 단속에 강하게 반발하자 지방정부가 중앙의 지시도 없이 이들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었다고 전했다. 각 지방이 정해진 세관을 통해서만 무역을 하라는 올해 초 지시도, 달러 사용을 금지하라는 지난해 1월 지시도 전혀 집행되지 않았다. 해마다 각 가정의 세외 부담을 없애라는 지시가 내려오지만 하부 기관으로 내려오면 유야무야되고 만다.
▽ 북한 메시지의 속뜻은= 이런 실정에서 남측이 지원하던 수십만 t의 쌀과 비료마저 지원받을 수 없다면 주민들을 달랠 수단이 없어진 중앙권력의 위상은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다.
당장 농사철이 임박했지만 해마다 지원되던 남측의 비료가 온다는 소식도 없다. 벌써 식량이 떨어져 일하러 나가지 않는 농민이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사뭇 달라진 태도가 북측의 강경대응을 낳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올해 초 이 대통령 취임식에 당국자들을 사절로 보내겠다고 할 정도로 나름의 파격적 성의를 보였지만 이 당선인이 사양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자존심 강한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강경한 태도는 ‘더 기다릴 수 없다’는 메시지인 동시에 ‘우리를 좀 봐 달라’는 북한식 요구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과거 협상 전례를 살펴보아도 ‘강경태도’는 결국 ‘대화를 하고 싶다’는 메시지인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같은 강경수로 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중앙의 통제력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2만 3000여 명이 일하고 있고 실질적으로 개성 시를 먹여 살리는 공단을 폐쇄하면 자체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08.0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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