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가 룩셈부르크로 떠나는 날이다.
"가서 잘 지내라고", "강건하라고..." 간단하게 기원을 해주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녀석인데...,
가을이라 하지만 초겨울 바람이다. 아내가 울적해 한다.
우리 내외는 길을 나섰다.
제천시로 나가는 로터리 주변에서 간단한 점심을 하고 82번 국도를 따라 청풍호를 찾았다.
가로수 길가에는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노랗게, 그리고 붉게 물들어 낙엽이 지고 있다.
몇년 전만해도 한적한 곳이었는데 찾아오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졌다.
아마도 자드락 길을 거니는 사람들일 수도 있고,
등산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드라이브 코스로도 괜찮은 곳이기도 하다.
우리 내외는 유람선을 타고 잔잔한 호수 위를 내달렸다.
선상 안내방송에서 단양팔경의 2경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단다.
그러나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산중턱에 새로 들어선 전원주택이나 팬션들.
유럽의 호수나 해안의 산 언덕의 집들은 고풍스럽게 보이는데
왜, 나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선상 위의 많은 행락객들은 노인과 여성이 대다수.
노인요양 병원에서나 들을 수 있는 옛 노래가락이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고,
몇몇 여인들은 음악에 맞춰 막춤을 춰댄다.
신들린 사람처럼...
햇볕은 좋은데 바람은 차다.
멀리 떠나보낸 아들 때문일까.
호수 위로 해그림자가 따라온다.
단풍 든 산자락이 호수에 잠겨 나를 좇아온다.
잔잔한 호수에 비친 산들이 저마다의 빛깔로 보석처럼 빛난다.
내 마음도 잔잔한 호수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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