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i-Di/Sag mal, Was ist denn los?

봄날에 꽃을 들고

행복나무 Glücksbaum 2022. 11. 14. 15:26

봄을 기단리던 때가 언제였던가
겨울을 좀더 붙들어두고 싶어
안달을 해온 때가 또 언제부터였나

어릴 적엔 깊고 으스스한 겨울밤이 좋아
아득히 꾸던 꿈들이 흩어질까봐
그 멀고 먼 나라로 데려가던
눈부신 설원이 사라질까봐
그러나 날이 풀리면
정든 이들 살길 찾아 뿔뿔이 떠났기에
땅이 풀리면 고된 노역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펼쳐지는 것은 화원 아니라 화혼이었기에
풀려나온 것은 심장을 찢는 비명이었기에
흩날리는 것은 꽃향기 아니라 피비린내였기에
애도의 회한들이 얼음 풀리듯 터져나오고
아픈 기억이 짓뭉개진 손톱에 핏물 적시기에
겨울을 오래 붙들어두고 싶었네
꿈은 더 깊어졌으면 했었네

하지만 가버렸네 다 가버렸고
꽃잎 여는 소리를 듣던 두 귀도
잎새 흔들던 바람에도
나비처럼 타오르던 심장도
이제 영영 내 것이 아니네

꽃들 난분분한 이 봄날에
한 손에는 꽃을 들고
줄을 서서 기다리며
쫓기는 짐승 같은 내 심장을 만져보네
불에 거멓게 덴 심장을.

시, 백무산


[15. März.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