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화롯가 이야기들

도마에게

행복나무 Glücksbaum 2012. 3. 22. 20:32

만져 보아라. 이제는 내가 내 품에 품고 다니는

낯익은 끈적끈적한 상처를

너의 손으로 직접 손가락 집어넣어라.

나의 상처 구멍 속에선

들리지, 보이지 않는 아우성 소리가

보이지, 들리지 않는 가난에 찌든 얼굴들이

아직도 따스하지

그러나 나는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을 만나게 한다.

모오든 비명소리가 내 상처 속에서 목소리를 되찾고

모오든 헐벗음이 내 상처 속에서 헐벗음으로 나타난다.

만져 보아라. 너의 손으로 직접 손가락 집어넣어 보아라.

그러나 나를 믿는 다는 것은

귀 기울여

정성껏 귀 기울이면 들리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정성껏 살피면 보이는 것을 보는 것이다.

이제 나는 의심 많은 너의 곁에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것이나

귀 기울여

주위의 신음소리를 살펴보아라.

그 속에 내가 생생히

꼿꼿하게 아직도 살아 있다.

황홀한 가난으로 살아 있다.

 

 

 

시, 김정환, 황색 예수 전에서

 

 

 

 

....

 

 

“내 손과 발을 보아라.

   틀림없이 나다!

   자, 만져 보아라.” (누가 24: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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