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화롯가 이야기들

가장 멋진 창 밖 풍경

행복나무 Glücksbaum 2011. 12. 26. 10:43

가장 멋진 창 밖 풍경

저는 작은 IT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회사입니다.

그런 저희 사무실 맞은편 건물의 같은 층에는
게임제작회사가 있습니다.
그곳 역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회사인데
고작 5m쯤 떨어진 곳에 창문이 뚫려 있다 보니
서로 얼굴이 마주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말없이 일을 하는 우리와 달리
그들은 끊임없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끔 왁자지껄 떠드는 목소리와 큰 웃음소리가
방음창을 뚫고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저희 회사보다 훨씬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며
저희들은 어느새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똑같이 야근과 업무에 시달리면서
그들의 표정은 왜 그리 밝아 보였을까요?

올해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연이은 야근도 모자라 휴일도 출근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맞은편 게임회사 사람들도 출근했더군요.
너희들도 힘들구나 하고 생각하며 일을 시작하는데
저쪽 사람들은 창문에 달라붙어
뭔가를 붙이고 있었습니다.

살펴보니 예쁜 캐릭터 그림과 함께
'메리크리스마스! 아자, 아자! 힘냅시다!'
라는 글을 창문에 붙인 것이었습니다.
분명히 저희에게 보내는 메시지였습니다.
제가 본 가장 멋진 창 밖 풍경이었습니다.

이번 설날에는 우리가 먼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을 써 붙여 놓을 계획입니다.
더 좋은 문구가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글, 김남훈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과 표정으로 나누는 마음이
계속 되고 있기를...







'Wälbs > 화롯가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고컴퓨터 장사꾼 이야기"  (0) 2012.03.01
연인  (0) 2012.02.04
출근 길의 김밥  (0) 2011.10.28
특별한 메뉴판  (0) 2011.10.19
"엄마, 사랑합니다."  (0) 2011.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