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화롯가 이야기들

“겨울 강에게”

행복나무 Glücksbaum 2022. 11. 15. 03:17

너는 이제 명심해야 한다.
겨울이 오는 순간
강심까지 깊게 얼어붙어야 한다.
더이상 가을의 눈치를 보지 말고 과감하게
절벽에 뿌리를 내린 저 바위처럼 단단해져야 한다.
너는 강물로 만든 바위이며 얼음으로 만든 길이다.
그동안 너의 살얼음을 딛고 걷다가
내가 몇번이나 빠져 죽었는지 아느냐
살얼음이 어는 강은 겨울 강이 아니다.
너는 쩡쩡 수사자처럼 울음을 토해내고 얼어붙어
내 어릴 적 썰매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 외할머니 집에 가듯
나의 겨울 강을 건너가게 해야 한다.
나는 이제 강을 건너가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누가 너의 심장 위에 뜨거운 모닥불을 피워도
얼음낚시꾼들이 오갈 수 있는 물길 하나 남겨두고
더욱 깊게 침묵처럼 얼어붙어야 한다
살얼음이 언 겨울 강에 빠져 늘 허우적거리며 살아온 나는
내 평생의 눈물이 얼어붙은
저 겨울 강을 지금 건너가야 한다.

시, 정호승


[12. Feb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