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번째 3.1절을 맞은 오늘, 윤석열 대통령의 기념사가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기념사는 보편적 가치와 협력, 미래와 번영같은 아름다운 수식어가 가득했지만,
저는 도저히 박수치며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본은 이제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가 아니라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협력 파트너”라는 대통령의 기념사 앞에서 과연 윤석열 대통령은 누구의 대통령인지 되물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매듭지어지지 못한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에게 공감하고 해결을 약속하기는 커녕, 마치 국민이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걸림돌인 것 마냥 취급하는 것이 정녕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장이 맞습니까.
특히 일제 강점 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은 절망스러울 지경입니다. 최근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해 일본 기업이 져야 할 피해배상금을 한국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대신 지급하는 방안을 공식화했습니다. 피해자 및 유가족과의 어떠한 교감이나 설득조차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었습니다. ‘가해자인 일본 기업의 책임을 왜 우리 기업이 뒤집어써야 하느냐’는 피해자와 국민의 반발에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일본에 성의있는 호응을 기대한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늘어놓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들은 “돈 받으려고 싸워온 것이 아니다”라며 절규하고 있습니다. 정의로운 해결을 바랐던 피해자들의 요구를 돈 몇 푼으로 해결하려고 드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모욕적인 행정에 대한 분노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이들의 상처를 보듬기는커녕, 한일 협력을 방해하는 걸림돌 취급하며 또다시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애초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긴긴 세월 동안 힘겹게 요구해왔던 것은 가해자인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제대로 된 배상입니다. 그런데 우리 기업의 기부금으로 피해를 배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오히려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일본의 강제 징용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주며 ‘과거는 묻겠다’고 선언하는 셈입니다. 이 굴욕적인 선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과 공유하고 있다는 ‘보편적 가치’입니까?
시간이 없습니다. 31년 전 최초로 강제동원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던 양금덕 할머니가 이제 95세가 되셨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견디는 것도 모자라, 부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일평생을 바쳐온 할머니의 소원을 이제라도 이뤄내야 합니다. 그것이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을 살아냈던 우리 국민에게 국가가 다해야 할 도리이자, 한일 과거사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방향이기 때문입니다.
다시금 3.1절의 정신을 되새깁니다. 저는 억압받는 이웃과 동포의 부정의한 현실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 온 몸으로 저항했던 민중의 용기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자유와 평화, 번영의 미래 역시 과거의 상흔을 제대로 마주하고 풀어내지 않는다면 결코 나아갈 수 없는 길입니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소위 ‘기념사’는 특히나 3.1절에 결코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이었습니다. 침략국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국민을 지키지 않겠다는 무능하고 부끄러운 항복 선언이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강제동원 피해자분들께, 그리고 침략국의 반성 없는 행태에 분노하는 국민들에게 사과하십시오.
2023년 3월 1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 혜 인
[01.März.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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