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e Welt/미얀마 이야기

미얀마 사이클론 강타, 한국기업도 피해 커

행복나무 Glücksbaum 2008. 5. 7. 08:28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휩쓴 미얀마 남부 해안도시 양곤에서 지난

5일 주민들이 배를 타고 피해지역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얀마 軍政"전기가 끊긴 데다 전화까지 불통되는 바람에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미얀마 중남부지역을 강타한 사이클론 `나르기스`에 따른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보다 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일 오전 통화가 이뤄진 노인호 KOTRA 양곤무역관장은 "사고 직후 우리 기업들의 피해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방문하거나 통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이날 오전에도 기업들은 일부 출근한 종업원들과 함께 사이클론 때문에 공장과 주변에 쌓여 있는 각종 쓰레기를 치우는 데 집중했다. 버스를 비롯한 대중교통이 완전히 두절된 상황이라 종업원들의 출근율도 크게 떨어졌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 한 임원은 "통신 사정이 좋지 않아서 피해 상황을 본국에 보고하려고 오전 내내 전화 연결이 잘 되는 곳을 찾아다녔다"며 "결국은 손으로 써서 겨우 팩스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주재원이나 가족의 피해는 없다고 덧붙였다.

 

노인호 KOTRA 관장은 "현재 통신 연락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여서 교민들의 구체적인 피해 사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일부 교민과 비상 연락을 통해 피해 정보를 나누고 있으며 다행히 아직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설령 기계 설비에 문제가 없더라도 당분간 조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노 관장은 "일정 기간 조업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크게 걱정하고 있다"며 "향후 최소 1개월 정도는 단전으로 인해 전기 공급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미얀마 전력 공급 체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는 설명이다. 이를 복구하려 해도 인력이나 기술, 장비, 전기 기자재가 크게 부족한 상태다. 그는 "자체 발전기를 가동한다 해도 연료 가격이 이미 2~3배씩 치솟은 상황이라 지속적인 공급도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KOTRA는 복구 경비와 운영 자금 부족으로 인한 자금 압박에서부터 바이어들의 독촉이나 문제 제기, 신용도 추락과 같은 2차 피해가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노 관장은 "대부분 현지 업체가 영세한 데다 부실한 금융 인프라스트럭처로 인해 보험에도 들지 않아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렇다고 미얀마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도 없어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쓰나미 이후 동남아 최악의 참사 =

 

지난 2~3일 미얀마를 덮친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인한 인명 피해가 최소 2만 2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2004년 지진해일(쓰나미) 참사 이래 동남아 최악의 참사라는 평가다. 미얀마 국영 라디오는 6일 "사망자가 2만 2000명을 넘어섰으며 실종자도 4만1000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엔은 이번 참사로 1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블룸버그뉴스는 6일 "최소한 마을 8개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전했다. 6일 현재 미얀마 정부의 공식 사망ㆍ실종 수치는 1만5000명과 3만명이다. 앞서 니얀 윈 미얀마 외무장관은 6일 국영 TV에 출연해 "이라와디 삼각주의 보가레이 한 마을에서만 1만명이 숨졌다"면서 총희생자 수는 조사가 마무리되면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BBC방송은 "외부 지원을 꺼리던 미얀마 군사 정부가 이례적으로 지원을 자청한 것 자체가 이번 참사 정도를 가늠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대부분은 긴급 재난 지역으로 선포됐다. 전기와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아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전화선 등 통신 시설과 인터넷이 끊겨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가옥 2만채가 물에 잠긴 수도 양곤은 암흑 도시로 변했으며 생필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절망과 한숨`만 남았다고 5일 보도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ℓ당 10달러로 사이클론이 오기 전인 2일에 비해 3배가 올랐으며 식료품 가격도 하룻밤 사이 두 배로 껑충 뛰어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 로라 부시도 지원 동참 호소 =

 

유엔은 이미 중앙긴급 펀드에서 즉각 3000만달러 지원금을 제공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5일 "긴급 인도주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미국 역시 25만달러 자금 지원에 나섰으며 재난 구조팀 급파 의사도 전했다. 국제적십자연맹도 20만 스위스프랑(약 1억 9000만여 원)을 긴급 구호자금으로 내놓고 이미 현지에서 구호물자 분배를 개시했다. 미얀마 인권 문제에 개입해 온 로라 부시 미국 영부인은 5일 "미얀마 군부가 국민에게 제때 사실만 알렸더라도 피해가 이처럼 커졌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