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는 아는 분이 우리 마당에 어떤 꽃들이 피는 지 물었다.
나는 으스대며 백 가지도 넘는 꽃이 있다고 말했다.
그건 누구한테나 그렇게 말하는 내 말 버릇이다.
그러나 거짓말은 아니다.
듣는 사람은 아마 백화난만한 꽃밭을 생각하겠지만
그것들은 한꺼번에 피지 않고 순서껏 차례차례 핀다.
그리고 흐드러지게 피는 목련부터
눈에 띄지도 않는 돌나물 꽃까지 합쳐서 그렇다는 소리다.
그런데 어떻게 그 그 가짓 수를 셀 수 있냐 하면
그것들은 차례차례로 오고, 나는 기다리기 때문이다.
[박완서. 꽃 출석부2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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