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전에서도, 아르헨티나 전에서도 한국 팀은 잘 싸웠다. 전쟁이 아니라 건강한 운동으로서 자리 매김할 수 있도록 시민들은 그들을 격려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어려운 상황 속에 놓여 있는 시민에게 즐거움을 안겨주기 위해 외국의 소속한 팀에서 잠시 한국을 위해 돌아와 경기에 임하는 그들의 애국심을 크게 칭찬해주어야 한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경기 운영에 대해 잘잘못을 따져줄 수 있으나 결코 비난해서는 안 된다.
98년 월드컵 때의 일이다. 프랑스에서 차범근 감독을 경기운영의 책임을 물어 경기 중에 있는 감독을 소환한 적이 있었다. 국가의 이미지를 실추했다는 이유에서다. 늘 정치권력을 거머쥔 자들은 “3s"를 앞에서 국민의 눈과 귀를 다른 곳으로 돌려놓고 그 뒤에서는 ‘거짓 민주주의’를 생산해 내려 한다. 기업을 경영하는 자들은 수지타산을 하여 이익을 챙기는 데만 신경을 곤두세운다. 마치 이것이 애국인 것처럼.
그러나 우리는 지난날들을 눈 여겨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또 국회의 어느 방문을 걸어 잠그고 세종시 수정안이나 4대강 죽이기나 천암함과 같은 엄청난 안건들을 초치기로 처리하는 ‘룸싸롱 정치’ 같은 야료를 부릴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스포츠로 애국하는 마음도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국민을 위한 정치가 되도록 눈여겨 살피는 일도 애국하는 일이다. 세계에 국력을 과시하려는 천박한 자본주의에 빠져 있는 정치권이나 경제권의 계산된 야욕에 놀아나는 스포츠가 아니라 건강한 국민의식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어야 하고, 지구촌 안에서 존경받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하는 것도 애국이지만 스포츠나 이벤트 행사로 국민의 눈과 귀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고 소수의 이익이나 기득권을 획득하려고 하는 얄팍한 마키아벨리즘 정치에 대해서도 눈 부릅뜨고 살펴야 하는 것. 이것도 국민인 우리가 해야 할 애국이다.
온 국민이 바라는 열망을 이루어주기 위해 태극전사들은 잘 싸워주고 있다. 그리스 전에서의 선전은 11명의 선수들이 대한민국의 향상된 축구를 세계에 알리는 쾌거를 안겨 주었다. 우리는 그들을 남아공으로 보내며 11명의 선수들의 이름을 또박또박 불러주기로 했다. 잘 싸워주기를 바라며 그들을 선발해서 우리를 대신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보냈다. 세계 여러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친선을 도모하라고. 선린과 우애를 다지는 세계 축제의 마당으로 나를 대신해 보낸 선수들이다. 규칙을 지키고, 새로운 축구의 기술을 소개하고, 즐기는 축제의 마당으로 우리는 보낸 것이다. 태극전사는 전쟁터에 보낸 용병이 아니다.
그리스 전에서의 이정수의 선취골이나, 박지성의 골은 아름다웠다. 환호할 만큼 박지성의 슈팅은 그의 고뇌와 땀의 결실이었으므로 우리의 마음에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박주영의 자책골은 그가 원한 것과 다른 이상한 결과로 그에게 불운을 안겨준 해프닝이다. 그가 땀 흘려 쌓은 기술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경기를 시청하던 국민들이나 네티즌/ 누리꾼들 가운데서 그에게 비난을 쏟아 붇는 일은 우리의 냄비 근성을 또 다시 보여준 천박한 모습이다. 우리가 원하는 16강에 들지 못한다 하더라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고 즐긴다면 나를 대신해 즐기는 그 기쁨으로 또한 나도 즐거워야 해야 한다.
박주영은 17일, 아르헨티나와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 2차전에서 선발 출장해 득점을 노렸다. 하지만 전반 16분 수비에 가담했던 상황에서 아르헨티나에 선제골을 헌납했다. 메시의 크로스를 걷어내려던 것이 발을 맞고 골망으로 향하면서 자책골을 기록한 것. 1-4 대패의 빌미가 됐다. 경기 후 어두운 표정으로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던 그는 18일 오전, 회복 훈련 후 한 인터뷰에서 "(지난 일은)다 털었다. 심리적인 부담감은 없다"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아르헨티나전 실수는 인정한다. 내 실수 때문에 팀이 힘들어졌다. 말보다는 나이지리아에서의 활약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나 팀이나 포기하는 것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스-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그리스가 예상 밖의 선전으로 나이지리아를 깬 것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았다. 팀의 경기력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분위기였다.
박주영은 "우리 경기에 집중해서 우리 뜻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뜻대로 하다보면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또 나이지리아전 각오를 묻는 질문에서는 "팀을 위해 잘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그가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기 위해 얼마나 고심을 했을까. 무수한 비난 속에서도 평정심을 되찾았다고 하니 참으로 기특하고 고마운 일이다. [2010-06-18]
'Wälbs > Sag mal, Was ist denn los?'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 남아공 월드컵, 참 잘 싸웠다. 고마워!!! (0) | 2010.06.27 |
---|---|
응원으로 격려해 주자. (0) | 2010.06.19 |
"전쟁과 평화" (0) | 2010.06.17 |
사랑하는 마음의 집이 있다면 (0) | 2010.06.11 |
바꿔, 그리고 변해야 해..( turn, turn, turn) (0) | 2010.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