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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란 사람의 힘과 스타일

행복나무 Glücksbaum 2024. 4. 4. 14:53

조국이란 사람의 힘과 스타일을 누가 변화하게 했는가?
생각을 다듬을 수 있는 소중한 글이라
여기에 남겨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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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변했다. 학자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것이 핵심이 아니다. 조국혁신당 돌풍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포인트가 아니다. 조국이란 사람의 힘과 스타일이 확 변했다.

강력한 전사로 변신했고 전쟁 사령관이자 전략기획자로 바뀌어 등장했다. 게다가 적확한 대중설득과 선동 감각까지 드러내고 있다.

연구와 강단에 충실한 지식인에서 그를 변모시킨 것은 다름 아닌 그가 겪은 고난이다. 그 유명한 영웅서사를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추방과 고립, 생사의 벼랑에서 기어코 살아남아 되돌아와서 많은 사람들 즉 무리를 움직이는 사람은 세상을 움직이는 서사를 만들어 내었다. 조국의 서사는 흥미롭고 아름답다.

그가 쌓은 지식, 젊을 때부터 지녀온 이상적 가치, 법적 계쟁과 수많은 학문적 법률적 정치적 사례들을 통해 터득한 전략적 전술적 감각이 당의 출현과 이후 과정에서 엄청난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대중인지도와 전문적 법지식은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보인다.)

특히 사투리를 구사하며 연설하고, 기발한 슬로건을 제작하는 통찰력과 집단지성, 권력과 여당을 조롱하는 풍자와 되받아치는 감각은 실로 예리하고도 통쾌하다. 언어 감각과 문화적 적합성과 표현의 역동성은 최고 수준이다. 국힘은 초딩 3학년 수준이고 민주당은 중1 수준이고 녹색정의당은 대학 2학년 수준이고 조국은 작가 수준이다.

특히 거대 양당 체제와 개혁신당 등장이라는 특이한 정국에서 예리하게 정세를 파악하여 급소를 파고 들어가 ‘비례대표 겨냥 선명 개혁노선’을 선택한 감각은 한마디로 탁월하다.

한동훈과 이준석을 물먹이고, 민주당을 견인하면서 선거판세의 흐름을 크게 바꾸어버렸다. 게다가 화들짝 놀란 어정쩡한 민주당이 선명한 노선을 천명하며 야성을 회복하고 전열이 정비되었다. 의도한 것인지 사후 효과인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정치평론 차원에서 놀라운 전술(정치노선과 조직기술 감각)로 평가될 것 같다. 아마 조국과 그의 팀은 권력이론과 권력술, 정치기술, 군사론, 전략전술론을 터득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조국혁신당의 한계는 분명하다.

먼저 강력하고 선명한 개혁노선은 양측면이 있다.
한편으로는 검찰독재 심판이라는 포커싱은 윤 정권에 치명타를 가하고 범민주세력의 연대를 이루어내는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 전선이 한쪽으로만 기울어 버린다. 검찰독재 청산이라는 방향으로 정치적 흐름을 마구 몰고 가면 다른 사회적 의제들이(복지, 경제, 평화 등등) 약화되고 묻혀진다. 당의 정강 정책과 앞으로의 정치적 제스처를 보고 판단할 일이다. 아마 선거 전략으로 당의 임의적 노선을 검찰독재 심판을 핵심 슬로건으로 내세운 것이겠지만, 앞으로 정치적 이념적 컬러와 노선이 어떤 스펙트럼을 지닐 것인가가 중요해 보인다.

둘째, 엘리트 지식인 중심의 구조라는 점이다.
얼마만큼 시민들 즉 대중과 연결되고 다양한 집단과 지역에 뿌리를 내리느냐, 이것이 앞으로의 관건이 될 것 같다. 민주당과의 통합 가능성이나 민주당 접수 시나리오를 꿈꾸는 이들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그러는 순간 조국과 조국혁신당의 스토리는 끝장난다고 본다. 선거와 대중을 이용한 또 하나의 엘리트 정당의 정치적 쇼로 끝나는 것이다. 높은 가치와 일관된 자기 노선을 지니고 자기 조직과 당원과 대중을 지닌 채 자기 길을 끝까지 가면서 정치적 연대와 제휴와 동맹에 능숙할 때 롱런하는 법이다.

셋째, 인물 중심성을 넘어서야 한다.
리더의 이름과 정당 이름이 겹쳐진다. 아울러 4050을 중심으로 한 팬덤층이 두텁고 점자 넓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팬덤정치를 부정적으로 말하고 팬덤을 비난하지만 그건 정치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팬덤이 없이는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윤석렬을 보면 팬덤층이 없어서 한 번 권력을 잡고 잠시 호령하다가 사라지고야 말 운명이다. 근 30년을 본다면 노무현 - 박근혜 – 문재인 – 조국이 자신의 팬덤을 형성한 사람이고, 이재명은 개딸들의 전략적 지지로 팬덤군을 형성하고 있지만 자발적 충성도는 낮는 편이다. 인물 중심성, 스타성, 팬덤 지지자는 정치의 핵심적 요소이다. 조국혁신당의 경우 얼마나 이를 넘어서고 생산적 정치적 동력으로 꾸준히 끌어낼지는 아직 미지수로 보인다.

넷째, 우리 사회의 정치지형의 발전에 선순환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표방하는 노선으로 본다면 민주당과의 연대는 불가피하고, 민주당의 2중대가 아니라 특공대나 전략지원군의 성격을 지닐 것 같다. 못된 적대적 양당 기득권 체제를 강화시키며, 민주당에 충성하는 빛나는 우군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지형 자체를 재편시키는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아마 1987체제에 편승한 단회적 신흥정치세력으로 끝날 것은 명약관화하다.

난 조국 지지자도 조국혁신당 당원도 아니다. 하지만 이 정치현상을 제대로 보아야 정세가 보이고 미래가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는 사실 관전 포인트가 없었다.

그런데 조국이 선거를 재미있게 만들어 버렸다. 긴장감을 높이고, 판세를 바꾸고 있고, 시민들을 통쾌하게 권력자들의 간담을 써늘하게 하고 있다.

누가 이기느냐, 어느 정당이 다수당이 되느냐 하는 식의 선거평가는 유치하기 그지없다. 대의제 선거는 언제나 시민들을 들러리 참여자와 들러리 구경꾼으로 만들어 버리고, 정당들과 언론들과 여론조사기관은 대중을 속이고 그 마음을 훔치고 조작하려 든다. 이런 흐름에 쐐기를 박고 선거판을 역동적으로 만들고 시민권을 일깨우고 함께 사는 세상을 가로막는 특권기득권 세력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는 것만으로 약간의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자기 성찰과 당원들의 토론과 시민들의 냉정한 시선이 더더욱 필요하다.

조국과 그 정당이 기존의 정치지형을 강화하는 기생세력이 되거나 또 다른 특권기득권 정당이 되느냐, 아니면 기존의 판을 뒤집거나 건강하게 하는 생명체로 전진하느냐 하는 난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글, 황산


목요일, den 04. April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