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e Welt/독일 이야기

독일대학생들, “동독은 걱정 없는 사회복지의 천국이었다.”

행복나무 Glücksbaum 2008. 1. 8. 21:34

 

 

 

독일이 통일을 이룬지 18년이 지났지만 동독과 서독엔 아직도 보이지 않는 마음의 금이 남아있는 듯하다.


독일 브란덴부르크의 학생들은 구동독에 대해 살아가는데 별다른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던 ‘사회복지의 천국’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브란덴부르크는 독일 수도 베를린을 둘러싸고 있는 주이다. 베를린 한 복판에 있는 동서독 통일의 상징으로 일컫는 문이 브란덴부르크 문이다.)

 

현재 독일 학생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구동독의 전반적인 모습은 낭만적이기만 하다. 이 또래의 학생들 중 상당수가 구동독에 대해 “그 당시는 국가의 국민에 대한 관리가 철저했고, 경제는 꽃을 피웠으며, 거리엔 쓰레기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고 묘사한다. 과연 어떻게 아무런 역사적 배경 지식도 없이 독일 학생들은 구동독에 관한 낭만적인 시나리오 한편을 머릿속에 넣을 수 있었을까?

 

브란덴부르크 주의 학생들은 이처럼 구동독의 사회주의적인 측면만을 두고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동시에 구동독이 독재주의 체제였다는 사실을 인정하는데 주저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베를린 자유대학의 학자들은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과 바이에른에 거주하고 있는 전체 5,000여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그리는 구동독의 모습>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설문참여 학생 4분의 1로부터 “구동독은 독재정치국가가 아니었다”는 대답을 듣고 적지 않은 충격에 빠졌다고 슈피겔온라인이 최근 보도했다. 또한 이번 설문조사에선 특히 그 어떤 지역보다 브란덴부르크 주에 속하는 프랑크푸르트 안 데어 오더, 노이루핀과 포츠담(구동독 지역들에 해당함) 학생들의 구동독관이 같은 나이 또래의 구서독 지역 학생들에 비해 지극히 미화되어 있어 학자들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한편 구동독에 관한 기본지식을 묻는 18개의 문제 중 바른 답을 한 문항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학생이 전체의 70% 이상이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대다수의 학생들은 언제 그리고 또 누구에 의해 베를린 장벽이 세워졌는지조차도 알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단지 1/3의 학생들만이 통일 전 구동독의 생활수준이 서독보다 높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40%의 학생들은 동독이 서독보다 깨끗한 환경을 가졌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브란덴부르크 학생의 대부분은 1989년 이전의 서독이 동독보다 낫지 않았다거나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고 알고 있으며, 그 당시 동독엔 일자리가 많았기 때문에 지금보다 각 가정의 경제형편이 훨씬 나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록 국가가 임금을 결정하고 국민들은 그리 부유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학생들은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학생들 50%는 동독의 경제파산을 구서독 자체보다 낫다고 여기고 있으며 “동독은 독재국가가 아니다”라는 말에도 부정하지 않았다.

 

“구동독 주민들, 존재하지 않았던 동독의 모습을 창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에서 구동독에 특별한 핑크빛 환상(?)을 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브란덴부르크 학생들은 학교에서 동독의 역사에 대해 전혀 배우지 않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였다는 것이 학자들의 평이었고, 학생들은 구동독에 관한 대부분의 정보를 가족들과의 대화나 영화를 통해 습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구동독 시절을 경험했던 학생들의 부모나 친척들은 지난 시절의 추억에 젖어 동독의 장점은 미화시키거나 부각시키는 반면, 독재체제와 같은 어두운 면은 대화에서 생략하기 일쑤여서 학생들은 부모를 통해 바른 정보를 얻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설문조사를 이끌었던 슈뢰더 교수는 이를 두고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동독의 모습을 구동독 주민들이 새롭게 창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평했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자주 사회나 정치과목 등에 구동독이 학습주제로 등장하긴 하지만 강의는 단지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한한 것이고 이것이 은연중 동독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는 결과에 일조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때문에 구동독의 실상에 대해 자세히 알고자 하는 호기심 많은 학생들조차 구동독의 실제모습을 자세히 알 수가 없는 현실이다. 동독이 서독보다 연금액이 높았고, 원하면 누구나 아비투어(대학입학자격시험)를 볼 수 있었으며 부자와 빈자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믿고 있는 구동독의 이미지는 학생들의 나이가 어릴수록 긍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업문제로 늘 골머리를 썩고 있는 독일이 안고 있는 작금의 고민거리에 대한 반항일까? 독일의 청소년들은 자신에게 닥칠지도 모른다고 믿는 실업의 불안감에 대해 구동독처럼 자유를 포기하고서라도 안정된 국가를 바라는 비뚤어진 사회적 안정감에 대한 바람이 역사 속에 조용히 묻혀버리고 있는 과거 동독에 대한 향수로 이어지고 있는 듯 했다.

 

한편 구동독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각에도 현저한 차이가 발견되었는데, 이들은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개인적 감상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기는 마찬가지여서 그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자녀들에게도 전이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통일이라는 주제가 나오면 늘 예로 들게 되는 나라가 독일이다. 이번 설문결과를 대하며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의 소망인 남북통일을 이룬 다음에도 독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동일한 오류를 범하지 않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