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아이를 낳으면 산모들은 ‘노란색 수첩’을 하나씩 받는다. 거기엔 엄마가 언제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를 방문해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하는지 또 어떤 종류의 예방접종 주사를 맞혀야 하는지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이 정기적 진찰의 목적은 월령에 맞는 아이의 발달 정도를 신체검사와 구두질문 등을 통해 정확히 검사하고 예방접종에 도움을 주자는 데 있다. 지금까지 이 정기적 진찰을 위한 소아과 방문은 강제적 성격을 띠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이제 독일 연방 전체에 의무화될 것이라고 한다. 주목할 것은 강제 소아과 정기검진의 이유가 단순히 아동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아동학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연방 수상은 부모에게 구타당하는 아이들과 심지어 갖은 학대에 못 이겨 목숨까지 잃고 있는 ‘위기의 아이들’에 대한 드라마 같은 폭력 및 학대, 살인 사건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 지난 주 연방수상들과 함께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일련의 합당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앞으로 독일 내 살고 있는 모든 어린이들은 질병예방을 위한 정기진단과 연결해 부모에게 구타당한 흔적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소아과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문제가정에 대한 도움의 손길과 지원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현 상태에 연계된 자료의 점검과 열람은 더욱 손쉬워질 전망이다.
반면 “기본법에서 어린이의 권리에 관한 조항을 더욱 확고히 하자”는 독일 사민당수인 쿠르트 벡(Kurt Beck)의 요구에 찬성표를 던진 이는 없었지만 메르켈 수상은 그의 의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연방정부와의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전하며 “그동안 기본법 변경에 관해서는 상당히 유보적이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현시점에 비추어 볼 때 그와 같은 실질적인 움직임은 전혀 무리한 짓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위험을 적시에 알아차리기 위하여 모든 부모는 예외 없이 진찰기간에 반드시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보건청과 청소년청 관계자의 간섭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이들이 즉시 활동을 개시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순응하지 않는 부모에게 가해질 수 있는 경제적 제재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부모의 관심밖에 있어 한없이 방치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과 심한 매질과 학대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심지어 목숨마저 잃고 있는 가엾은 아이들을 초기에 발견하여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번지는 일을 막고 국가 차원의 적절하고 적극적인 도움을 주자는 의견엔 독일의 정치인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조산사, 소아과 의사, 청소년청, 경찰이 손을 잡고 독일 어딘가에서 아무도 모르게 학대를 받고 있는 피해아동들을 즉시 발견해내기 위해서 활발한 ‘도움의 교환망’도 설치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연방주와 시, 읍, 면 단위 그리고 관할 관청 사이의 보다 손쉬운 자료 공유 및 열람을 가능케 하기 위해 브리기테 취프리스(Brigitte Zypries) 법부무 장관과 볼프강 쇼이블레(Wolfgang Schaeuble) 내무부 장관은 개인신상보호법이란 새로운 법규정을 놓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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