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e Welt/독일 이야기

독일, 소매점 형식의 편의점이 늘고 있다

행복나무 Glücksbaum 2008. 1. 8. 21:44

 

대형 할인매장에 없는 것, 소매상점엔 있다! 독일 

 

독일의 편의점은 방대하게 넓지 않은 규모로 한 눈에 전체 진열상품을 관찰할 수 있다.  아담한 마을엔 왠지 하나씩 있을 법한 우리나라의 구멍가게 같은 ‘oo 상회’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구동독의 작은 마을에서도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명물이 되어간다. 급하게 동전 바꿀 일이 있거나 식용유나 설탕이 갑자기 떨어지면 부리나케 단숨에 갔다 올 수 있는 그런 정겨운 소매상점들이 언제부터인가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대형 슈퍼마켓들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물러나 버렸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있는 젊은 사람들이야 지금 필요한 것도 메모지에 적어 두었다 다음 주말에 가족을 대동하고 주말 나들이 겸 대형 할인마켓을 찾으면 된다지만, 돌봐주는 자식 하나 없이 혼자 사는 노인들은 그 곳 대형 슈퍼마켓까지 일부러 가기 힘들어 한국이건 독일에서건 어떻게 그들의 필요한 물건을 조달해 쓰고 있는지 문득 걱정되기 일쑤다. 사실 이 곳에도 통독 전엔 작은 식료품점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통일이 되고 난 후 들어선 대형 슈퍼마켓의 거대한 물결에 휩쓸려 자연스럽게 마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곳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며칠 전 인터넷신문을 뒤적거리다가 특히 동네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뛸 듯이 기뻐할 만한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도심을 벗어나 인적이 드문 넓은 평지에 하나 둘씩 서있는 초대형 슈퍼마켓. 지난 8일, 슈피겔 온라인의 보도에 따르자면 식료품은 물론이고 ‘생필품 거래의 미래’라고까지 호평을 받아오던 그곳이 이제는 슬슬 옛날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한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생필품 거래의 미래’가 바뀌고 있는 것일까?

  

이제는 저렴한 가격보다도 구매의 편리성이 우선

     

편리한 접근성 때문에 자동차 없는 노인도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때에 물건 구입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사인 McKinsey가 ‘독일 소비자들이 구매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이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를 살펴보면 설문에 응답한 독일인 중 71%가 예상을 뒤엎고 저렴한 가격보다도 번거롭지 않은 ‘편리함’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고 한다.

 

현대의 독일인들은 시간에 쫓기지만 금전적으로는 여유롭다는 점이 우선 위와 같은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측한다. 이런 시기에 때를 맞추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소매상점들은 비록 상품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맘이 편안한(?) 곳으로 다가오고 있다. 예를 들어 대형 슈퍼마켓에선 25개 이상의 회사가 선보이는 화장실 휴지들 사이에서 가격과 품질을 꼼꼼히 비교해보면서 시간을 낭비해야 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지만 이곳 소매상점에서는 그럴 일이 없기 때문이다.

 

“소매점 형식의 편의점이 독일에서 환영받고 있는 다른 한 가지 이유로는 ‘절약’에 큰 가치를 두던 독일인들이 이제는 ‘개인시간’의 질에 더욱 더 큰 의미를 싣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번 설문조사를 담당한 한 관계자의 분석이기도 하다.

이것은 또한 시장을 보기 위해서 차를 타고 도시 외곽으로 멀리 차를 몰고 나가야 하는 것에 불편을 느끼는 독일인들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대형 슈퍼마켓의 획일화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는 독일 소비자들

 

독일에서 소매상점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 중의 하나로 전문가들은 독일의 소비자들이 대형 슈퍼마켓의 획일적이기만 한 지나친 균일화에 점점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새로이 주목받기 시작한 곳이 바로 독일의 소매상점. 과일, 채소, 유제품, 갓 뽑아낸 스파게티, 여러 가지 완전조리 식품은 물론이고 허

기를 달래줄 샌드위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와 각종 군것질 거리며 가게에서 바로 먹고 마실 수 있는 분위기 때문에 비록 가게는 작고 비좁기 그지없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물건으로 가득한 곳, 소매상점에 독일인들은 관심을 돌리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기동력이 없는 노인들도 언제나 문을 열고 들어설 수 있는 추억의 소매상들의 부활에 독일인들은 설레고 있기까지 하다. 더욱이 지금까지는 주유소나 기차역, 공항 등에서만 한정적으로 접할 수 있었던 소매점들은 대형 슈퍼마켓보다 부지런하기까지 하여 더욱 많은 점수를 얻고 있다. 아침 5시만 되면 문을 열고 다음 날 아침 0시까지의 영업에도 지칠 줄을 모르기 때문.

 

최근 소매상점들의 새로운 부활을 두고 경영 컨설팅사인 A.T.Kearny의 한 담당자는 “대가족 형태가 줄어들고 소가족이나 일인가족이 일반화되어가는 인구통계학적 발달이 대형 슈퍼마켓의 행진에 제동을 걸고 있는 중요한 요인이며, 이들에게 필요한 물건 몇 가지를 구입하기 위해 멀리까지 차를 몰아야 하는 수고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의 경향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말까지 200여 곳 이상의 소매점들이 독일 곳곳에 속속 그 얼굴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다.[©슈피겔온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