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지난 29일까지 기말고사 성적을 학교에 보고하는 것을 끝으로 99학년도(2010-2011년)의 모든 학사 일정이 끝났습니다. 지방에 있는 학교인지라 시험이 끝나기 무섭게 학생들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학교는 그 전부터 썰렁했습니다. 학교 도서관도 문을 열긴 하지만 오후 5시면 문을 닫고, 낮 시간에도 도서관에 와서 공부하는 학생은 별로 없습니다. 여름 강좌를 듣거나 방학 기간 중에 있는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남아 있는 소수의 학생들만 학교에 오기 때문입니다.
여름 프로그램은 원주민 학생 동아리의 어린이 학습지도 캠프가 있지만 7월 말에나 시작되기 때문에 여유롭게 현장 답사 등 준비를 하는 단계여서 교목실 사무실도 역시 한가합니다. 게다가 직원들 일부가 벌써 하루 이틀씩 여름휴가를 내고 있어서 사무실이 한적하고 조용합니다.
교내 식당도 문을 닫았고, 학교 인근의 식당들도 대부분 여름방학 동안에는 문을 닫습니다. 점심은 평시에도 그런 것처럼 도시락을 싸오거나 냉동식품을 준비해 와서 해결합니다. 식당들이 대부분 문을 닫아서 점심 먹을 곳이 마땅치 않을 뿐더러, 더워서 나가기도 번거롭습니다.
온도는 27도에서 35도 사이를 오가고 있지만, 이제 3년여를 지내는 동안 습관이 되어서인지 집에서는 에어컨 한 번 틀지 않고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집에 들어가면 아예 속옷 바람으로 선풍기를 끼고 살긴 합니다만, 아직은 에어컨 틀 필요를 느끼지는 않습니다. 본격적인 더위는 아직 시작된 게 아니긴 합니다만, 그래도 더위에 많이 적응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어컨을 틀지 않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거실에 설치된 에어컨은 오래된 LG인데, 베란다의 냉각기 돌아가는 소리가 정말 요란스럽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이웃에 민폐가 된다고 틀지 않으려고 합니다. 침실 에어컨은 우리가 세를 든 후에 집 주인이 새로 달아준 것인데, 냉각기 분리형이 아니고 창문형인 데다 방도 작아서 아무래도 소리가 납니다. 소리에 민감한 아내는 소리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며 정 못 참을 정도가 아니면 틀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내는 정말 소리에 민감해서 개구리 울음 소리, 닭 우는 소리에도 잠을 자지 못합니다. 개구리 우는 소리, 아침에 새들 지저귀는 소리가 정겹다고 하는 말에 아내는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덥긴 하지만, 조용한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여름방학만 되면 학기 중에 하지 못했던 중국어 공부에 전념하리라고 다짐했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니 매번 실패를 했습니다. 그래도 이번 방학에도 다시 한 번 결심을 해봅니다. 이번 방학에는 대만어 공부도 해보려고 합니다. 중국어도 여전히 답보상태지만,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대부분 대만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조금을 배워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교재는 준비해 놓았는데 얼마나 진도를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가톨릭교회의 메리놀 선교회에서 한국어판 교재도 마련해 놓은 게 있어서 조금은 수월히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곳에 와 있는 한국인 선교사도 많지 않은데 어떻게 수요도 거의 없어 보이는 한국어판을 만들었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이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느낀 점 하나는, 비디오가 딸린 한국어 교재가 없다는 점입니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자료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한국어와 한글의 세계화를 이야기하면서, 요즘 같은 비디오 시대에 어쩌면 이렇게 변변한 비디오 한국어 교재가 하나도 없느냐 하는 점입니다. 인터넷 뉴스에서 영국 사람 대부분이 김치나 불고기 같은 한국을 대표한다는 음식을 모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한국을 소개하고 한국의 독창적인 문화를 알리는 데 한국 정부가 너무도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자신을 알리는 노력의 부족 때문에 경제적 위상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세계 사람들로부터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을 더 알고 싶어 하고 한국에 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소개하고 싶어도 적절한 비디오 자료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대만만 해도 대만 곳곳의 자연을 소개하는 비디오가 HD 시리즈로 출시되어 있는데, 한국의 경우는 해외문화홍보원에서 낸 약간의 자료 외에는 몇 십 년 전에 찍은 건지 알 수 없을 화질과 음성에, 그것도 내국인을 대상으로 만든 자료들밖에 찾을 수 없었습니다. 관광 산업은 떠오르는 고부가 산업인데, 관광을 위해서라도 외국인을 염두에 둔 내용 편집에 더빙이나 자막을 넣은 자료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정보 수집력이 부족해서였을까요? 혹시 비디오로 된 한국어 교재나 한국을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최신 영상자료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알려 주십시오.
지난 소식에서 가소제(계면활성제) 파동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후속 소식을 알려드리자면, 6월 29일 오후 6시 현재로 행정원 위생서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모두 875개 상품이 가소제 오염 상품으로 지목되었습니다. 한때 중국에서 생산된 신라면에 가소제가 사용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었는데, 그건 홍콩 언론의 오보를 대만에서 그대로 받아 전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정 보도는 없는 듯했고 신라면의 위상은 이미 손상을 입었기 때문에 농심라면 회사에서는 신라면은 가소제로부터 안전하다는 광고를 한동안 이곳 대만 TV에 내보내야 했습니다.
대만에서는 지난 28일부터 중국인들의 대만 개인 자유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동안은 일정이 짜인 단체 관광만 허락되었는데, 이제 개인적으로도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중국 화폐 인민폐가 좀 더 자유롭게 통용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에 상응해서 대만은 대만인들의 중국 지역 자유여행을 원하고 있는데, 대만은 대다수 대만인들의 선조들의 고향인 푸�성(福建省) 전체를 개방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중국 측은 샤먼(廈門)과 푸저우(福州) 등 일부 지역만 개방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개방과 교류는 평화를 위해 좋은 일이지만, 약자인 대만으로서는 주권을 잃게 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물론 그걸 희망하는 대만인도 있긴 하겠습니다만...
이번 여름에는 꼭 언어에 발전이 있도록,
2011년 7월 1일
대만에서 구 * * 이 올립니다.
* 여름철이라 여름 과일인 수박을 소개합니다. 대만에도 한국의 수박처럼 줄무늬가 선명한 수박이 있지만,
그보다는 사진처럼 줄무늬 없는 수박이 더 많고, 대체로 크기가 엄청나게 큽니다.
우리처럼 두 식구만 사는 집에서는 한 덩어리를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조각을 내서 파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내가 손대고 있는 수박도 크긴 하지만, 이 정도로는 대만에서는 큰 수박에 끼지 못합니다.
그런데 값은 약간 세일을 해서 고작 189 대만 달러, 한화로 7천 원 정도.
먹고 싶지만 냉장고에 넣을 자리가 없어 사지 못하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