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e Welt/타이완 이야기

11-09-05

행복나무 Glücksbaum 2011. 9. 5. 16:29

샬롬! 이번 달 대만 소식은 영화 이야기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로 꼽히는 베니스 영화제 제 68회 행사가 지난 8월 31일에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에 아시아에서는 홍콩과 일본의 작품과 더불어 대만의 영화 한 편이 선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출품 국가명이 이번에도 다른 국제 행사에서처럼 Chinese Taipei로 소개되었습니다. 대만 정부가 침체에 빠진 대만 영화의 부활을 꿈꾸며 거액을 투자해 만든 영화인데, 출품국 명칭이 중국/타이베이로 되어 버렸으니 대만으로서는 속상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영화제에 초대된 영화는 ‘사이더커 바라이’(賽德克·巴萊. 세디크 발레. Seediq Bale)로, 일본 통치시대 일본군에 저항했던 세디크 족의 이야기입니다. (세디크 족 언어로 ‘세디크’는 ‘사람’을, ‘발레’는 ‘진정한’이라는 뜻이라 하니, ‘세디크 발레’는 ‘참 인간’, ‘사람다운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겠습니다.)

188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후 시모노세키 조약을 통해 청나라로부터 대만을 인도받은 일본은, 처음에는 대만 통치에 유화정책을 쓰기도 했지만 곧 강압정책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나 중국에서와는 달리 대만에서는 일본 통치에 대한 저항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번에 영화화된 세디크 족의 저항이 거의 유일한 저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본 통치 45년이 지난 1930년 10월 27일 대만 중부 산악지대에 있는 마을인 난터우(南投) 현 우셔(霧社) 촌에서 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연합 운동회가 개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일본 국기가 게양되는 순간 칼로 무장하고 매복해 있던 세디크 족 사람들이 사방에서 일어나 일본인을 에워싸고 살육을 시작했습니다. 수십 년간 일본으로부터 받은 굴욕적 통치에 대한 원한의 표시였습니다. 이날 우셔 촌에 있던 모든 일본인이 살해되었습니다. 원주민들을 미개한 사람들로 얕보고 있던 일본은 ‘우셔 사건’으로 불리는 이 날의 사건 소식을 접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보복적 진압작전을 시작했습니다.

저항하는 세디크 족 356명을 죽이기 위해 4천여 명의 중무장한 군경이 동원되었고,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마비성, 질식성 독가스 등 화학무기까지 사용되었습니다. 40여일에 걸친 전투에서 6개 마을 1,200여 명의 주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전투에서 죽은 사람도 있었지만 자살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오랫동안 살아온 고향을 떠나 타지로 피신해야 했습니다.

세디크 족은 일본 통치시절 아타얄(泰雅) 족으로 분류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아타얄 족과는 언어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그들은 부족의 독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고, 마침내 지난 2008년 정부로부터 대만의 열 네 번째 원주민 부족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현재 세디크 족의 인구는 6,500명 정도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번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된 ‘사이더커 바라이’는 7억 대만 달러(250억 원 이상)라는 대만 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투입해 만든 영화입니다. 2천년을 전후해서 대만에서는 자국 영화 상영 비율이 1%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영화 산업이 침체되었는데, 2008년 웨이 더셩(魏德聖) 감독이 만든 ‘하이자오 7번지(海角7號)’라는 영화가 최고 흥행기록을 세우며 그 해 자국 영화 상영 비율이 12% 선까지 올라갔습니다. 이에 정부는 대만 영화 부흥을 꿈꾸며 그에게 새로운 작품 제작을 의뢰하고 지원을 하게 되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사이더커 바라이’인 것입니다.

웨이 감독의 ‘하이자오 7번지’는 국내에서도 개봉이 되었지만, 크게 관심을 끌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영화의 작품성이나 완성도 차원을 떠나서, 60년 전 일제 시대 대만 아가씨과 일본 청년의 사랑 이야기를 배경에 깔고 현재의 대만 청년과 일본 아가씨의 사랑이야기를 골격으로 하고 있는 영화여서, 한국에서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면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인종, 다문화적 속성을 가진 대만의 여러 모습을 고루 소개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은 영화이지만, 대만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자주 일본어와 일본 노래가 등장하는 점은 한국인인 저에게는 영화에 객관적으로 몰입할 수 없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일본에 대해 대단히 호의적인 대만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을 끄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대만에서는 지난 4일 두 대통령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사이더커 바라이’ 시사회가 열렸고, 9일에 정식 개봉을 하게 됩니다만, 항일을 큰 주제로 하고 있는 이번 영화에서는 웨이 감독이 일본과 일본인을 어떤 시각에서 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영화 "사이더커 바라이' 포스터

 

 

한국 언론에도 소개된 줄로 압니다만, 최근 대만에서는 에이즈 환자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의료 사고가 발생해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것도 대만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국립대만대학병원과 국립성공대학병원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충격을 주었습니다.

사건의 내막인 즉, 지난 8월 24일 국립대만대학병원과 국립성공대학병원은 머리에 외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한 남성의 장기를 각각 4명, 1명에게 이식했는데, 그 남성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병원에서는 당연히 이식 수술 전에 환자의 에이즈 감영 여부를 검사했고, 그 결과 ‘reactive·양성반응’ 판정을 내렸는데도 전달 과정에서 ‘non-reactive·음성’으로 잘못 전달되어 사고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장기 이식을 받은 환자 5명이 에이즈에 감염되고, 수술에 관여한 의료진 47명도 감염 가능성이 있어 에이즈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당국은 두 병원에 우선 벌금을 부과했다지만, 희망을 품고 이식을 받았다가 절망에 빠진 환자들은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해마다 태풍 때문에 물난리를 겪는 대만에서 금년 여름은 비교적 조용히 여름을 지내는 것 같습니다. 금년에 대만을 직접 지나간 태풍은 제11호 태풍 ‘난마돌’뿐이었습니다. 난마돌은 8월 28일 대만 남부지역을 거쳐 중국으로 넘어갔습니다. 남부의 일부 지역이 40년만의 집중호우를 맞아 큰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전국적으로 볼 때는 경미한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인해 한국의 경우 한냉대 기후에서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고들 이야기하고, 그래서 여름이 점점 더 더워지고 길어지고 있다고 합니다만, 대만의 경우 금년 여름은 다른 해보다 서늘한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벌써 최저기온이 많이 내려가서 밤에는 창문만 열어 놓으면 선풍기 없이도 잠을 잘 수 있는 정도입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상 불안전, 기상 이변, 기상 혼란이라고 해야 할까요?

 

오늘 100학년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 야간 2,000여 명의 신입생을 모두 다섯 팀으로 나누어 학교생활 안내를 하고 있는데, 제가 속한 교목실에서는 그 다섯 곳을 찾아다니며 교목실에서 하는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금 빈 시간을 이용해 이 소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학부모들과의 좌담회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출산율 저하로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어서 대학들마다 학생 유치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떤 대학의 경우 중국 학생 유치를 위해 중국 학생들에게 너무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대학들마다 생존경쟁에 내몰려 있습니다. 기독교 정신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창롱대학이 대만 사회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대만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나타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풍성한 결실과 하느님의 위로가 있는 추석이 되기를 기도드리며,

 

 

 

2011년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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