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e Welt/필리핀 이야기

30 Dez. 2011

행복나무 Glücksbaum 2011. 12. 31. 09:43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사모님께서도 편안하시고, 또 정우와 정현이네도 잘 지내는지요? 성탄절과 새해를 맞아 인사를 전합니다. 성탄절과 새해를 맞아 하느님의 크신 은총과 축복이 목사님과 가정에 충만하길 바랍니다.

 

이곳 필리핀은 세계에서 가장 크리스마스 휴가를 오랫동안 갖는 나라 중의 하나 입니다. 그래서 9월이나 10월이면 벌써 캐롤 송이 들리기 시작 합니다. 대부분의 가정들이 성탄절 휴가를 가장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이 성탄절 휴가에는 흩어져 있던 식구들과 친척들이 모두 고향으로 모이고, (가난한 가정까지)집집마다 제각기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온 친척들이 오랜 기간동안 함께 먹고 마시며 이야기하고, 그래서 모두 성탄절 휴가들을 즐깁니다. 정말, ‘(성탄절을) 축하한다.’는 의미를 이곳 사람들로부터 배우게 됩니다.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성탄절을 기다리며 들떠 있을 때, 즉, 성탄절보다 약 2주일 전에 큰 태풍이 필리핀 민다나오 북부지방을 휩쓸고 갔습니다. 발견된 시신 만 해도 1,000구가 넘는다는 보고였습니다. 매우 마음 아픈 일입니다. 물론, 국가적으로 또 국제적으로 교회와 적십자사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지금까지 돕고 있지만, 그 피해가 이루 말 할 수 없이 많고 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삶도 이루 말 할 수 없이 비참합니다. 원래 필리핀에 태풍이 많이 지나가지만 원내 민다나오지역은 태풍으로부터 자유로운 곳 입니다. 지구촌의 기후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우리들에게 보여준 하나의 큰 사건이었습니다. 기후 변화가 얼마나 넓은 범위 내에서 우리들에게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절실히 느낍니다.

 

올해에도 이곳 필리핀 선교현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활동들이 있었습니다. 여러 분들께서 선교지역을 다녀가셨습니다. 그리고 이전부터 해오던 사업들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가난해서 고등학교도 가지 못 가던 학생들이 우리 장학사업의 혜택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12명), 그 중에는 높은 수준의 국립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도 생겨 우리 모두에게는 큰 기쁨 일이 있었다.(이들 졸업생 중 4명은 깊은 산 속 아주 가난한 원주민 마을 학생들임) 원주민 학생들에게는 도시(우리에게는 아주 도시에 불과 하지만)에 사는 것이 처음이고, 또 도시에 있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시에서 태어난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는 것도 처음 경험하는 일입니다. 물론, 그러다 보니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것도 많습니다. 그러나 어떤 조건에서도 배우고자 하는 열정만은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아 현재까지 여러 어려움을 잘 극복해가고 있어 기쁩니다. 고등학교 가는 것을 꿈도 꾸지 못했던 어린 생명들! 그러나 이제는 졸업을 하고 도시에 있는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들을 통하여 큰일을 이루어 가시길 기도합니다.

 

올해는, 특별히 ‘농장 만들기 사업’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여했고 또 노력을 해왔습니다. 약 16,000평이 될 농장입니다. 농장 땅을 일찍이 발굴했으나 치안 문제로 포기할 수밖에 없어 다시 땅을 물색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교통도 좋고 앞으로 농장개발에 중요한 물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곳을 어렵게 발굴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농장부지 매매대금이 높아져 농장부지구입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이제는 농장구입비가 이미 마련된 상태. 그러나 필리핀의 땅(특히 ‘민다나오의 땅’)들은 여러 복잡한 문제에 많이 걸려 있어 매우 조심스럽게 구입해야 합니다. 따라서 농장부지 배경과 실체를 알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검증했어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 검증을 끝내고 나니 구입절차를 밟는데도 또 시간이 걸립니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참으로 많은 인내가 필요한 나라입니다!

 

농장이 만들어지면, 바로 농산물 생산에 들어가고, 그래서 이곳 선교지 사람들의 경제적 삶의 향상과 자립을 위해 힘차게 출발할 예정입니다. 즉, 고등학교를 우리 장학금으로 졸업했지만 직장을 가지지 못하는 이곳 젊은이들! 이 젊은이들과 가난한 교우들을 묶어 농장에서 생산을 하고 (생산비를 제외한) 수입을 이들에게 나누어줌으로 그들의 삶을 향상 시키고, 또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한국교회의 농업전문가들과 연결해서 여러 농업기술들이 전수되고, 농장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농장 일을 통하여 배우고 자기들의 잠재능력을 키워 나간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새해에는 반드시 이 농장구입 및 개발이 완성될 수 있길 기도합니다. 김 목사님께도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지난 12월 초에는 세계선린회의 실무자들께서 ‘세계선린회 필리핀 사업지역’를 돌아보고 가셨습니다.(저의 선교지가 아닌 곳에, 그리고 저의 선교사업과 분리해서, 세계선린회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이수민 목사님을 도와 개인적으로 ‘(필리핀에서의) 세계선린회’ 사업을 도와왔습니다. 이번에 사업은 필리핀 북부지방, 아주 깊은 산골에 ‘식수와 관개용 물 공급 시설 설치 사업’ 이었습니다. 이번 사업은 사업비가 커서 세계선린회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사업이었습니다. 그래서 경기도가 제3세계에 있는 국가를 돕는 사업을 모집한다는 신문광고를 보고 세계 선린회가 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결국 뽑혀 경기도와 함께 지원한 사업입니다. 아주 가난한 마을! 마실 물이 부족하고 관개용 물이 절실히 필요한 곳입니다. 깊은 산 속 강 상류에 물탱크를 만들고, (긴 거리를) 산들을 넘고 강과 골짜기들을 건너며 숲을 헤쳐 도수관들을 설치하고 끌고 오고, 한편으로는 마을에 다시 물 저장고를 만들고, 이렇게 해서 깊은 산 속의 강 상류의 물을 마을 각 가정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었던 것입니다. 참으로 힘들고, 많은 노동력이 들고, 또 무척 어려운 작업 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작업을 마쳤고, 각 가정이 물을 가정에서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의미 있고 좋은 체험이었습니다. 이제 물이 들어옴으로 앞으로 이 마을이 빠르게 변화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번 사업을 통해 얻은 관개용 물을 이용하여 마을사람들이 곧 농지개발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선린회 여러 이사님들께서도 모두 감탄 하시면서 아주 기뻐하셨답니다.

 

김 목사님! 우리들을 늘 좋은 길로 인도하시는 하느님! 늘 우리들을 새롭게 하시는 하느님! 세상을 위해 이 땅에 친히 오신 예수 그리스도! 그 분의 은총과 약속을 바라보면서 새해에는 새 술을 새 포대에 붓듯이 그분의 강력한 능력과 성령의 힘 안에서 더 큰 믿음, 더 큰 사랑의 삶 이루어 가시길 바랍니다.

 

 

2011년 12월 30일

 

 

필리핀, 김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