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구석구석 살펴보기/기행 이야기

바울 복음 전파 지역의 지리적 이해

행복나무 Glücksbaum 2007. 7. 22. 14:34

 
[발로 걸어 찾아보는 성서의 세계 중에서]

성서주제는 죄를 지은 인간의 구속과 그 인간에 의하여 타락한 세계의 구원이며 신. 구약성서를 일관하여 흐르는 줄거리는 하느님의 구원사이다. 이제 그 성서의 줄거리가 전개된 땅과 그 역사에 대하여 알아봄으로써 오늘날 우리들의 세계에서 말씀하시는 그 분의 음성을 더욱 분명하게 들을 수 있게 되는 순례의 기초 작업을 하고자 한다.
 
1. 성서의 땅

성서에서 말하는 땅, 즉 지구의 겉면으로서의 세계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극히 작은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성서의 세계는 서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동북부 지역을 포함한 이른바 고대 오리엔트 지방인데, 어떤 학자는 이 세계를 거인이 다섯 손가락 안에 움켜쥐고 있는 “다섯 바다의 세계”라고 재미있게 표현하기도 했다. 즉, 거인이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지중해”에, 다음 손가락을 “흑해”, 다음을 “카스피해”에, 다음은 “페르시아 만”, 그리고 마지막 손가락을 “홍해”에 넣고 움켜진 땅이 곧 성서의 세계요, 바로 그 손바닥이 닿는 곳이 “팔레스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이 땅 중에서도 히브리 민족의 흥망성쇠요 민족의 이동 변천에 관계되는 주 무대는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 유역으로서 나눠지는 지점인데 메소포타미아 평원에서 애굽의 나일 강에 이르는 “비옥한 초생달형 지대”(Fertile crescent)이다. 구약 시대를 지나서 신약 시대로 접어들어 여기에 전도여행의 주요무대인 지중해 북쪽 연안 지대까지를 포함한 땅이 성서의 세계로 포함된다.
이 작은 세계에서 이스라엘 민족이라는 적은 무리에 의하여 전개되는 역사를 통하여 하나님은 자신을 계시하시고 구원의 역사를 진행하시면서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그 구원을 완성하심을 우리에게 알게 하신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역사의 무대 배경을 아는 일은 우리에게서 진행되는 하느님의 섭리를 깨닫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므로 이제 간략하게나마 그 배경들을 더듬어 보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1) 팔레스틴(Palestine)

지난번 이스라엘 성지 순례를 통해 팔레스틴의 지역의 일부를 우리들의 발로 밟아 보았다. 남쪽에서부터 사막과 광야와 요단 강 지역의 아열대 지역 또한 이즈르엘 평야의 풍요로운 푸르름을 우리 눈으로 눈여겨보며 참으로 신기한 땅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가 팔레스틴이라 부르는 땅은 히브리 민족이 점령하기 이전에 살고 있었던 “블레셋”에서 유래한 이름인데 성서는 이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약속의 땅”, “가나안 땅” 등으로 부르며 왕국이 남북으로 분열된 후에는 북쪽을 “이스라엘” 남쪽을 “유다”로 불렀다.

이 땅은 아시아의 서남단에 위치한 작은 땅으로 북쪽 단에서 남쪽 브엘세바까지는 겨우 290km, 동서로는 그 반 정도에 불과한 땅이 성서에 나오는 팔레스틴 전부(지금, 우리나라의 약 8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작은 땅은 인류의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위하여 가장 적절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쪽은 시리아와 아라비아 사막으로 막혀 있고, 서쪽은 지중해가 막혀 있어서 오직 남쪽으로만 열려 있는데, 북쪽은 레바논 산맥을 넘어 인류의 4대 문명의 발상지인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이 나눠지는 지대인 메소포타미아 지방으로 통하고, 남쪽은 시나이 반도의 좁은 길을 따라 이 또한 인류의 문명 발상지인 나일 강 유역 이집트와 면해 있어서 고대에는 이 통로를 통하지 않고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두 대륙은 물론 유럽 대륙과의 교류와 접촉은 불가능하였다. 그러므로 이 땅은 고대 세계의 지리적 중심지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땅의 자연은 그 역사만큼이나 흥미롭다. 산악도 있고, 평야도 있고, 험준한 계곡이 있는가 하면, 호수와 바다도 있고, 또 사막도 있고, 북쪽에는 사철 흰 눈이 덮여있는 해발 2,800 여m의 헬몬 산이 솟아있고, 그 눈이 녹아내려 남으로 흘러내리는 요단강은 거기서 약 200 km 쯤에서 멈추어 지중해 수면보다 396여m나 아래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죽음의 바다 ‘사해’가 된다. 그리고 그 남부는 유대 광야가 네겝 사막에 이어 시내 사막과 광야로 뻗어 있다. 기후 역시 복잡 다양해서 열대도 있고, 온대도 있고, 한대도 있다. 열대와 온대와 한대가 혼재한 팔레스틴의 기후를 “북쪽 레바논 산맥은 겨울, 그 어깨쯤은 봄, 그 허리는 가을 그리고 발치께는 여름이 펼쳐 있는 땅”이라 한 말은 이 땅의 복잡한 기후 조건을 잘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팔레스틴은 요단강 서안을 위주로 북부와 중부와 남부로 구분 할 수 있는데, 북부는 갈릴리 지방, 중부는 사마리아 지방, 남부는 유대지방으로 나눌 수 있다.
북부 갈릴리 지방은 예수께서 성장하신 나사렛 동리와 많은 기적을 행하시던 주요 활동 무대인 갈릴리 호수가 있는 곳이다. 또 선지자 엘리야가 바알의 선지자들과 대결했던 유명한 갈멜 산이 지중해에 면해 있고, 수많은 전쟁이 벌어졌던 이즈르엘 평야가 펼쳐져 있다.
그 남쪽에는 북 왕국 이스라엘의 수도였던 사마리아가 있다. 같은 민족이면서도 북쪽 갈릴리와 남쪽 유대 사람들로부터 이방인 취급을 받아 서로 왕래는 물론 그 땅을 지나치는 것조차 싫어할 정도로 적대 관계에 있었다.
남쪽 유대는 성전이 있는 수도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정치 경제, 특히 종교의 중심지로서 명실공히 이스라엘 국가의 중심지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예수께서 탄생하신 베들레헴과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골고다 언덕, 그리고 다시 오실 것을 약속하시고 승천하신 감람산이 있는 거룩한 땅이다.
팔레스틴 기후는 크게 건기(乾期)와 우기(雨期)로 나눈다. 건기와 우기 사이에 (3월초에서 5월초) 극히 짧은 봄과 역시 극히 짧은 가을(9월 하순에서 10월)이 있기는 하다.
건기(5월- 9월)에는 거의 구름다운 구름을 볼 수 없는 불볕더위가 계속되어서 마치 사막을 방불하게 할 정도로 황량하다. 다만 밤이슬이 이 가뭄에서 초목의 생장을 도울 뿐이다.
우기에는 하루 종일 또는 며칠을 두고 계속 비가 내리는데 건기에 가물었던 메마른 땅과 초목을 소생하게 한다. 이 비는 남쪽보다 북쪽에 많이 내리고, 서쪽 해안보다 동남쪽 오지에는 적게 내리는 반면 서쪽 해안이 더 많은 비가 내린다. 또 서쪽은 바다의 영향을 받아 평온하다. 동쪽은 사막의 영향을 받아 변화가 극심하며, 요단 계곡에서는 한대와 열대를 겪어야 할 정도로 그 변화가 무쌍하다.
 
구약성서는 이 땅을 20회 이상이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표현하여, 성지를 생각하면 풍요롭고 기름진 땅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한마디로 이 땅은 누런 황토색으로 뒤덮인 광야, 물이 없어 모든 것이 말라 버린 불모의 황무지, 나무라고는 자라지 않는 산악지대, 북쪽 갈릴리 지방의 이즈르엘 평야(전체 면적의 5%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땅은 농사를 짓기 힘든 척박한 땅이요, 산악 지대다. 특히 전체 면적의 55%나 되는 남쪽 네겝 지방은 황무지 중의 황무지로 섭씨 40도 이상의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비가 내리지 않아, 식물이라고는 자랄 수 없는 불모지다.
이런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복된 땅”으로 약속하신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 이곳을 성별하여 거룩한 땅으로 삼으신 까닭은 무엇일까? 하나님께서 약속의 땅이라 하신 말씀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에는 참으로 궁금한 것이 많다.
 
 2) 이집트와 시나이 반도

이집트는 메소포타미아와 함께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서 오늘날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로 그 위용을 남기고 있는 땅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나일 강은 적도에서 장장 6,000여 km를 북으로 거슬러 흘러서 지중해에 이르고, 그 하구에 비옥한 대 삼각주(나일 델타)를 형성하여 카이로를 위시한 대도시를 형성하여 찬란한 이집트 문명을 꽃피게 하였다.
이 나일 강 일대 삼각주의 남서부에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수백 년에 걸쳐서 노예생활을 했던 땅이었으며 동시에 출애굽의 출발지가 된 고센 땅이 있다.
민족의 위대한 지도자 모세를 통하여 나타내신 하나님의 해방의 손길을 따라 약 400여 년의 노예생활로부터 대탈출을 감행한 이스라엘 민족은 “갈대바다”(홍해)를 건너 “낮에는 구름기둥, 밤에는 불기둥”의 인도를 따라 광야 길에 들어선다. 시내 광야에서의 40년은 이스라엘 민족으로서는 위대한 역사창조를 위한 시련의 시기였다. 서남부는 수에즈 만, 동남부는 아카바 만으로 둘러싸인 삼각형의 시내 반도를 유목 민족인 이스라엘 민족이 양떼를 몰고 남으로 북으로, 다시 동으로 서로, 그리하여 요단강 동쪽 여리고 맞은편에까지 이르는 긴 여정을 떠돌면서 이들은 시내산에서 계약(십계명)의 백성으로 다시 지음 받는 훈련을 거친다. 계약을 따라 생활하도록 훈련받은 이스라엘 백성은 비로소 “약속의 땅”으로 나아가게 된다. 실로 시내 광야는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의 탄생”의 땅이라 하겠다.
 
 3)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 지방

메소포타미아라는 말은 티그리스, 유프라테스의 양 대 강 사이의 지역으로 두 강 사이의 땅“이라는 뜻이고 이곳은 고대문명의 발상지로 인류 역사상 중요한 곳이지만, 성서의 세계에서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부르심을 받아 “장래 기업으로 받을 땅으로 나갈 쌔(히 11: 8)” 갈대아 우르 지역으로 유명한 곳이다. 뿐만 아니라 북 왕국 이스라엘의 수도 사마리아를 정복함으로써(주전 722년) 이스라엘 지파를 멸망시킨 앗수르 제국이 이곳에서 일어났고, 다시 100여 년 후인 주전 500년 느부갓네살의 바벨론 제국은 남 왕국의 수도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왕과 귀족들과 제사장을 비롯한 지도자들을 포로로 끌고 감으로써 “우리가 바벨론의 여러 강변 거기 앉아서 시온을 기억하며 울었도다.”(시 137:1)는 나라 잃은 백성의 처절한 비애를 읊게 한 인고(忍苦)의 땅이기도 하다. 

 4) 지중해 바울이 회심한 곳으로서의 특별한 의미가 있는 도시다.
수리아의 안티오키아는 스데반의 순교로 부터 시작된 박해에서 쫓기고 쫓는 숨막히는 위기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모여와 기독교를 꽃피우는 제2의 예루살렘 교회를 새웠던 신앙의 터전이다. 지금도 이곳을 찾으면 그 당시 어떻게 위험에서부터 신앙을 지켜왔는지,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동굴교회에서 신앙을 지켰던 흔적들을 보며 숙연해 진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예수를 따르는 무리들을 “그리스도인(행전11:26)”이라고 부르게 된 곳으로 유명하다.
 
다시 그 북쪽으로 올라가 소아시아 길리기아 주의 수도 다소는 바울의 탄생지다. 이곳에서 데베, 루스드라, 이고니온, 비시디아 안디옥을 거쳐 서쪽의 에게 해안의 중요도시 에베소는 로마가 아시아 아프리카 지배를 위하여 건설한 공로(이그나티아 대로)가 길게 이어져 있어서 바울을 위시한 초대 교회의 전도자들이 걸어서 또는 나귀등을 타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수없이 내왕한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또 서쪽의 소아시아에는 사도 요한이 계시록에 기록했던 일곱 교회가 있는 곳이다. 에베소, 버가모, 두아디라, 사데, 라오디게아, 빌라델비아, 서머나의 교회가 있다.
 
사도 바울은 드로아에서 배로 마케도니아로 건너가서 유럽의 첫 번째 교회인 빌립보 교회를 세우고 다시 데살로니가, 아덴, 고린도에까지 교회를 세움으로써 이제 지중해의 북쪽 해안에서 유럽까지 성서의 세계는 확장된다. 그는 죄수의 몸으로 로마 감옥에까지 전도의 영역을 확장하게 됨으로써 로마서 1장 28절에서 스페인 전도계획을 밝힌 것으로 볼 때 지중해 연안까지를 성서의 세계로 보아야 하겠다.
 
바울의 선교지를 순례하는 일은 아시아와 유럽을 있는 동과 서의 지리적인 사항, 그 당시의 정치적인 각축, 문화, 철학을 등을 고려하며 방문해야 의미가 있다.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