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화롯가 이야기들

샴 쌍둥이, 마샤와 다샤

행복나무 Glücksbaum 2007. 8. 31. 21:16

1990년대 초 러시아의 페레스트로이카와 함께 세상에 드러난 비운의 자매 마샤(Masha)와 다샤(Dasha)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97년에 발행된 이 불운의 자매의 전기 <마샤와 다샤>는 샴 쌍둥이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처절한 고통을 겪어야 했던 이들 자매가 겪어야했던 처절한 인생역정을 담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상흔이 채 가시지도 않았던 1950년 모스크바의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이 쌍둥이 자매는 바로 ‘샴 쌍둥이’ 였다. 상반신은 분리돼 있지만 허리 아래 하반신은 하나인 상태로 태어난 것이다. 옛 소련 소비에트 정부는 태어나자마자 이들을 부모로부터 빼앗았다. 부모에게는 이들이 숨졌다고 거짓말을 하고서는 극비리에 이들을 아동병원에 가두고 의학실험 대상으로 키었다. 쌍둥이는 알몸으로 유리 방에 갇힌 채 말을 배웠고 , 매일 아침 피를 뽑히는 실험을 받으며 자랐다.

 

소련정부는 마샤와 다샤를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강제로 빼앗아 국가 연구기관에 수용했다. 부모에게는 이들이 숨을 거두었다는 거짓 통보가 전해졌고, 이들은 생리학자인 아노힌 교수의 인간 몰모트가 됐다.

과학자들은 자매가 곧 숨질지 몰라 이름도 붙이지 않고 유리방 안에 넣고 관찰하다가 쉽게 죽을 것 같지 않을 만큼 자라고 나서야 마샤와 다샤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 이름이 생긴 뒤 관청에 접수된 이들의 출생신고서는 한 통이었다. 하체가 붙은 쌍둥이가 아니라 머리가 둘 달린 ‘괴물’ 로 생각한 것이다. 연구를 위해서 분리 수술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고, 결국 이들은 평생 붙어있는 몸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마샤와 다샤는 서로 부분을 나눠 교대로 지나온 삶을 담담하게 회고한다. 그러나 읽는 처지로서는 그렇게 담담할 수 없는 처절하면서도 고통스런 이야기들이다. 당시 실험기록에는 이 자매를 최대한 굶긴 뒤에 한 아이에게만 우유를 주었으며, 제대로 걷기조차 못하는 상태에서 한 아이에게만 우유를 주자 다른 아이가 울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너무나 당연해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것을, 과학자들은 샴 쌍둥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매일 아침 피를 뽑고, 몸에 침을 꽂는 등의 실험을 6년 동안 계속한 뒤 과학자들은 이들을 모스크바 의족 연구소로 보냈다. 아무도 이들에게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것들을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에 여섯 살까지도 이들은 기저귀를 찬 채 스스로 일어서지도 앉지도 못하고 몇 마디 단어만 늘어놓을 수 있는 정도였다. 자매는 의족 연구소에서 비로소 걷는 법을 배웠는데 처음 일어서서 목격한 것은, 거울에 비친 자신들의 흉측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연구소 생활 역시 성장 단계마다 의사들 앞에서 억지로 알몸이 되어 사진을 찍어야 하는 실험의 연속이었다 한다. 이후 여러 장애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뒤 이들은 성년을 맞자마자 다시 장애인이므로 직업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억지로 양로원에 수용됐다.

 

한 몸으로 붙어 있었지만 이들 자매의 성격과 개성은 서로 달랐다. 이 점이 이들에게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한다. 공격적이고 자립적인 마샤와 여성스럽고 차분한 다샤는 때론 싸우면서도 서로를 보듬으며 힘든 인생을 헤쳐나간다. 마음 여린 다샤가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고 알코올 중독이 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마샤는 강하게 동생을 이끈다.

 

80년대 말 소련 개방의 흐름 속에서 이들은 양로원에서 탈출해 독일 언론에 소개되면서 자유를 쟁취한다. 이 시도로 이들은 얼마간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했고, 이를 바탕으로 52살인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남아 현재 모스크바 제 6양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난 97년 이들은 박해 받아온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으로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이 책은 바로 그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 책을 통해 절규한다.

 

“우리는 어쩌다 몸이 붙어 태어난 쌍둥이 자매일 뿐이다. 도깨비도, 괴물도 아니다. 괴물을 오히려 우리를 엄마로부터 빼앗은 그 무리들이다.”

 

노보체르카스크 장애학교에서 동생 다샤는 한 장애인 소년과 사랑에 빠진다. 다샤가 키스를 하는 동안 마샤는 모른 척 외면해주면서 사랑을 키웠지만, 결국 사랑은 이루지 못하고 끝나버리고 만다. 학교 남학생들은 이들과 성 관계를 가질 수 있는지를 놓고 내기를 걸기도 했다 한다. 이들은 이런 고통 속에서 사춘기를 보내고 성년을 맞는다.

 

책에서 가장 가슴아픈 대목은 사랑에 대한 것과 엄마와의 재회장면이다. 서른 다섯 살, 수소문 끝에 만난 엄마와도 결국 헤어지고 만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어머니조차 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못하고 동정의 대상으로 여겼다. 이들을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어머니와 이별해야만 했다. 그리고 스스로 살아가는 삶을 택한다.

 

책을 읽다보면, 비록 외모는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만 이들 역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

샴 쌍둥이 일뿐 이들 또한 사랑을 원하고, 일하기를 원하고, 독립된 주체로서 자기 삶을 꾸려나가기를 바라는 평범한 보통 사람이란 것을…,

 

책은 마샤가 가족으로서의 자매사랑을 다시 확인하면서 삶의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끝맺는다. “우리는 둘일 뿐 없어서는 안될 가족입니다. 난 다샤를 지켜왔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갈 것입니다.”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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