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목전에 둔 대학생들은 이 맘 때쯤 취업 문제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갈고 닦고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지만 매정하게도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기약도 없는 긴 시간을 그저 ‘취업 준비생’이라고 하는 원치 않는 꼬리표를 달고 지내야하기 때문이 아닐까. 대학 졸업예정자들 혹은 취업 준비생들의 이 같은 고민은 비단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안녕, 정든 고향이여!” 이렇게 용감하게 외치며 해마다 외국으로 이민과 이주를 결정하는 독일인의 수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한 독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이미 많은 수의 대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어려운 독일보다는 외국으로 이주해 취업의 기회를 꾀하고자 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었다. 이를 증명이나 해주듯 2006년 통계를 살펴보면 한 해 동안 15만5천명의 독일인이 고향을 등졌다. 그리고 이 숫자는 2005년도와 비교할 때 7%나 증가한 것이다. 이 중 1만8천명은 스위스로, 1만4천명은 미국행을 결정했다.
취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독일 대학졸업자나 오랜 실업자의 생활을 접고 구직을 하려는 이들에게 스위스는 미국처럼 매력 있는 나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이미 10만8천여 명의 독일인이 그 곳에 제2의 보금자리를 찾았다.
스위스의 대중신문인 ‘Blick’은 나날이 급증하는 독일인 이민자의 수를 두고 ‘과연 스위스는 몇 명의 독일인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라는 타이틀로 이미 예전부터 존재해 온 스위스인과 독일인 이주자들 간의 문화적 불협화음을 우려한 기사를 다루기도 했다.
독일인들이 스위스 외에도 구직의 기회를 얻고자 선택하고 있는 인기국가로는 프랑스(7천6백 명)와 노르웨이(1천5백 명)도 있다. 그리고 그 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겨간 독일인의 수는 2000년도와 비교할 때 거의 3배가량이나 껑충 뛰어오른 수치라서 다시 한 번 주목된다. 또한 타국살이를 결정하는 이들 중엔 ‘고국 독일이 나를 실망시켰기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대답하는 이도 있다.
▲첨부하는 그래프는 연방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도 독일인들의 이민국 선택현황. 20개국 중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스위스이고 2위는 미국이다. ©www.auswanderer-blog.de |
얼마 전 슈피겔 온라인이 독일을 떠나 제2의 고향과 직장을 찾은 사람들 몇몇과 인터뷰를 시도했는데 그 중 한 명인 C. Mueller씨는 독일에서 실업자가 아니었지만 스위스로 이주해 왔다. 현재 스위스의 취리히에서 부인과 딸과 함께 살고 있는 뮐러 씨는 그 곳에서 자신이 바라던 꿈의 직장을 얻었다며 즐거워한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뮐러 씨는 대학 졸업 후 어렵지 않게 베를린의 한 작은 회사에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 때의 그 경험을 ‘내 인생 최악의 경험’이라는 말로 일축했다. 그 당시 직장의 분위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경직되어 있었고 자신의 의견을 펼 기회도 여지도 별로 주어지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희박한 승진기회와 성에 차지 않는 보수며 직업의 장래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런 실망감 때문에 그는 과감히 가방을 쌌고 취리히에 정착한 뒤 초반의 어려움을 모두 이겨낸 지금은 독일생활보다 더욱 만족스런 지금의 이국생활에 대하여 “나의 기대치 이상”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것은 다행히도 망설였던 이민이 성공한 경우라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낯선 곳에서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어려움으로 눈물을 짓기가 일쑤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설문결과 이민을 행동에 옮긴 독일인 3분의 2가 실제로 외국에서의 생활을 ‘생각한 것보다 힘들다’라고 대답했다.
설문에 응한 사람 중 71%는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난 뒤 언젠가는 다시 독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또 그들이 하나같이 꼽고 있는 외국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는 이민이나 이주 직후 첫 한 달 간인 것으로 드러났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집 구하기와 새로운 언어 배우기 등을 가장 힘들었던 경험이라고 했다. 그 밖에도 이주자 85%는 낯선 문화에 하루빨리 익숙해지기 위해 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72%는 타국에서의 생활을 즐겁게 해줄 새 친구 만들기 등도 그에 못지않은 중요한 일이라고 대답했다.
해마다 늘어가고만 있는 고학력 전문인력의 해외유출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독일정부는 이들을 고국에 붙들어두기 위한 대책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고 믿고 그에 대한 많은 대비책들을 속속 마련하고 있으나 이민을 꿈꾸는 독일 대학생들과 구직자들의 해외이주를 하루아침에 막기는 왠지 힘들어 보인다.(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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