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화롯가 이야기들

존재 그 쓸쓸한 자리

행복나무 Glücksbaum 2008. 1. 24. 21:45

 

 

 

 

 

 

존재 그 쓸쓸한 자리 / 이해인

 

 

언젠가 한번은 매미 처럼 앵앵 대다가
우리도 기약 없는 여행길 떠나갈 것을

언젠가 한번은 굼벵이 처럼
웅크리고 앉아
쨍하고 해 뜰날 기다리며 살아 왔거늘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풀잎 에 반짝이고
서러운 것은 서러운 대로 댓잎 에 서걱인다.

 

 

 

 

 

 

 

어제 나와 악수한 바람이
시체가 되어 돌아왔다

산다는 것의 쓸쓸 함에 대하여
누구 하나 내 고독 의 술잔 에
눈물 한방울 채워 주지 않거늘

텅 빈 술병 하나씩 들고
허수아비가 되어
가을 들판 에 우리 서 있나니

인생, 그 쓸쓸 함에
바라 볼수록 예쁜 꽃 처럼
고개를 내밀고 그대는 나를 보는데

 

 

 

 

 

 

 

 

인생, 그 무상 함에 대하여
달빛 이 산천 을 휘 감고도 남은 은빛 줄로
내 목을 칭칭 감고 있는데

내 살아가는 동안

매일 아침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 하거늘

그래도 외로운거야 욕심 이겠지


그런 외로움 도

그런 쓸쓸 함도 없다는 건

내 욕심 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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