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화롯가 이야기들

파란 양철 지붕

행복나무 Glücksbaum 2008. 4. 13. 12:59
                  
파란 양철 지붕 
구멍 뚫린 틈새 사이
아름다운 별들이 보이더니
어느새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와
소나기를 퍼 붙는다.
후두두 떨어지는 빗줄기
세찬 비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위태로운 판잣집 안
여인은 헌옷을 꿰매듯 세월을 바느질한다.
조그만 들 창가로 바라보는 바깥 풍경
붉은 수수밭 너머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철길 위로 기차가 달린다 
기적에 놀라 달려온 천둥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힘
비바람의 파편에 찢겨 하나 둘 
쓰러지는 수수밭의 알알이 영걸은 수숫대
질펀한 흙탕물에 젖은 채
번갯불에 잠시 보이던 창백한 뒷모습
하늘을 원망하며 목놓아 절규한다 
파란 양철 지붕 위에 비가 내리면 
또 다른 생의 굴레는 
미완성 옥타브 화음이 되어 행복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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