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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공동 경비 구역 JSA

행복나무 Glücksbaum 2009. 7. 22. 14:28

 
 
영화가 시대의 조류를 타기란 쉽지 않다. 특히 남북분단이라는 한국의 특수상황은 이산가족이라는 민간 차원의 문제를 뛰어넘는 이념, 체제의 문제가 공존하고 있다. 지난 8.15 이산가족 상봉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이념은 다르지만 남북은 한 핏줄일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시의 적절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개봉되었다.

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북한 병사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대치하는 팽팽한 긴장감의 현장, 지나간 역사의 상징적 소산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제복을 입고 눈빛만 마주친 채 표정이 없는 그들 사이로 남측에서 판문점을 관광 온 외국소녀의 모자가 바람에 날려 북측에 떨어진다. 잠시 흐르는 이상 기류. 이내 북측 병사가 모자를 건네줌으로써 남측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선 하나가 50년이라는 세월을 갈라놓은 개탄할 현실을 박찬욱 감독은 뇌리에 박히는 단 하나의 미장센으로 임팩트를 주었다.
판문점 내?돌아오지 않는 다리?의 북측 초소에서 칠 흙 같은 어둠을 뚫고 8발의 총성이 울려 퍼진다. 남쪽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침투한 북한군에 의해 납치된 남한 병사가 탈출하는 과정의 사건으로, 북쪽은 남한 병사의 기습 테러 공격으로 맞선다.
이 사건의 진실여부를 밝히기 위해 중립국감독위원회의 스위스 소속 소피 소령이 책임 수사관으로 급파되고 그녀는 그들 사이에 벌어진 그날 밤의 일을 추궁한다. 처음 이 사건은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 그 현장엔 몇 명이 있었는지, 현장에 없었다는 남 성식 일병이 자살을 기도한 이유는 무엇인지. 박 감독은 무거운 주제, 폐쇄적인 소재로 어두워질 수 있는 영화의 분위기를 회상 장면 속 남북한 병사의 인간적인 조우로 입막음한다.
술 한 잔에 체제를 잊고 총알을 이용한 공기놀이, 가족, 애인 이야기에 이념을 넘어 그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은 긴장감보다 웃음이 주도한다. 판문점 북한 초소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풀어간다는 기존의 의도와 달리 미스터리적인 추리의 긴장감이 소진된 면이 있지만 남북 군사의 코믹한 대사와 행동으로 휴머니즘적인 인간관계를 연출했다.
 
남한 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초소에 간다는 허구가 실재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이의가 제기되 청소년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처음엔 18세 등급을 받았지만 이념적 헤게모니를 완화하려는 국가 정책과 맥을 같이한다는 취지 때문일까? 15세 이상가로 관람 등급을 낮춘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