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자가 섣달 그믐날에 일꾼들을 불러놓고 볏짚 한 단씩 주며 새끼를 꼬라고 했다. 새끼를 꼬되 새끼손가락보다 가늘게 꼬라고 했다.
일꾼들은 투덜거렸다.
"아무리 지독한 주인이지만 섣달 그믐날까지 이렇게 새끼를 꼬라고 할게 뭐람? 그것도 굵은 새끼가 아니라 손가락보다도 더 가늘게 꼬라고 하니 밤새도록 꼬아도 이 볏짚을 어떻게 다 꼴 수 있담?"
어느 일꾼은 새끼를 꼬다 말다 하는가 하면, 어느 일꾼은 손가락의 몇 배나 굵게 꼬아서 빨리 볏짚을 없애려 했다.
그러나 한 성실한 일꾼은 아무 불평 없이 주인이 꼬라는 대로 가느다랗게 그리고 보기 좋게 꼬았다. 그는 다른 일꾼들이 요리조리 요령을 부려 일찍 끝내고 자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혼자서 밤새도록 새끼를 꼬았다.
다음날 아침, 주인은 커다란 주머니를 하나 들고 나왔다. "모두들 들어라. 작년 한 해는 다 나를 위하여 너무나 수고가 많았다. 이제 너희들이 꼰 새끼줄로 이 엽전을 마음껏 끼워 가져가거라. 돈은 얼마든지 있으니 가져가도록 하라. 단 새끼줄에 끼워 가는 것에 한한다."
이 말을 들은 일꾼들은 당황했다. 자기들이 꼰 새끼로는 돈을 끼워 가져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꾼들은 후회가 막급하였으나 이제는 별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주인이 하라는 대로 충직하게 밤새도록 가느다랗게 새끼를 꼰 일꾼은 그가 충성스럽게 한만큼 많은 엽전을 가져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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