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화롯가 이야기들

"성"(카프카)

행복나무 Glücksbaum 2009. 7. 27. 09:50

 

 

 

어느 겨울의 흰 눈이 내리는 날 밤, K로 불리는 주인공이 한 마을에 도착한다. 측량사인 그는 성(城)과의 계약 때문에 멀리 고향을 떠나 홀로 이 마을에 왔다고 자기의 출현 이유를 밝히는 동시에 권리를 주장하지만 마을사람들은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도 않거니와 오히려 냉대하고 말도 건네지 않는다. 고립상태에서 그는 부단히 성에 도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좌절하고 만다.

 

그러던 중, 성에서 파견됐다는 2명의 조수를 맞이하면서 자기 자신과 성과의 계약관계에 대해 믿음을 갖는다. 하지만 성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도저히 찾아지지 않고 성의 사자란 조수나 마을사람 모두 냉정한 상태를 견지할 뿐이다. 설사가상으로 K는 애정관계에서도 실패한 뒤 결국 이 마을에서 어떤 권리도 가지고 있지 못한 이방인으로 남아 불안에 시달린다. 주인공 K는 임종할 때야 비로소 성에서 전갈 이 온다. 성에 대한 계약관계나 권리를 정식으로 인정해주는 건 아니지만 이제 마을에서 살고 일해도 좋다는 허락이다.

 

 

--

 

카프카 연구가들은 성을 신의 은총 내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고원 한 지혜의 상징으로 해석한다. 때문에 성에 도달하려던 K의 노력은 곧 인간계(마을) 밖을, 절대세계를 구하려는 노력으로 간주되고 그의 편력은 "지옥"과 천국을 거친 단테의 그것과 비교된다고 말한다.

끝내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숙명적인 좌절상태는 괴로움을 단지 참을 수밖에 달리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막다른 세계에 놓인 인간의 조건에 해당되어 단테의〈신곡〉에서 고뇌하는 인간과 비교가 된다. 카프카 자신이자〈성〉의 주인공이기도 한 K의 존재 상태는 카프카가 약혼자의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 잘 요약되어 있다.

 

…저는 저의 가족 속에서… 이방인처럼 아주 낯설게 살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아버지에게, 인사말 이외의 다른 말을 해본 적이 거 의 없습니다… 누이들과는… 절대로 대화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카프카의〈성〉은 단테의〈신곡〉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서이다. 단테가〈신곡〉에서 자신의 시대와 인간조건을 서술했다면, 카프카는〈성〉에서 20세기와 그 시대의 인간조건을 진술한 셈이다.〈성〉은 곧 카프카의 〈신곡〉이다.

 

 

 

 

 

'Wälbs > 화롯가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실의 댓가  (0) 2009.08.02
빈처(貧處)  (0) 2009.07.28
"주홍 글씨"(나다니엘 호오손)  (0) 2009.07.26
"명분과 실속"(고정욱)  (0) 2009.07.26
"사랑"(백도기)  (0) 2009.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