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화보인 '여의주'에 이런 글이 실려 있다.
“순간, 원망스러운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사람들의 이름도 써 내려갔다. ...
이번에는 좋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다시 노트를 폈다. 자신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 준 사람들, ...
이름을 써 내려갔다.
그는 내일부터 그들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어쩌면 한 달 내 내 편지를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노트를 처음부터 한 장씩 넘겨보았다. 7페이지에 시선이 멈추었다.
그는 진한 연필을 꺼내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지워갔다.
전혀 보이지 않게 칠해갔다.
직장생활 중 그를 괴롭혔던 상사와 동료들의 이름이었다.
아침 햇살과 함께 정말 오랜만에 그의 얼굴에 평온이 밝게 비쳤다. 실직 후 처음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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