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화롯가 이야기들

소년 에덤 킹 이야기

행복나무 Glücksbaum 2009. 10. 17. 07:32

 

   

에덤 킹(9) 소년이 한국 프로 야구의 성년을 기념하는 시구에 앞서 서투른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 나의 영웅은 미국의 전설적 홈런 왕 베이브 루스 입니다.” 라고 인사를 하자 잠실구장을 메운 3만 관중은 일제히 격려의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손가락이 붙고 두 다리가 썩어 들어가는 희귀한 질병을 앓아 한국의 친부모마저 포기한 에덤 킹 소년은 미국에 입양돼 세 번 걸친 외과 수술을 통해 허벅지 아래를 모두 잘라낸 뒤 티타늄 의족을 딛고 일어섰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기 위해 빨강, 파랑의 티타늄 다리를 뒤뚱거리며 걸어 들어가는 모습은 흡사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화성 소년 같았지만 표정은 누구보다 밝고 건강했다. 장애소년의 시구는 한국 프로 야구 20년 사상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조국과 친부모에게 버려진 장애소년을 데려가 구김살 없이 유머 감각까지 풍부하고 야구를 즐기는 소년으로 키운 미국인 밥 킹 씨의 무한한 인간애가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장애 아를 하나 키우기도 힘들다는데 입양 자녀가운데 5명이 장애아이다. 킹 씨는 친자녀 세 명 외에 입양 자녀를 합하면 9명이나 되었다. 한국에서 4명을 입양한 킹 씨는 또 다시 뇌성마비 장애 아를 한국에서 입양할 예정이라고 한다.(7월경)

한국은 6.25 전란시절에 얻은 고아 수출국의 수치를 세계 11위 수준의 경제규모에서도 여전히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보육원에서 아이를 자라게 하는 것은 아동학대라고 인식하고 있어 고아 수용시절이 사라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인들은 핏줄로 구성된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서면 마음의 눈을 닫아버리는 폐쇄성과 편협성이 지나친 편이다. 미혼모 등에 의해 버림받고 고아원에 수용된 아이들의 99.5%가 해외에 입양되고 있다. 소수의 국내입양도 장애 아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동네에 장애인시설이 들어서려 하면 집단반발에 나서는 나라이니 인권과 복지를 말할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킹 씨 부부의 큰사랑과 킹 소년의 해맑은 미소에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새겨 보며 사랑과 희망이 가득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 핏줄만 가슴에 품는 ‘작은 성’을 깨고 나서서 소외된 이웃사랑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 생각해 본다.

 

뜻 깊은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프로야구 개막 전 기념 시구를 통해 많은 한국인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던 장애인 해외입양아 에덤 킹 군(9)과 그를 훌륭히 키워낸 밥(48․엔지니어), 다나 킹(49) 부부로부터 가족들의 따뜻한 최근 소식을 들어보는 인터뷰를 마련하였습니다.

 

> 최근 에덤 킹의 일상 생활은 어떠한가?

 

에덤은 가까운 동네의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으며 그의 여동생 사라도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들은 학교에서 많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으며 아담은 수학과 읽기 등을 좋아하며 물론 방과후 친구들과 야구 경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에덤의 건강 상태는 전반적으로 좋습니다. 발과 오른손의 수술 후에도 별 고통을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학교와 야구팀 교회 등에서 많은 친구가 있으며 그의 제일 친한 친구도 역시 같은 교회와 보이스카웃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전선의 병사로 때로는 닌자 전사로 또는 해적영웅으로 장난을 치는 평범한 아이로서 자라고 있습니다.

 

> 에덤 킹의 한국을 방문했던 소감은 ?

 

에덤은 한국방문을 매우 뜻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먼저 그는 한국방문을 통해 그를 4살까지 돌보아준 양모와의 재회를 통해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었으며 한국 거리를 거닐고 사람들을 만나고, 미국에서 한국관련 행사에 많이 참여하고 있지만 직접 한국을 방문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담은 이번 여름 한 주간의 한국학교 참가 프로그램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에덤이 한국 장애인 친구들에게..

 

이제 서서히 아담은 그의 인생과 목표에 대해서 인식해 가고 있으며 그 자신 스스로를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신발을 신 듯이 단지 그는 그 자신의 신발을 신을 뿐입니다. 그가 넘어졌을 때 그는 웃으며 다시 일어섭니다. 그는 한국의 모든 장애인 친구들을 향해 말합니다. 계속 도전하라고 그리고 반드시 하기로 마음먹은 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 한국에 있는 장애 아동의 부모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은?

 

당신의 아이를 신체 장애라는 것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하세요! 당신의 아이는 그 신체 장애라는 것 때문에 더 힘든 삶을 살게 될지 모릅니다. 우리는 장애 아를 기르는 것에 대해 이 곳 미국에서 더 쉽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들의 평범한 삶이라는 권리를 누리도록 해주고자 노력합니다. 오늘날 다양한 정부 단체나 학교들의 지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부모가 이 아이들의 권리를 요구하려 들지 않는다면 많은 아이들이 장애라는 이유 때문에 무시당하고, 기피되며, 교실 뒤로 숨겨질 것입니다.

 

많은 경우에 이 아이들은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그들만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시간이 걸리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의 권리에 대해서 현재의 미국에 이르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아이들이 신으로부터의 훌륭한 선물이며 그들이 성공하도록 북돋아주고 그들에게 절대적 사랑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것이 결국 부모의 몫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 당신의 가족에 대해서 ...

 

우리는 그렇게 특별한 가족은 아닙니다. 우리도 역시 다른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행복과 아픔을 겪었습니다. 우리는 단지 바쁜 것뿐입니다. 우리가 양부모이거나 혹은 데이케어에 대한 것 때문에 많은 질문을 받아왔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을 입양하였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말할 때, 아이들 중 몇 명이 친자식이냐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에게는 11명의 친자식이 있습니다. 3명에게는 출생 증명서가 있는 것뿐이고, 나머지 8명은 입양 법 절차에 따라 우리의 품에 안기게 된 것뿐입니다. 사람들은 또한 그 아이들 중 친 형제 자매가 있는 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물론이죠." 그 아이들은 모두 친형제 자매입니다. 우리는 그 아이들이 우리 곁에 오게된 경로나 그 아이들이 장애인이라는 점 때문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들에 대해 구별을 짓는다면 그것은 개개인의 개성 즉, 그 아이들의 존재에 대한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누고 있는 점입니다. 그들은 친형제이고 자매인 것입니다.

 

우리는 훌륭한 아이들로 인해 하나님에게 큰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새 아이가 우리 가족과 함께 살아가게 되는 축복을 또 다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도합니다. 사람들이 우리도 그들과 다름없이 신에게 참을성과 힘을 달라고 기도하고 의존하는 보통사람이라는 점을... 그리고, 일생에 한번쯤 겪는 인생의 도전을 어떻게 헤쳐나가는 지를 보아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만약, 사람들이 그러한 사실을 수긍하고 받아들인다면 그들 역시 아이의 입양을 생각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 아이가 비록 장애 아 일지라도, 그 가족에겐 하나님이 우리를 선택하신 것과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하느님이 당신과 함께 할 것입니다.

 

 

 

 

* 에덤 킹에 관하여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교외에 사는 에덤 킹(9)군은 친구들과 야구경기를 즐기는 보통 소년이다.

 

빨강, 파랑의 티타늄 다리 탓에 뛰는 속도는 좀 느리고, 멋진 안타를 치고 난 뒤 V자를 그리는 손가락이 남다르지만 초롱초롱한 눈빛과 밝은 미소는 또래들과 다른 점이 없다.탁월한 유머 감각과 거침없는 표현으로 동네 사람들과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는 인기스타로 통한다.

 

그런 에덤은 태어날 때부터 심각한 장애를 갖고 있었다.손가락이 모두 붙어 있었고, 무릎 아래로는 다리도 없었다.네 살 되던 해 한국의 친부모가 양육을 포기하고 미국에 입양을 요청했다?장애 아를 입양해 키우고 싶다?는 밥(48․엔지니어), 다나 킹(49) 부부와 연결됐다.

 

킹 부부는 입양 직후 에덤을 LA 종합병원으로 데려가 정밀 검진을 받게 했다. 어떤 치료로도 정상인과 똑같아질 수는 없었지만 부부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수 차례의 외과 수술로 에덤은 앉아서만 지내던 생활에서 벗어났다.손뼉을 치기도 힘겨워했던 에덤은 단 2차례의 손가락 분리수술로 예쁜 손가락을 갖게 됐다.

 

밥 킹 씨는 "에덤은 수학 분야에 뛰어난 재능이 있어요. 영재교육이 필요한지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에덤은 과학자가 되고 싶어 하지만 워낙 유머 감각이 뛰어나 코미디언이 된다면 빌 코스비를 능가할 것 같아요."라고 미소지었다.

 

킹 씨 부부는 11남매를 두고 있다. 친자녀는 셋이고 다른 아이들은 모두 입양한 자녀들이다.한국에서는 에덤 말고도 데이비드(13), 레베카(10), 피터(8)를 입양했다.인도에서 리나, 미국에서 조너선, 새러, 윌리엄을 입양했다.피터는 언어장애와 정신지체, 리나는 다리 기형, 조너선과 새러는 지체장애, 윌리엄은 팔 기형이다. 장애인 입양자녀가 자그마치 6명이나 된다.

 

부부는 장애아를 입양하기로 결심하기가 어렵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펄쩍 뛴다.?결혼 전 아이를 둘 낳고 둘 입양하자고 약속했지요.셋째인 제시카가 두 살 되던 해 데이비드를 한국에서 입양했습니다.그 뒤로는 하느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그냥 따랐습니다.특히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사진을 본 순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습니다.그만큼 가족의 손길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죠.장애아를 쉽게 포기하고 입양도 꺼리는 한국인들을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무릎 아래 다리가 90도로 꺾여 있던 리나는 두 차례의 외과수술과 재활치료를 통해 약간 다리가 굽은 정도까지 교정됐다.걷는 속도가 조금 느릴 뿐이다.뇌 기형이라던 조너선은 말을 배우는 속도가 좀 더딜 뿐 두뇌에는 이상이 없었다.학습 능력이 보통 아이들보다 약간 떨어지는 세러와 피터는 반복 학습을, 한쪽 팔이 없는 조너선은 한 손과 턱을 이용해 물건을 쥐게 하고 있다.아이들의 얼굴에서는 장애의 어두운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부모에게 되돌려주는 보람과 기쁨은 정상 아이들보다 훨씬 큽니다.한 마디만 했으면 하는 아이가 두 마디를 할 때나, 걸을 수만 있으면 했던 아이가 뛰어다니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고 용감한 아이들의 부모라는 게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물론 부부에게도 힘들 때는 있다.아이들이 수술을 받을 때다.장애 아를 입양하기 시작한 91년부터 지금까지 28차례의 크고 작은 수술을 경험했다.수술을 받고 아파하는 아이들의 머리맡을 지키는 일은 무척이나 고통스럽지만 나날이 상태가 좋아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하나님의 위대한 사랑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킹 씨 부부는 "뱃속에 있는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 알 수 없듯이 장애아인지 아닌지를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어디가 어떻게 됐건, 평생 휠체어를 밀어야 한다 해도 우리가 키워야 할 우리 자식입니다.사랑으로 아이들을 고쳐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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