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화롯가 이야기들

나눔의 수호천사들

행복나무 Glücksbaum 2009. 10. 17. 08:48

 

 

"절망의 땅" 잠비아, 그곳에서 희망이 피어난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온 지 2천 년, 그 동안 사랑의 복음을 전하려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전쟁과 소외, 심지어 종교의 차이에 따른 갈등마저 전혀 사그라 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수가 태어나고 죽임을 당했던 땅에서는 오늘도 아버지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던 어린이가 대로에서 총에 맞아 죽어 가고 있고, 이러한 죽임이?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또 한편에서는 '순교'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기도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남긴 가장 큰 은총이 사랑이라고 되뇌면서도 서로 다른 '믿음’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벽이 놓여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차디찬 지하도에서 신문지를 덮고 잡을 자는 노숙자들이 늘어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외제 유명 브랜드와 골프장을 찾는 발길이 분주해지고 있고 외국 관광으로 물 쓰듯 돈을 뿌려댄다. 이웃이야 어찌되든 말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목적을 위해서 수단을 정당화하는 한탕주의가 팽배해져 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나만을 위해서 그릇을 채울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일해서 땀 흘려 돈을 벌고,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여 배고프고 굶주린 이웃에게 나눌 수 있는 건강한 자본주의를 만들어야 하지 않는가.

 

 

잠비아에서 피어나는 한국인 수녀들의 봉사

 

아프리카 잠비아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수녀들의 삶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또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 해답은 의외로 쉬웠다. 메시지는 수녀들의 삶 속에 있었다. 바로 ‘나눔’이었다. 그것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이었다.

 

우리의 생활 수준은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됐지만,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나누어 갖는 마음은 아직 초보적이라는 판단에 서있다. 그것도 일회성의 행사가 아니라 소득의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사회를 위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기부하는 서구 선진사회의 풍토를 받아들여야만 우리의 공동체가 한층 건강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그리스도의 사랑이 그랬듯이 인종과 종교, 이념의 벽을 넘어서는 세계 안의 모든 이들의 사랑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나눔은 그런 너와 나의 구분을 마음속에서 지웠을 때 가능하다.

   

에이즈가 창궐한 '무푸리라'

 

잠비아의 무푸리라는 '코퍼 벨트(copper belt)'라 하여 아프리카의 구리 광산이 집중된 곳이었다. 영국 식민지 시절, 구리를 캐기 위해 영국인들이 몰려왔고, 원주민인 흑인들은 구리 광산의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징집됐다. 그렇게 해서 형성된 도시가 무푸리라였다. 한때는 유럽의 식민지로, 지금은 유럽이나 아메리카 등 선진국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금과 다이아몬드 등의 생산지로 ‘봉사하는땅. 그러면서도 UN을 창구로 선진국이 선심 쓰는 원조와 구휼의 땅. 지금은 가난과 기아의 고통 위에 에이즈(AIDS)라는 천형이 무겁게 짓누르는 땅,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여느 나라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곳이 잠비아의 무푸리라 다.

 

잠비아는 인구 1천만 명 중 에이즈 감염 율이 공식적인 집계로 60%를 웃돌고, 실제로는 80%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는 나라다. 전 국민의 평균 수명이 35세이고, 에이즈로 인한 고아가 넘쳐나는 곳이다. 자연과 대지로부터 인간이 밀려나는 '엑소더스'(이주)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무푸리라에는 인구가 약 1만 5천 명인 빈민촌 컴파운드가 있다. 이곳 컴파운드는 아프리카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난과 질병, 에이즈가 뒤섞여 있는 그야말로 절망의 땅이다.

위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우물과 화장실, 10여 명의 가족들이 모여 사는 먼지가 풀풀 날리는 조그만 흙집들, 하루 한 끼 정도로 연명하며 아파도 병원이나 약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 열 서너 살만 되어도 아기 엄마가 되어 어린이와 어른이 아닌 청소년을 찾아보기 힘든 곳이 바로 이곳 컴파운드다. 이곳의 여인들은 30대 후반까지 1인당 평균 10여 명의 자식을 낳는다.

 

 

'절망의 땅'에 희망을 심는 여섯 명의 '천사'

 

이 무푸리라의 컴파운드에 한국인 수녀들은 5년째 생명의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희망의 복음은 들리지 않고 절망의 신음 소리만 들려오는 곳에서......

 

이들은 매일 아침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기도와 함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7시에는 아침을 먹고, 8시가 되면 각자의 일터로 나간다. 오전 일을 마친 12시가 되면 모두 다시 집에 모여 점심을 먹은 후 오후 일을 시작한다. 하루 일과가 끝나는 오후 6시에는 저녁 기도가 시작되면서 엄격한 수도자의 생활로 돌아온다.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하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각각 다르다.

 

- 수녀 임마꿀라타 : 에이즈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활동과 방문 간호, 그리고 자원 봉사자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치료해 주고, 죽어 가는 사람들이 편안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수녀 바울라 : 임상 병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자격증을 땄지만, 현지의 풍토병이나 다양한 질병에 대처하기 위해 현지 병원에서 다시 6개월 간의 실습을 마치고, 지금은 임마꿀라타 수녀의 일을 돕고 있다.

 

- 수녀 임마누엘라 : 40헥타르의 땅에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작년에 처음 옥수수를 수확했고, 올해는 재배 작물을 다양화할 생각이다. 임마누엘라 수녀는 직접 땅을 갈고, 나무를 심고, 씨를 뿌리면서 농사에 대한 철학이 생겼다. 아프리카에서는 트랙터 등의 기계화 영농이 아니라 소로 땅을 가는 재래식 영농이어야 한다는….

 

- 수녀 마리아 :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위해서 고아원과 학교를 운영한다.

 

- 수녀 세레나 : 바느질을 가르친다. 컴파운드에 사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말이 아니기 때문에 의복을 개량하고, 어머니들이 부업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바느질의 목적 중 하나다.

 

- 수녀 테레지나 : 성당 일을 돕는다.

 

 

4년 동안 일궈 낸 신뢰와 존경

 

한국인 수녀들이 맨 처음 잠비아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4년 전이었다. 당시 초기 선교 일을 하던 유럽인들이 힘에 겨워할 때 기꺼이 자원하여 시작했던 인원이 다섯 명, 지금은 인원도 아홉 명으로 늘었고, 하는 일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지 인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존경을 받는다는 사실이 이들이 힘든 여건 속에서도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잠비아에는 흑인 노예 사냥시대의 유산인지 '아바숭구(흰둥이들)'가 어린이들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설이 미신처럼 존재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취재팀이 다가갔을 때 어린이들은 도망을 가고 울음을 터뜨렸다. 수녀들이 잠비아에 처음 왔을 때도 그랬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동고동락한 지 4년 만에 마을에 수녀들이 나타나면 어린이들은 '알로 시스터!(안녕 수녀님)'를 외치며 달려온다. 아바숭구를 구경하기 힘들었던 이 마을에서 수녀들은 가장 반가운 외국인이자 친구인 것이다. 에이즈에 걸린 환자들의 고름을 짜낼 땐 혹시 감염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움츠리기도 했고, 그토록 교육을 시켰음에도 에이즈에 감염된 환자가 다수의 이성 친구들과 태연히 교제하는 모습에 절망하기도 했지만, 잠비아에서 우리나라의 수녀들의 희망 찾기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우기를 맞아 농장에 씨를 뿌리고 유실수를 심고, 자원 봉사자들을 비롯해 현지 인들을 재교육시킨다. '절망의 땅' 잠비아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현지 어인 ‘벰바 어’를 배우고, 힘들 때는 간절한 기도로 이겨낸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념과 종교, 인종과 대륙을 뛰어넘어 사랑을 나눠주었기에, 나와 같지 않다는 이유로 편을 가르고, 나누어져 있다는 이유로 벽을 쌓지는 않았기에 수녀들의 나눔의 사랑은 오늘도 계속된다. 예수 그리스도는 사랑이고, 사랑은 나눔이기 때문에….

 

새로운 천 년에 맞이하는 성탄절에 축하의 찬송과 캐럴을 부르기에 앞서 우리가 진정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잠비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녀들이 삶으로 제시한 사랑 나누기, 가진 것의 나누기가 아닐까?

나만의 그릇을 채우기 위해 정신 없이 달려가는 사람들의 부정이 뉴스마다 판을 친다. 사랑의 나눔으로 우리 모두의 그릇을 채우기 위해 진정으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01-11]

 

 

 

 

'Wälbs > 화롯가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누기  (0) 2009.10.26
사랑과 행복  (0) 2009.10.22
'운수 좋은 날'(현진건)  (0) 2009.10.17
'화수분'(전영택)  (0) 2009.10.17
소년 에덤 킹 이야기   (0) 2009.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