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화롯가 이야기들

도종환, 담쟁이

행복나무 Glücksbaum 2007. 6. 12. 20:53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 >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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