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화롯가 이야기들

"능금"

행복나무 Glücksbaum 2003. 6. 4. 13:08

 

 

1.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서

스스로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l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祝祭)의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음(餘音)을 새긴다.

 

2.

이미 가 버린 그날과

아직 오지 않은 그날에 머무른

이 아쉬운 자리에

시시각각(時時刻刻) 그의 충실(充實)만이

익어간다.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가을이 그에게

한결 같은 애무(愛撫)의 눈짓을 보낸다.

 

3.

놓칠 듯 놓칠 듯 숨 가쁘게

그의 꽃다운 미소(微笑)를 따라 가며는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

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윽이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시, 김춘수(金春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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