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서
스스로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l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祝祭)의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음(餘音)을 새긴다.
2.
이미 가 버린 그날과
아직 오지 않은 그날에 머무른
이 아쉬운 자리에
시시각각(時時刻刻) 그의 충실(充實)만이
익어간다.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가을이 그에게
한결 같은 애무(愛撫)의 눈짓을 보낸다.
3.
놓칠 듯 놓칠 듯 숨 가쁘게
그의 꽃다운 미소(微笑)를 따라 가며는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
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윽이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시, 김춘수(金春洙)
'Wälbs > 화롯가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운틴 맨” (0) | 2003.07.18 |
---|---|
비극의 오아시스 나무 (0) | 2003.06.12 |
한 하느님 (0) | 2003.01.04 |
사랑의 첫번째 의무 (0) | 2002.11.27 |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0) | 2002.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