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너무 길게
미워하며 살아 미안해요
쓸모라곤 하나도 없었네요
임진나루 철조망 길
당신을 만나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보는데 참 좋았어요
보라색 꽃잎 주위
햇빛이 모여들어요
햇볕에서 꿀벌 냄새도 나고 은하수 냄새도 나고
쩜벙쩜벙 뛰는 칠성장어 소리도 들려요
녹슨 철조망 입맞춤하는 당신
부끄럽고 미안해요
주말의 목구멍에 삼겹살 쑤셔넣으며
최저임금 인상이나 양성평등을 위한 모임에 나가 몇마디 외치고 돌아올 때
이것이 삶인가 노래인가 늘 마음이 아팠지요
너무 오래
너무 길게
외면하며 살았지요
반쪽의 내가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관심 없었지요
엎어지고 깨지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얘기 들으며
나는 나고 너는 너다
그냥 고개 끄덕이며 지냈지요
녹슨 철조망 환하게 웃는 당신
당신에게 보랏빛 햇살의 항기를 드려요
우리 이제 제발 기억하고 살아요
나는 너고 너는 나다
우리 이제 서로 버리지 말아요.
시, 곽재구
[21. Augus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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