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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멈추어진 세계, 선명해진 경계'

행복나무 Glücksbaum 2023. 1. 22. 09:06

임영신 - '코로나, 멈추어진 세계, 선명해진 경계'

필자 소개: 임영신, 현 이매진피스 공동책임자.
<평화는 나의 여행>, <희망을 여행하라> <여행과 인권>
(1편) '코로나, 멈추어진 세계, 선명해진 경계' 목차
1. 들어가는 글: 배 위에서 마주한 세상의 경계
2. 여행하는 세계, 이동하는 사람들
3.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여행하고 있는 사람은..
4. 코로나, 멈추어진 세계, 선명해진 경계
5. 여권, 여행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국가들의 권리
6.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편집자 주: <세계민주인권을 보는 8개의 시선>, 두번째 시선
복합위기에 대한 대처는 복합적이어야 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벌어지는 '민주주의와 인권 위기'을 목도하며 8명의 필자가 고민과 성찰을 나눕니다. 오늘 게재될 기고문은 #임영신 필자(#이매진피스 #ImaginePeace)의 <여행과 인권>(1편) '코로나, 멈추어진 세계, 선명해진 경계'다. 내일 게재될 2편 '여행할 권리 Vs 여행을 금지할 권리: 이스라엘 관광과 팔레스타인 인권'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Institut Politik und Kultur 독일 정치+문화연구소 이진 Jean Yhee 드림
- 독일 정치+문화연구소 <세계민주인권을 보는 8개의 시선 > 프로젝트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및 #민주인권기념관 이 지원합니다]

<여행과 인권>

1. 들어가는 글: 배 위에서 마주한 세상의 경계
여러 해 전의 일이었다. 일본의 피스보트라는 세계일주 크루즈에 초대되어 한 달 여 승선해 함께 여행한 적이 있다. 피스보트는 해마다 세 차례 정도 도쿄를 시작으로 몰디브, 수에즈 운하, 베네치아, 크로아티아, 런던, 뉴욕, 이스터 섬, 아르헨티나 같은 세계의 아름다운 기항지 20여 곳 정도를 경유해 도쿄로 돌아오는 세계일주 크루주를 운항한다. 시간 경계선을 지나는 날이면 다이닝 테이블 위에 시차의 변경을 알리는 안내문이 올려져 있기도 하고,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때면 갑판에 나와 탄성을 지르며 경관을 마주하기도 했다. 기항지에서 다음 항구까지 배에서 머무는 동안은 매일 아침 선실에 하루에도 수백 개씩 배위에서 열리는 프로그램과 사람들의 소식을 안내하는 신문이 배달된다. 유명작가의 강연부터 평화행동까지, 다도, 요가에서 지뢰제거 자원봉사 모임까지 평화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키워드로 세상과 사람을 만나며 여행하는 작은 지구마을인 것이다. 기항지에 내릴 때면 수십 개의 투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항구에 내리기 전 배 안에서 그 나라 입국에 필요한 비자며 수속을 모두 처리해 준다. 그러나 배 위에선 평등한 여행자였던 사람들이 배에서 내릴 때면 저마다 국적과 여권에 따라 다른 줄에 서야 했다. 대부분 무비자 협정이 체결된 일본인들이 가장 먼저 내리고, 남미 출신의 언어 교사들, 아시아에서 온 게스트들은 오래고 복잡한 수속과 절차 후에야 비로소 항구에 내릴 수 있었다. 하물며 대부분 필리핀 출신이었던 크루즈 선원들은 내리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기항지가 허다했다. 우리가 다다른 곳이 그저 항구가 아니라 국경임을, 그 경계는 좋은 여권과 나쁜 여권을 가진 사람들로 우리를 분류하고 있음을 뒤에 남겨진 이들을 보며 몸으로 마주하던 시간이었다.

(그림1) 1천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일 년에 지구 세바퀴를 도는 피스보트 지구일주 크루즈 여정표

2. 여행하는 세계, 이동하는 사람들
1950년, 2천 5백만 명이었던 세계 관광인구는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11억 8천 4백만 명에 다다랐다.(*각주1) UNWTO는 2030년까지 20억의 인구가 여행하게 될 것이라 예측했다.(*각주2)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대한민국의 해외여행 출국자 수는 2,871만 명을 돌파, 국민의 60% 이상이 여행하는 높은 출국율을 기록했다. 저가항공의 발달과 소득이 올라가며 명절이면 고속도로 귀성풍경 대신 공항의 해외여행 인파를 비추는 뉴스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코로나로 인해 모든 여행이 멈추어 있었던 2020년 11월, 인천공항공사가 내국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 백신을 맞는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9.1%가 여행을 선택했다.(*각주3) 끝이 보이지 않던 코로나가 2년 반 만에 풀리기 시작하는 2022년 여름부터 세계는 다시 여행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코로나 이전의 세계는 모두가 여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코로나의 멈춤 속에서 우리들의 여행을 인권의 시선으로 톱아보려 한다. 2016년 9월 27일, 세계 관광의 날(World Tourism Day)을 맞아 세계관광기구(WTO)는“모두를 위한 관광_보편적 접근성의 증진(Tourism for all_Promoting Universal Accessibility)”을 선포했다. 같은 날, 교황청 역시 “관광은 단지 기회가 아니라 모든 이의 권리이며 특정 사회 계측이나 지역에 국한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야 한다”며 담화문을 발표했다.(*각주4) 담화문에서는 1999년 발표된 세계관광윤리선언 (Global Code of Ethics for Tourism)은 “관광은 온 인류에게 평등하게 열려있는 기회이며..... 어떤 장애도 있어서는 안 된다”(*각주5)고 ‘관광의 권리’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3.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여행하고 있는 사람은..
강조법은 늘 그렇듯 그 말이 가르치는 반대쪽을 돌아보게 한다. 2002년 출간된‘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If the world were a village, David Smith, 2002)의 백분율로 세상을 압축하는 셈법을 관광을 대입해 보면 새로운 지도 한 장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만약,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여전히 그 중에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은 단 16명에 불과하다. 그 중 9명은 유럽인, 3.8명이 아시아와 호주사람이다. 그리고 나머지 2.2명은 북미인이며, 마지막 남은 1명이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그리고 중동이라는 거대한 세 지역을 합한 사람이다. 만약 한 대륙의 인구가 100명이라면 서유럽인 69명이 여행하는 동안 아프리카 사람은 1명이 여행하고 있는 셈이다.(*각주6) 모두가 국경을 넘고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여행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좋은 여권’과 경제적 여건을 가진 ‘좋은 국적’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피스보트의 기항지에서 마주했던 그 경계는 더욱 선명하고 섬세하게 작동하며 사람들의 출입국을 통제하고 있고, 여행할 수 없는 나쁜 여권을 가진 사람들을 세계는 더욱 치밀하게 걸러내고 있었다. 다만 이제 우리가 그 경계를 통과할 경제적 지위를 갖게 되었을 뿐……. ‘국가, 경계. 질서’의 저자 가브리엘 포페쿠스는 우리가 여행하니 세계도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다는 우리의 착각에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설명해 준다.
“특정 부류의 사람에게는 이웃 국가, 고속도로, 건물의 특정 장소에서 경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으며, 반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이러한 경계가 너무나도 뚜렷하고 현실적인 것이 된다. 네트워크화 된 경계가 있지만 그 경계를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말해준다. 그들에게도 경계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이 경계를 인식하지 않고 경계를 인식하지 않고 넘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지닌 물리적, 사회경제적 특징이 경계를 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각주7) (그림2) 지구본 위 한반도

4. 코로나, 멈추어진 세계, 선명해진 경계 전 세계가 코로나를 겪으며 가장 먼저 시작된 일은 나라마다 한 일은 국경을 굳게 걸어 잠그는 일이었다. 이웃나라 일본은 올림픽 기간에도 닫아 걸었던 국경의 문을 2년만인 2022년 6월에야 개방했고, 호주도 뒤를 이었다. 관광 의존도가 높은 필리핀마저 섬에서 섬으로의 이동마저 통제할 정도의 강도 높은 코로나 격리 정책을 고수했다. 그러나 그렇게 높아지고 강화된 국경은 단지 여행자의 이동 만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었다. 세계관광기구가 ‘모두를 위한 여행 (Tourism For All)’을 힘주어 천명하는 동안에도 세계의 한 켠에서는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 배를 타고 바다를 향해 떠났지만 도착을 허락해주는 기항지가 없어 표류와 조난 끝에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쉬임없이 경계에 부딪히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에서, 미얀마에서, 시리아에서 위험한 국가들의 죽임과 폭력을 피해 탈출했지만 다른 나라, 즉‘국민’의 자리에 다다르지 못한 사람들……. 그들이 요구한 것은 시민으로서의 성원권이 아니라 ‘난민’이라는 가장 취약한 한 자리였으나 코로나는 그마저도 들어갈 수 없는 좁은 문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2021년 발표된 유엔난민기구(UNHCR) 인권보고서(Humanrights Report)(*각주8)에 의하면 2020 연 전체 난민규모는 약 8930만 명, 코로나 이전까지 해마다 그 규모는 늘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세계의 난민 인정률은 절반으로 감소했다. 그렇다면 난민이 줄어든 것이었을까? 코로나가 진행되는 동안 미얀마에서는 쿠테타로 수십만명이 터전을 읽고 수십만의 난민이 발생했고, 우크라이나의 포성은 멈춘 적이 없으며, 이란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여성이 폭력적인 죽임을 당해야 했다. 그럼에도 한 사람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 다른 장소에 도착해 세계의‘시민’으로 살아갈 권리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국가에 의해 불온하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들, 혹은 ‘국민’으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한 사람들은 주홍글씨처럼 그 신분과 정보가 여권에 새겨져 세계 어디에 가든 ‘위험한 존재’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그림 3) 대한민국 여권

5. 여권, 여행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국가들의 권리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여권은 1920년 국제연합에 의해 표준화 되었다. 그 여권의 목적은 ‘자유로운 이동’이 아니라 ‘효과적인 통제와 배제’였다. 국가에 의한 징집, 노동력의 확보를 위한 국민의 이동에 대한 통제, 그리고 국민으로 받아들이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베제와 박탈을 위해 여권은 오랜 기간 사용되어 왔다.(*각주9) 거기에 코로나가 더해지며, 각 국가들은 안보에 안전과 보건의 기준을 더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1년에는 유럽에서 중국까지 백신여권을 천명했다. 2007년부터 구축된 전자여권 시스템에 그 사람의 생체정보로 백신접종 여부를 더해 입국 여부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신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백신의 값을 지불할 수 있는 1세계를 중심으로 공급되었고, 가장 많은 백신을 생산한 인도조차도 자국민들을 접종할 백신을 확보할 경제적 능력이 없어 코로나의 확산을 손 놓고 지켜봐야 했다. 백신여권은 결국, 가난한 나라, 안전을 돈을 주고 구매할 수 없는 나라의 사람들을 배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겠다는 선언에 다름없었다. 국경과 경계를 연구한 가브리엘 포페스쿠에 의하면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신체를 경계화 하겠다는 안보의 생체화 과정’이었다.
여권의 역사를 연구한 존 토퍼의 책에서 여권의 역사에서 옐레트 샤하르는 “우리가 점점 더 목격하는 것은. 과거에 비해 더욱 개방적이면서 동시에 더욱 폐쇄적인 국경”(Shachar 2009:810)(*각주10)임을 지적했다. 코로나로 인해 그 위험에 ‘안전’의 장벽이 더해지며, 우리들의 몸은 나 자신임에도 내가 증명할 수 없는 객체가 되어가고 있다.

6.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생체계측여권(*각주11)이란 9.11 테러이후 미국에서 개발된 경계 안보 시스템으로 ‘위험’에 초점을 맞춘 경계안보화의 실천 방안이다. 생체계측 여권의 신원확인은 두 가지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 하나는 어떤 사람의 신원을 검증하는 것, 다른 하나는 어떤 사람의 신원을 새롭게 구축해 가는 것(Lyon 2008, 재인용)이다. 한 집단에서 특정 개인을 확인할 수 있는 정교한 탐색 작업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생체 계측과 개인의 생체 계측을 비교 하고 각 개인의 생체 계측 기록이 축적되어 있는 글로벌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 데이터 베이스에는 이름, 주소, 국적 등의 기준에 따라 개인의 프로필이 저장되고 어떤 사람이 얼마나 자주 국경을 통과하고 어떤 장소의 어떤 국경으로 통과하며, 사용한 교통수단, 여행비용의 지불방법 체류기간, 운전기록, 비행 중 식사 형태, 좌석 선호도 등이 기록된다.(*각주12) 2001년 9.11 이후 미국은 애국법을 통해 생체계측 기술이 최초로 공표했다. 2002년 국경 안보 강화 및 비자입국 개정법을 통해 일반화, 이 법에 따라 생체 계측 여행 기록의 도입과 상호작용적 생체 계측 이민 데이터 구축이 의무화했다. 무비자 3개월 대상국들은 무조건적으로 생체계측 여권 의무화에 응해야 했다. 2003년 항공통행원칙을 규정하는 국제민간항공기구가 국제여행기록을 위한 전자여권을 권고했고, 2007년 유럽연합이 가장 먼저 미국의 요구와 자국 경계 안보화를 위해 전자여권 도입을 결정했다. 대한민국 역시 2008년, 전자여권 시스템을 도입했다. 가브리엘 포페스쿠는 생체계측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는 주체가 당사자가 아니라 수집되고 구축된 데이터 시스템이라는 것임을 지적했다. 생체계측 시스템은 국경을 통과하는 지점에서 신원을 체크받기 위해 전자여행 서류와 함께 신체의 일부를 제시하는 순간 데이터베이스 혹은 칩에 저장된 정보와 비교되어 그 사람이 국경을 통과해도 좋은 안전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측정하고 판결한다. 문제는 나쁜 여권 혹은 나쁜 신체를 가진 사람에게는‘내가 누구인지 말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뿐 아니라 “너는 내가 말하는 그다”라고 규정된다는 것이다.(*각주13)

* 내일 2편 '여행할 권리 Vs 여행을 금지할 권리: 이스라엘 관광과 팔레스타인 인권'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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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신, 남은주, 정순영 필자 및 다른 기고문 전문을 Institut Politik und Kultur 독일 정치+문화연구소 페이지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공정여행 #코로나19 #팬데믹 #인권 #세계민주인권을보는8개의시선 #독일정치문화연구소 #institutpolitikundkultur #임영신 #남은주 #정순영 #이매진피스


[22.Januar.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