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 실로암 뚝방 공동체]
국내 정세가 몹시 격동하며 급변해가는 비상사태 아래에서 1973년 후반기를 다시 정비하고 출발하였으면 합니다. 그리고 바라건데, 그리스도인답다는 칭송을 받는 모두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고 모갑경 목사와 함께 용답동과 송정동 까지, 청계천 변 뚝방에 빈민선교를 위해 저는 매월 한번, 주일설교를 하기로 했으며, 매주간 선교와 교육 부분을 맡아 공동체를 꾸려가기로 하였습니다. 어려운 시련의 현장에서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지역주민들을 위해 함께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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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재창조 손길이 되십시오.”
창세기서 1, 1- 5
찬송
사람이 지니고 있는 슬기와 지식과 방법을 정부의 총력 개발로 인해서 혈연 중심이 지연 중심으로, 도시 중심 시대로, 도덕과 사회 윤리적 중심이 물질 중심 시대로, 공동체 중심이 이익 중심 시대로 급변해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옛글에 “1년지계는 재어춘이요, 일일지계는 재어조”라는 말과 같이 우리는 우주적 믿음 위에 우리들의 생활 설계를 수립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말 중에 “산이 커야 그늘이 크다.” 하는 말이 있듯이 사람은 이상과 포부가 큼직하게 인격도 업적도 커지리라.
호랑이를 그리다가 고양이가 될망정 호랑이를 그려보려고 하는 넓고 큰 포부를 가지고 큼직하게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1. 창조주 하느님을 믿는 믿음
창조주 하느님을 믿는 믿음이란 무에서 유를 존재케 하는 하느님의 능력을 믿고 창조성을 지니고 개척하며 활동하는 믿음입니다.
이 창조의 하느님을 믿고 새 역사를 창조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2. 성별 하시는 하느님을 믿는 믿음
빛과 어둠을 나누시는 하느님은 성별의 하느님이십니다.
새해에는 세속적인 요소와 믿음을 알지 못하는세계에서 분리되어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는 성별된 사람으로서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야 합니다.
3. 질서의 하느님을 믿는 믿음
빛이 나타날 때 낮이 되게 하고 어두울 때 밤이 되게 하심은, 조화를 이루어 가시는 진리를 보여주듯이 덕을 세우며, 조화를 이루어 정의로운 세계질서를 조성해나가는 삶을 일구어가야 합니다. 어둠이나, 부도덕이나, 밀실에서 무소불위의 독재 권력을 남용하는 세속의 악귀의 실체를 파악하며 예언자적인 삶을 살아가야 하느님의 재창조는 이 세계를 구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의를 세우고, 평화를 이루어, 하느님의 창조 질서가 수립되는 하느님 나라를 실현해 가는 신앙 양심을 따라 사는 참믿음이 우리의 생활 속에 드러나게 해야 합니다.
4. 역사를 주관하는 하느님을 믿는 믿음
‘사랑이란 받는 것이 아니고 내어주는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나의 유익보다 남의 유익을 도모하며 나의 영광보다 남의 영광을 추구하며 희생 봉사하는 것이 주님의 십자가를 짊어지는 삶입니다.
십자가를 짊어지는 삶은 예수님처럼 높은 보좌를 버리고 낮은 세상에 내 인생을 내려놓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은 낮은 곳에 어려움을 당하는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이 신앙생활의 본질이 되어야 합니다.
중동 국가들이 석유를 무기화하고 선진 강대국과 맞서 자주를 외치고 있습니다.
특별히 대한민국 국민에게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가들은 낮은 자세를 취하고 살아가는 겸손의 삶이 있어야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들은 국민의 종복답게 하느님을 두려워하며 국민을 섬기는 직무의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는 지나간 왕정국가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서 권력이 나오는 민주공화국 시대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공적 직무를 잘 감당해내야 합니다.
로마서 1, 28-32처럼, 하느님의 공의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불의가 팽배해지지 않도록 정의가 하수처럼 흘러넘치는 사회가 되도록 이 한해,
한 톨의 밀알이 되어, 하늘 뜻을 이 땅에 이루는 거룩한 삶을 감당해가야 합니다.
그래서 온 국민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속히 왔으면 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또한, 이웃 사람의 인격과 생명도 사랑하면서 그 존엄성을 지니고, 아끼고, 존경하여
사랑의 세계를 형성해가는 주님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은 그리스도인들로 예수 따라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사랑의 세계, 평화의 시대,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조화와 평화의 세계를 이룩해 가시는 하느님의 재창조 역사에 동참하는 그분의 손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봅니다.
[재입력/ 03. Juli.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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