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화롯가 이야기들

오누이

행복나무 Glücksbaum 2023. 7. 14. 17:14

 

 

오누이 둘이서 나란히 걸어가네.

누이는 북상투 동생은 쌍상투

누이는 이제 겨우 말 배울 나이

동생은 더벅머리 늘어뜨리고

어미 잃고 울면서

갈림길 헤메이 네.

 

그들 잡고 물어보니 목이 메어 말 더듬네.

아버진 집 떠나고

어머닌 짝 잃은 새

쌀 뒤주 바닥나 사흘을 굶었다오.

엄마하고 나하고 흐느껴 울어

눈물 콧물 두 뺨에 얼룩지는데

어린 동생 울면서 젖을 찾으나

젖은 이미 말라서 붙어 버렸소.

어머니 내손 잡고

어린 것 이끌고서

산골마을 다니며

구걸해서 먹였다오.

어촌장에 이르러선

엿도 사서 먹였는데

이 길가 버드나무 밑에 와서는

어미 사슴 새끼 품듯 안고 재워서

아이는 포근히 잠이 들었고

나도 역시 죽은 듯 잠들었는데

잠깨어 이리저리 살펴봤으나

어머닌 여기에 없었답니다.“

 

말하다가 울다가

눈물을 비 오듯

해 저물어 어둔 하늘

새들도 집 찾건만

외로운 두 남매

갈 집이 없네.

슬프다, 이 백성들 본성마저 잃었구나.

부부간 서로도 사랑하지 못하고

어머니도 제 자식 돌볼 수 없네.

 

갑인년에 이 몸이

암행어사 되었을 때

임금님 당부가 고아를 보살펴 고생 없이 하라고 부탁했건만

벼슬하는 사람들

감히 이 말 어길소냐.

 

 

, 정약용 (1810)

 

 

[재입력/  10. Aug.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