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i-Di/Sag mal, Was ist denn los?

진정 우리는 이래도 되는 건가요?

행복나무 Glücksbaum 2024. 1. 18. 16:11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의 잔학성을 접할 때마다 수박파들의 보수회귀 배신 등, 그리고 동시에 가슴이 저리는 건 평범한 시민, 아니 자식을 낳아 키우는 평범한 부모들이 보여주는 위선이다. 2019년 소위 조국사태가 터지면서 이 공간이든 주변 지인들이든 민주진영이라는 큰 범주 안에 있는 이들의 분노를 접할 때마다 나는 그들 가족이 당하는 고난보다 그것이 더 살 떨렸다.
내가 매우 신뢰하는 어떤 분도 그랬다. 내 새끼 잘되게 하겠다는 건 이해하는데 그래도 참았어야지. 그것의 최종버전이 김훈의 내새끼 지상주의론이다.

한 가족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박살낸 것으로도 모자라 가장에게 가랑이 사이를 기며 항복을 외치라고 할 때엔 그 죄과가 얼마나 무거워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널리, 두루 합당한 사유여야 할 것이다. 검찰도 너무한 게 맞지만, 이라고 단서를 달면서 그래도 저렇게 당해도 싸다고 말하려면 그만큼 반사회적이고 반국가적인 범죄여야 할 것이다. 내 기억에 한 가족을 이렇게 오래, 이렇게 철저하게 도륙한 사건은 최소한 전쟁 이후 지금까지는 없었던 것 같다.

만 4년 동안 가장의 목에 올가미를 걸고 아내는 감옥에 보내고 딸과 아들은 석사, 학사 학위를 박탈하고도 끝내 피 맛을 보고야 말겠다는 사냥본능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는 데에는 그 가족의 죄라는 게 적어도 국가 전복을 기도하거나 국민이 먹는 우물에 독가스 푸는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그들의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증명하겠다는, 그리고 그게 얼마나 얼토당토않은지 일일이 반박하는 서류는 아마도 남한 땅 한 바퀴는 돌고도 남을 것이고, 4년 동안 일가족 때려잡기에 동원된 엄청난 공무원들의 월급이면 잠실 롯데타워 하나는 올렸을 것 같다. 천문학적인 사회적 낭비를 감당할 만큼 그들 일가족의 범죄가 악질적이란 뜻, 진정 맞나?

하지만 이 전대미문의 일가족 학살사건은 온갖 법리를 들이대고 어려운 용어를 동원하지만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지만, 아니 모두가 하는 일이어도 너희들은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 왜? 그동안 착한 척, 정의로운 척 해왔잖아. 앞에서는 옳은 얘기 하고 뒤에서는 ‘내 새끼 지상주의’로 똘똘 뭉쳐 호박씨를 깠잖아. 가증스러운 것들, 위선자! 이것이다. 감히 우리를 개혁하겠다고? 부셔버리겠어! 하고 달려든 검찰이 아무리 그럴싸한 명분을 들이대도 소위 국민정서법에 기댄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사과하고 사과하고 사과하고... 또 사과했는데 그 사과로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지랄들이다.

2018년 지선직후 페북을 시작해 어리바리 일상의 이야기를 하다 2019년 한창 이 사건이 불거졌을 때 분노를 피할 길 없어 연일 포스팅을 했으니 그게 정치적 발언을 하게 된 계기였다. 한번은 부모의 열정이나 경제력에 좌지우지되는 생활기록부의 창의체험활동이 근본적으로 문제 있다고 비판하며 특목고 아이들의 화려한 생기부를 진짜 그 학생이 했다고 믿는 척하는, 아이들에게도 거짓과 편법을 훈련시키는 부조리를 이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쓴 적이 있었다. 나도 내 아이가 봉사활동을 하고 받아온 확인서에 쓰여진 시간이 한점 오류가 없는지 해당기관에 확인하지 않은 죄를 물으라고 했다. 그리고 나도 아이들이 생기부 기록자료를 제출할 때 아이가 쓴 독서기록 초안을 좀더 짜임새 있게 수정하는 작업을 도와준 적이 있노라, 그럼 나도 잡아가라고 썼다.

그때 젊은 여성작가 한 분이 당신 아이들도 엄마찬스 쓴 거다, 당신이 그랬다고 남들도 다 그런다고 생각하지 마라, 난 그렇게 안 했다, 그렇게 안 봤는데 당신도 위선자다 라고 비난했다. 맥이 탁 풀렸다. 고등학교 주요과목 선생인 내 친구도 그랬다. 학교에서 한두 시간 풀 뽑기 시키고 모자라는 봉사활동 시간만큼 채워 써주는 게 현실 아니냐는 말에 우리 학교는 절대 그렇게 안 한다고, 학교를 선생을 뭘로 보는 거냐고.
그때 직감했다. 80년대가 오월 광주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면 이젠 세계관이 조국 이전과 이후로 나뉘겠구나 하는.

당시 나는 검찰보다 그들의 강퍅함에 더 절망하고 더 슬펐다. 그들은 도대체 어떤 세상에 살고 있길래 자기가 사는 세상은 무균실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내가 하고 안 하고가 남을 비난하는 준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그렇게 고고한 척 하더니 알고 보니 너도 내 새끼 지상주의자였네? 설령 남들이 다 그런다 해도 입바른 소리하는 너(그)는 그러면 안 되지 하는 그 강퍅함에 숨이 막히고 살이 떨렸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 작가님이 도덕적으로 무결점의 인생을 사는지 가끔 지켜본다.

중고등학생이 로펌이든 동사무소든 복지관이든 봉사활동을 한다. 2시간 20분 했다고 확인서에 2시간 20분이라 써준다는 얘길 들어보지 못했다. 2시간 20분을 써도 입출 기록이 부실하다며 거짓이라고 걸고넘어진 게 최강욱이고 조원이다. 솔직히 봉사활동 시키는 학교나 학생을 받는 기관이나 학생들이나 2시간 20분을 3시간으로 쓰는 것 정도는 서로 허용하는 선이 아닌가? 봉사활동을 창체활동 평가자료로 넣고 관료적으로 강제하는 것 자체가 못마땅하지만 덕분에 봉사활동의 기쁨도 누려보고 봉사활동을 일상에서 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해주고자 함이 목적 아닌가. 그것을 확인할 수 없으니 확인서라는 최소장치를 둔 것이고.

일반학교에서 안내하는 봉사활동 기관과 특목고에서 안내하는 기관이 다르고 부모의 네트워크에 따라서도 봉사활동 할 수 있는 기관의 네임밸류가 다르다. 아는 변호사 하나 없는 부모를 둔 보통의 아이들에겐 로펌도 언감생심이지만 설령 대한민국 최고 파워 로펌인 김앤장에서 봉사활동 했다고 한들 합격으로 가는 길이라고 누가 기대하겠는가. 지방의 작은 대학 표창장이 의전원 합격으로 이어졌다는 말을 솔직히 누가 믿나.

아무도 믿지 않는 것을 딱 꼬집어 한 가족에게 왜 진실하지 않았냐고 뒤집어씌우는 이 거대한 부조리극이 장장 4년 동안 커튼없이 상연 중이다. 자식 낳아 키워본 부모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다 아는 입시의 마디마디를 한 가족에게 뒤집어씌우고 집단 다구리, 집단 강간, 집단 린치를 가하는 것을 국민에게 4년 동안 지켜보게 강요하며 너도 까불면 이렇게 되는 거야! 잘 봐둬! 라며 악다구니를 한다. 4년이면 죽네사네 하던 연인과 헤어져 죽네사네 해도 희미한 옛사랑이 되었을 시간이다. 조민보다 어린 내 새끼도 사회에 나가 경력을 쌓고 있는데 조민은 고졸에서 한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이 무슨 부도덕한 집단 학대란 말인가. 남의 새끼들이 우리에 던져져 먹잇감이 되든 말든 진정 내 새끼만 문제없으면 그만인 것인가.

나는 최소 인서울 대학에 생기부가 반영되는 수시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과 그 부모들 중 그 누구도 생기부 창체활동 기록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고 단언한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 없다면 당당하게 돌을 던지라.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검찰의 악다구니 대로 그 칼이 나에게 올 것이 두려워 검찰의 일진 놀이를 묵묵히 지켜보는 잔인한 구경꾼들이다. 봉사활동 확인서와 표창장이 어떻게 발급되고 어떻게 쓰여지는지 아는 아이들이, 이 광풍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지금의 20대 초반이다. 그래서 나는 그 아이들이 무섭다. 당신들도 별반 다를 게 없으면서 아닌 척 해온 당신들 모두가 위선자잖아! 할 것 같다.

검찰은 이제라도 머리털, 손발톱 다 뽑고 무조건 살려달라고 빌어. 그러면 목숨은 살려줄게, 한다. 나는 묻고 싶다. 조국 일가를 비난하는 내 새끼 낳아 키우는 보통의 부모들에게는 그럼 그들이 어떻게 하면 속이 시원하겠느냐고. 그리고 검찰에게는 딸 기소를 결정하기 전에 기회를 주겠다며 입장을 밝히라고 하지 말고 궁극적으로 어떤 피를 원하는지 말하라고. 국가전복을 획책한 조직도 아니고 고작 표창장과 봉사활동 확인서 몇 개 때문에 4년이 넘도록 일가를 향해 총동원한 수사 인력의 인건비와 밥값과 조지는 비용을 더 이상 낭비하지 말고 쿨하게 조국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단도직입적으로 요구하라고 말이다.

적어도 대낮에 길을 걸을 수 없게 만든 테러리스트 가족이나 팔다리를 썰어 유기하거나 사람을 사고파는 반사회적 대형 악질범죄 가족은 아닌 것은 분명한 듯하니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어 결정하고 그들에게 쓸 내 세금 진짜 무섭고 잔인한 놈들 때려잡는 게 더 애국하는 길이 아니겠느냐고 말이다. 4년이 넘게 살갗을 벗기고 그 위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고문을 하고도 조국 털끝하나 못 건드리는 게 자존심이 상해 기껏 표창장으로 마누라 감방에 쳐넣고 딸아들 학위를 뺏는 병신 같은 검찰 비적들에게 말이다.

조국, 정경심, 조민, 조원 이 네 식구들의 죄가 진정 온 국민이 4년이 넘게 물고 뜯고 씹고 조롱하고 손가락질할 만큼 악질적인가. 여전히 내로남불이라 손가락질하는 당신은 진정 무균실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왔는가. 한 가족의 창자를 끊는 고통을 지켜보며 이젠 점점 무감각해져 뒤돌아서서 웃고 마시고 깔깔거리며 사는 우리, 아니 내가 괴물이 되어가는 건 아닌지 나는 그게 너무 무섭다.  


글, 강미숙


[02. August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