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
연동형 비례재도의 취지는 거대 양당이 독점하는 정치지형을 바꿔야 하고,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과 경험을 갖춘 정치신인들이 쉽게 등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지는 것이 연동형이기 때문이란다. 여기에 180석 밀어줬더니 그동안 민주당은 뭘 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요 며칠 부쩍 높아졌다.
틀린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연동형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동형의 수혜를 입을 정치세력들이 지금 민주당의 구성원들보다 나아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한데 현실은 헐씬 못하다. 이준석, 이낙연의 신당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의 진보정당의 흑역사를 만든 정의당이나 마치 민주당에게 의석을 맡겨 놓은 것처럼 강짜를 부리는 용혜인까지 연동형의 수혜를 입어 제 3 지대에서 정치를 잘 할 것이라는 신뢰가 조금도 가지 않는다. 또한 전혀 새롭지도 않다.
그나마 구 민주노동당 출신들이 다시 시작한 진보당 정도가 대안 정치세력으로 관심이 가는데 진보당 하나를 보고 선거제를 연동형으로 가자고 하기에는 부당하다. 진보당이 더 신뢰를 받는다면 비례표를 진보당으로 찍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둘째 정당이라는 정치집단이 대중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정강과 정책 등 자신들의 정체성을 알리는 작업이 중요한데 선거를 코 앞에 두고 급조한 정당들의 정강과 정책이 보일 리 만무하다. 그저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지 못해 뛰쳐나온 철새들과 이 기회에 한자리 해 먹기 위해 모인 정치 낭인들의 집합체라는 것이 요즘 연동형을 주장하는 정당들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각이다.
셋째 (또 속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현 단계에서는 민주당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하루하루 나라를 망치는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이준석도 윤석열을 찰지게 때리지 않느냐고?? 윤석열에 속아 양두구육 했으면 책임을 지는 것이 우선이다. 이준석은 국힘당에서 자리를 보장했다면 굳이 나와서 신당을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준석이 장애인이나 노인들 공격하며 대중들을 편가르기 하는 정치가 소름끼치도록 싫다.
만약 총선에 압승하고 차기 정권도 이재명 정부로 바뀌었는데 민주당이 또 기득권과 적당히 타협하는 (지난 정부와 같은)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나는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끊고 살아갈 작정이다. 그냥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민주당에 올인이라는 의미다.
네째 근본적인 의문인데 내가 지지하는 정당투표를 민주당라 했는데 전혀 상관없는 정당이 수혜를 입는 것이 민주주의 취지에 맞는 것일까?
연동형 찬성론자들이 (속 마음과 달리 표면적으로) 주장하는 정치 지형을 바꾸기 위해서라면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가령 지역구를 대폭 축소하고 비례를 대폭 늘리는 방식 말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또 이해관계가 있어 모른 척 하는 것이 현실 아닌가?
선거법에 대한 개편이나 신당 창당은 선거를 코 앞에 두고 급하게 하지 말고 그렇게 중요한 문제라면 선거 직후에 시작하자. 그래야 제대로 된 논의도 되고 진정성도 생긴다.
나는 현재 민주당에서 나오는 '병립형 + 권역별 비례'로 충분하다고 본다. 권역별 비례는 3% 이상의 정당 지지율을 얻은 정당들이 수도권 5석, 중부권 5석, 남부권 5석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30석 연동형이 15석 연동형이 된 것과 다름없지만 민주주의와 정치가 타협이라는 관점에서 나쁘지 않는 선택이 될 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여기에 이중등록제 이야기도 나오던데 그건 국민의힘에서 받지 않을 것 같다.
만약 국민의힘이 오직 병립형을 외친다면 못 이기는 척 받아라. 이제 시간도 별로 없다. 국민의힘은 이미 위성정당도 준비에 착수했다고 하는데 민주당은 착한 아이 컴플렉스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준비에 빨리 들어가야 한다.
요약하면 선거철 정치낭인들과 한번 더 국회의원 하고 싶어 탈당한 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급조한 정당들이 마치 대한민국의 불합리한 정치 지형을 바꾸는 것처럼 과대 포장되는 것이 지금의 연동형 비례제도이고, 그래서 나는 반대한다.....
끝으로 좀 제대로 해라. 민주당아....
[27. Janua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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