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älbs/화롯가 이야기들

후손들에게​ [시,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행복나무 Glücksbaum 2024. 8. 24. 04:02

1
난 정말 어두운 시대에 살고 있다!
순진한 말들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
주름 하나 없는 이마엔 무심함이 어려있다.
웃는 자는 아직 그 끔찍한 소식을 접하지 못했을 뿐.

나무들에 대한 대화가,
그 많은 비행(卑行)에 대한 침묵을 내포하기에,
거의 범죄 행위가 되는 시대는 도대체 어떤 시대란 말인가!

저기 느긋하게 길을 건너는
사람의 곤경에 빠진 친구들은
저 사람과 더는 연락이 되지 않는 걸까?

그렇다, 사실 난 아직 생계비를 번다.
하지만 내 말을 믿어다오.
그건 우연일 뿐이라는 사실을.

내가 하는 그 어떤 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권리를 주지 않는다.

우연히 난 화를 면했다.
(운이 다하면 난 사라지겠지.)

사람들은 내게 말하지.
먹고 마셔! 그럴 수 있으니 기뻐해!
하지만 내가 먹는 게 굶주린 이에게서 빼앗은 것이고
내 잔에 담긴 물이
목마른 이가 갖지 못한 것이라면
어찌 내가 먹고 마실 수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난 먹고 마신다.

나도 현명해졌으면 좋겠다.
옛 책들에 적힌 현명함은 다음과 같다.
세상 싸움에 끼어들지 말고
잠시라도 두려움 없이 지내고
폭력도 쓰지 말고
악을 선으로 갚으며
여러 소망 을 이루려 하지 말고 잊어버리는 것,
그런 게 현명한 것이라고.

난 그런 것들을 하나도 할 수 없다.
난 정말 어두운 시대에 살고 있다!

2
굶주림에 허덕이던 무질서의 시대에
난 여러 도시로 갔다.
폭동의 시대에 난 사람들 사이로 갔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분개했다.
내게 주어진 지상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나는 싸움의 틈바구니에서
밥을 먹었다.
살인자들 틈에  몸을 누이고 눈을 붙였다.
사랑은 데면데면 건성으로 했고
조바심치며
자연을 바라보았다.
내게 주어진 지상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내가 살았던 시대엔
길이란 길이 모두 늪으로 이어져 있었다.
언어는 학살자들이 나를 느끼고 알아채게 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배자들은 내가 없으면 한층 더 맘 편히 집권했다.
나도 그걸 바랐다.
내게 주어진 지상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너무나도 힘이 없었다.
목표는 아득히 먼 곳에 있었다.
비록 내가 거의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그 목표는 또렷이 보였다.
내게 주어진 지상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3
너희, 우리를 침수시킨 홍수에서
솟아날 너희는
우리의 무기력을 이야기할 때면
이 어두운 시대 또한 생각해다오.
너희가 겪지 않은 이 암흑의 시대를.

우리는 신발보다 더 자주 나라를 바꾸며
여러 차례 계급 전쟁을 치렀다.
불의만이 판치고 봉기(蜂起)가 없을 때는 절망한 채.
하지만 우리는 안다.
천박함에 대한 증오 또한
얼굴을 일그러뜨린다는 것을.

불의에 대한 분노 또한
목소리를 쉬게 만든다는 것을.
아,  우리는,
우호(友好)의 토대를 마련하려 했던
우리는 정작 우호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너희는,
인간이 인간을 도울 수 있게 되는 때가 오면
부디 너그러이
우리를 생각해다오.


시, 베르톨트 브레히트


Foto-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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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톨트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노동자로,  난민으로 살았고 1898년 2월 10일 ~ 1956년 8월 14일)는 독일의 극작가, 시인, 그리고 연출가다. 그는  (구)동독에서 생을 마쳤다.

주로 사회주의적인 작품을 연출했으며, 낯설게 하기라는 개념을 연극 연출에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표현주의를 거친 신즉물주의적(新卽物主義的) 스타일로, 현실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과 풍자를 극화한 니힐리스트이다. 후에 사회주의자가 되었다.

출생 : 1898년 2월 10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사망 : 1956년 8월 14일 (구) 동베를린

국적:  동독 (1949 - ). 바이마르 공화국,
         오스트리아 (1950 - )
활동기간 : 1918년 ~ 1956년
장르 : 극작, 희곡, 시문학
직업 : 극작가, 작사가, 각본가, 무대 연출가, 시인,
         리브레토 작가, 문학 평론가, 작가, 영화 감독,

자녀 : 슈테판 브레히트, Hanne Hiob,
         바바라 브레히트 샬, Michel Berlau,
         Frank Banholzer



[14. August 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