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침내 윤석열은 파면되고 12.3 쿠데타는 가까스로 진압되고 있다. 자신이 역사상 최초로 '비폭력 평화 계엄'을 했다는 '계몽주의' 철학자 윤석열의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거듭 말하지만 12.3 쿠데타는 이미 탄핵으로 몰리고 있던 윤석열의 선제공격용 계엄이었다.
2. 순순히 탄핵을 맞이하느냐 쿠데타로 판을 뒤집냐의 갈림길에서 윤석열은 도박을 걸었다. 계엄을 검토만 하며 주저하다 기회를 놓친 박근혜처럼 되기 싫었던 셈이다. 당시 기득권 카르텔은 권력의 기반은 보존하면서 박근혜를 꼬리자르고 다음 반격과 부활의 기회를 노렸다.
3. 그런 설거지를 맡았던 것이 바로 윤석열 특검이었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은 기득권 카르텔의 새로운 지도자로 떠올랐다. 이들 모두는 8년전처럼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꼬리 자르기는 없었고, 기득권 카르텔은 대부분 똘똘 뭉쳐 윤석열을 지키려 했다.
4. 이들이 준비한 무기는 광화문을 장악한 태극기부대였고, 이재명포비아였고, 중국과 소수자 혐오였고, 젠더 갈라치기였다. 8년 전에는 잘 볼 수 없거나 막판에나 등장했던 현상이다. 그래서 쿠데타 진압은 더 힘들었고 계속 걸림돌에 직면하면서 더욱 오랜 시간이 걸렸다.
5. 지귀연 판사와 심우정 검찰총장이 힘을 합쳐 윤석열을 탈옥시켜준 것도, 헌재가 계속 시간을 끌면서 우리의 피를 말리던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기득권 카르텔은 실제로 윤석열 복귀와 제2의 쿠데타를 기대했다. 그것은 끔찍한 피바다를 낳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6. '명문'으로 찬양받는 헌재 결정문에도 그 흔적은 남았다. 이 결정문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마치 기득권 우파를 향해 '이런 저런 이유로 기각은 어려웠다'고 변명하고 설득하듯이 쓰여져 있다. 심지어 ‘소수파를 무시하고 탄핵을 남발한 다수 야당의 전횡'을 지적하고 있다.
7. 실제 벌어진 것은 야당을 탄압하던 윤석열의 전횡이었고, 야당의 탄핵은 그에 맞선 방어적 수단이었는데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어 있다. 12.3이 독재와 학살을 위한 파시즘적 시도였다는 지적도 찾기 어렵다. 8년전 헌재 결정문에 세월호가 없었듯이 이번에도 이태원은 없다.
8. '소수 여당을 존중하지 않는 다수 야당도 문제였고 윤석열의 고심도 이해는 가지만 계엄은 너무 심했다'는 양비론적 해석에 열려있다. 이런 양비론을 적극 주장해 온 것은 한동훈, 이준석, 이낙연 등이다. 이들 모두는 지난 4개월 동안 거리와 광장에 나온 적이 없다.
9. 특히 말로만 비판하고 막상 쿠데타 진압을 위한 투쟁에 불참한 이준석당, 이낙연당은 '야당'으로 볼 수 없다. 지켜보다가 쿠데타의 성패에 따라서 얼마든지 어느 쪽으로든 올라탈 수 있는 믿지못할 세력으로 봐야 한다. 박정희, 전두환 쿠데타 때도 그런 '야당'은 많았다.
10. 그렇기에 '국힘과 민주당은 적대적 공생 관계이고 둘 다 잘못했다'는 중립적 지식인들의 기계적 양비론은 틀렸다. 민주당이 쿠데타 진압에 중요한 구실을 한 것과 이재명 2심 무죄 판결이 기득권 카르텔의 반혁명 시도에 김을 빼는 데 중요한 계기로 작동한 것은 사실이다.
11. 민주당 지지자들은 거리와 광장에서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물론 거리와 광장에는 진보정당과 지지자들, 민주노총과 노동자들, 여성과 소수자들도 많았고 핵심적이었다. 이들은 서로 겹치기도 했는데 반혁명 시도를 분쇄하고 쿠데타 진압에 성공한 진정한 힘은 여기서 나왔다.
12. 보수논객 김진도 지적했듯이 이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는 '민중혁명을 막기 위해서' 헌재는 결국 헌정질서 내부에서의 해법을 보여줘야 했다. 그런데 광장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하나였지만 동시에 무지개처럼 다양한 요구와 정체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13. 빛의 혁명이 단순히 (아마도) 민주당으로의 정치권력 교체라는 '정치혁명'을 넘어서,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혁이라는 '사회혁명'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여부는 이러한 다양성을 어떻게 다시 이번 쿠데타 진압과 윤석열 파면 때처럼 하나로 모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14. 무엇도 결정돼 있지 않고 쉽지도 않을 것이다. 당장 국힘같은 세력과 '공존, 화해, 용서'에 대한 압박이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은 지식인과 언론들은 '문재인처럼 적폐 청산과 검찰, 언론 개혁에만 매달리면 안된다'는 말을 꺼내고 있다. 진실은 그 반대인데도 말이다.
15. 이번에 기득권 카르텔이 사용한 무기들(극우 행동대, 이재명포비아, 중국 혐오와 각종 갈라치기 등)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연금으로 세대 갈라치기에는 민주당 일부도 동조하고 있다. 이재명포비아는 워낙 뿌리깊기에 테러나 탄핵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16. 진보정당들이 분열과 약화를 넘어서, 민주당의 개혁 추진을 압박하거나, 민주당의 개혁 실패에 실망한 지지자들을 흡수하며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또다시 민주당의 개혁 실패로 인한 반사이익이 더 위험한 신극우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17. 윤석열이 국제적 신극우 파시즘 운동의 일부였기에, 우리의 이번 투쟁과 승리가 미국 트럼프를 정점으로 한 신극우 정권들에 맞서는 전세계 곳곳의 투쟁들에 자신감을 줄 수 있고, 역으로 그 투쟁들의 성패가 다시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봐야 한다.
18. 따라서 트럼프-네타냐후 동맹에 맞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것 등은 인류의 의무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과제가 된다. 과연 이제 중요한 고비를 넘은 '빛의 혁명'은 8년전 '촛불혁명'이 제시했지만 이루지 못한 과제를 마무리하면서 그것을 더 넘어서서 나아갈 수 있을까?



[08. Dienstag. 08. April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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