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사라"는 선천적인 농아이다. 성장한 그녀는 자기의 심정을 호소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성행위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바디 랭귀지를 통하여 친구들과 교류하며 존재성을 인식할 뿐이다. 새로 농아학교에 제임스라는 미혼 교사가 부임해 온다. 그는 사라를 교육하는 중에 그녀의 지성과 신비에 가득 한 세계에 대해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마침내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혼하게 된다.
그들은 듣는 자와 듣지 못하는 자, 즉 소리의 세계와 침묵의 세계에 가로막혀 있는 벽을 절감하게 된다. 이것이 이 둘을 벼랑에 세우고 그들은 곧 파경에 이른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남편은 침묵의 세계 속의 농아만이 직감하는 소리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가 노력하는 것은 다만, 소리의 세계 속으로 아내를 이끌어 내려는 바램에 불과한 것이고 정상인의 위치로 아내 사라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연민 일뿐이다. 사라는 다만 침묵의 세계에 살면서 그 다름대로 소리 가득 한 세계를 넘나들고 있었을 뿐이었다고 하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남편은 정상인의 세계에 어울리는 아내이길 바란다. 그의 노력은 단지 장애인으로 하여금 정상인처럼 행동하라는 강요일 뿐이다. 결국 제임스는 들리는 세계의 입장에서만 아내를 보고 있을 뿐이다.
그들의 단란했던 결혼생활의 내면에는 '들리는 세계와 들리지 않는 세계', '정상인의 세계와 장애인의 세계'로 확연하게 나뉘어지는 보이지 않는 어떤 선이 그어져 있다. 둘 사이에는 세계관이 다른 분단의 벽이 가로놓여져 있는 것이다. 제임스의 인내심은 허물어져가고, 사라의 애정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증오심으로 바뀌어져 간다.
어느 날 사라는 '농아들의 사회적 지위개선'에 대한 글을 탈고하고는 남편에게 수화로 '독립된 인간이기 때문에 동정은 필요 없다.'고 절규하며 집을 떠나간다.
그녀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마치 신처럼, 자기의 이미지를 강요할 뿐이라고…. 그것은 못 듣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융합할 수 없는 다른 세계일 뿐이다.'
구약성서 창세기 1장이나 요한복음 1장은 '창조에 대한 기사'가 기록되어 있다. 신은 아무 것도 없는 무에서 모든 있는 것들을 창조한다.… 태초에 침묵이 있었고, 그 후에 말씀이 있었다. 그리고 이 말씀이란 소리가 이 세계를 가득 채워졌다. 그러나 태초의 침묵은 아주 없어지지 않았나 보다. 그 침묵은 농아들의 삶의 자리에 영원히 자리잡고 있다.
[작가 / 마이크 메도프(1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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