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e Welt/독일 이야기

독일인의 일상

행복나무 Glücksbaum 2003. 11. 29. 06:30

 

 

[1995]

 

 

주로 한국에서 방문한 분들이 주로 묻는 이야기다. "독일에서 살고 계십니까?", "사람들이 참 검소하다면서요? " "항상 비가 오고 햇볕이 안 난다지요?" 그럴 때면 난 항상 이렇게 대답한다. "검소한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고, 비가 오는 날도 많지만 햇볕이 나는 날도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아주 쉽게 대답할 수 없다. 10여년, 독일 사람들 속에 섞여 살아가면서 그 만큼 본 것도 많아졌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틀에 박힌 질문에 대해 대답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고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일 사람이 검소하다는 말은 사실이다. 가장 저렴한 슈퍼마크트는 항상 사람들이 들끓는다. 정년을 마치고 은퇴한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독일인들은 ‘비싸고 싸다’ 는 의미보다 얼마나 실용적이고 오래 입을 수 있겠느냐! 더 중요한 관심사인 것 같다. 식당 문 앞에서 오랫동안 가격표를 꼼꼼히 살피는 독일 노인들을 자주 보게 된다.

 

독일은 시에서 관리해주는 월세 임대주택들이 대부분이다. 한달 생활비의 약 1/3정도의 월세를 부담하게 되는데 독일의 집이나 기숙사들은 난방 비를 절약하는 이유로 겨울은 썰렁하다. 밤에만 일시적으로 난방을 주는 임대 주택도 있고, 중앙난방 식이라 하더라도 시간대로 난방을 공급해 주는 곳이 있어 옷을 두툼하게 입고 겨울을 난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에서이다. 난방 비는 일년 분을 월세에 포함하여 분납하거나 한다. 절약하면 1년 후 되돌려 준다. 우리는 이것으로 여름 휴가를 즐기기도 했다. 더러 노인들은 귀뜀해주기를 집안의 공기가 차야 호흡기에도 좋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 노인들은 밤에 창문을 약간 열어 놓고 난방을 끄고 잠을 잔다.

 

이들은 오래된 물건이라고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돈을 아끼지 않을 때가 있다. 좋은 차를 살 때와 집을 지을 때이다. 그리고 이웃을 위하여 기부금을 보내는 일이다. 부인보다도 차를 아끼는 사람들, 독일인들이 하는 말로 도로의 모든 승용차는 은행이 주인이라고 한다. 사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은행의 빛으로 차를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부자들이 좋은 차를 몰겠지만 서민들도균등하게 벤츠를 탈 수 있는 사회이다. 독일 사람들은 은행의 빛으로 집을 짖고 더러는 집주인이 죽으면 생명보험이 빛을 갚아주는 경우도 있단다. 이사를 하게 되면 우체국에서 20년 상환의 5.9% 정도의 이자를 받고 이사비용을 대출해 준다.

 

서비스업에 종사는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이 매우 짧고 그 시간 안에 무리해서 많은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요즘 독일사회에 비판이 많이 일고 있다. 하지만 다른 직종에 있어서는 하루8시간 고강도의 일을 수행하며 한국에서처럼 일을 적게 하면 경쟁에서 이겨 낼 수 없다고 한다.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은 일을 많이 해야만 한다. 10년이 지나도 같은 위치에서 만족하고 싶은 사람은 정시 출근 정시 퇴근, 철저히 휴가를 이용한다. 나이든 사람이 자신 보다 훨씬 어린 상사 밑에서 일하는 경우 주로 이런 사람들이다. 독일인은 정시에 퇴근하고 휴가도 많아서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디나 똑같다. 그러나 소신에 넘쳐 자유롭게 산다. 아침 일찍 쓰렉;를 치우는 청소미화원도 당당하다. 길거리의 거지가 돈을 구걸하더라도 그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거리의 악사들을 보라 적은 돈을 모으기 보다 거리를 보행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기쁨을 주는 것으로 즐거워한다.

 

 

수퍼마크트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무섭기로 유명하다. 미국인이나 다른 유럽국가 사람들, 오래 외국인은 물론 외국생활을 한 독일인들이 가장 싫은 것은 시장을 볼 때란다. 영업시간 마감 30분전에는 물건 계산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도리어 늦게 물건을 계산대에 가져왔다고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지르기 때문이다. 20시 땡 하면 불을 끄고 근무지를 나서야 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종업원이 물건을 더 팔기 위해 고객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이 자기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고를 때까지 도움을 주는 협조자 일뿐이다.

 

성매매 여성이나 스트립 걸은 자신의 직업생활을 소개하고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며 매우 행복하다고 인터뷰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면서 TV에 나와 주제넘게 저런 이야기를 하다니 또는 직업정신이 대단해!" 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그들이 TV에 나와서 자랑스럽게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일반인이 그들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동성연애자들은 모두 떳떳하다. 공개적으로 사랑고백을 하기도 하고 그들만의 카페에 가서 짝을 찾고 거리에서도 손을 잡고 사랑표현을 거리낌없이 해댄다. 그러나 그들이 없는 곳에서의 일반인들의 반응은 한국이나 마찬가지이다. "사랑한다면야...", "그렇게 태어났으니 어쩔 수 없지." 라는 이해 반 불평 반, 그들에 대한 무시하는 표현도 많다. 보통 남자에게 "너 **(슈불) 같다." 라는 것은 최악의 욕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우리와 생각하는 것과 살아가는 모습이 많이 다를 것 같지만 자세히 지켜보면 세계 어디에서나 사람 사는 것은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에 살면서 좋은 점이라면 자신의 생각에 솔직한 사람들이 많다는데 있다. 내 좋은 것을 위해서라면 팬티 벗고 뛰는 것도 좋아한다. 햇빛만 나 봐라. 겨울거리는 윗통 벗어 던진 남녀노소들로 활기 넘친다. 길거리의 탁자나 빈터가르텐엔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붐 빈다. 조금이라도 햇볕은 온몸 구석구석 받으려고 홀라당 벗어 던지고 쫘- 악 벌리고 들어 누어있는 성급한 젊은 남녀들이 예쁘게만 보인다.

 

독일의 5- 6월은 참 좋다. 푸른 숲이 쳐들어온다. 습기 머금은 음산한 2월은 독일인들로 미칠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6-8월은 더 좋다 여름철 휴가가 이어지고 남쪽나라 코발트색 하늘과 작열하는 태양, 그리고 푸른 바다로 달려가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00-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