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새해 소식을 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연말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분주한 시간들을 보내다 기독교인들은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느라, 일반인들은 제야의 종소리를 듣거나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구경하느라 밤잠을 설치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오면 피곤해서 늦잠을 자느라고 신정에는 새해가 왔다는 걸 느끼기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정은 겨울 한 가운데 있어서 몸을 움츠리게 만들기 때문에 새로운 무엇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연휴도 있고 한복을 차려 입고 오가는 사람들도 눈에 띠고, 날씨도 조금은 풀려서 봄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예감하게 하는 설날이 역시 새해를 맞는다는 느낌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중국 문화권 아래 있는 이곳에서는 설 연휴인 춘졔(春節)가 일주일 동안 이어지기 때문에 푹 쉬고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금년은 설날이 일요일에 닿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13일 토요일부터 21일 일요일까지 9일 동안 쉴 수 있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도 같은 기간에 공식적인 겨울방학을 갖습니다. 학생들은 학기말 고사가 끝난 직후인 1월 18일부터 이미 방학에 들어갔습니다만, 직원들은 1학기 마무리와 2학기 시작을 위한 작업들이 있기 때문에 방학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일(9일)부터 춘졔 휴가에 들어갑니다. 일반인들보다 먼저 휴가에 들어가는 것은 춘졔 직후인 22일부터 2학기가 강의가 시작되어서 그 준비를 위해 며칠 먼저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교 직원들은 9일부터 17일까지 춘졔 휴가를 보내고 18일부터 출근을 합니다.
상가에서는 일찍부터 춘졔 관련 상품들을 전시하고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선물용 과자, 술, 식품 세트들이 쌓여 있고, 새해에 문에 붙이는 글귀나 복을 기원하며 매다는 물건을 가리키는 빨간 색의 ‘춘롄(春聯)’이 상점들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 이 기간에 할인 판매 행사들도 합니다.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문제를 공식화하자 중국이 강경하게 보복 조치들에 대해 언급하는 등 대만과 관련된 국제 정치는 어수선하고, 보궐 선거에서의 거듭된 패배와 인기도 하락이 말해주고 있듯이 국내적으로도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하고 있지만, 그래도 새해를 즐겁게 맞으려는 국민들의 노력은 여전합니다. 사람들에게 아직 희망이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한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북쪽은 몸부림을 치듯 남쪽과 다른 나라들을 향해 여러 가지 도발적인 행동들을 취하고 있고, 남쪽은 지도력의 부족 때문인지 반대하는 사람들의 걸고넘어지기 때문인지 단정하기 어렵지만 뭔가 제대로 해결되는 일 없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역시 남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입니다.
요즘 경기가 어떠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한결같이 작년만 못하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들은 지가 수십 년이 되었습니다. 어느 한 해에도 올해가 작년보다 낫다고 하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습관적인 비관주의에 빠져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상황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산 것은 아닙니다만, 기왕 노력하며 살 양이면 우울하게 마지못해 하는 것처럼 하지 말고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고 말하며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노력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합니다.
설을 맞아 다시 한 번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번에도 기도드린 것처럼 올해에는 정말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나라와 나라 사이에, 민족과 민족 사이에 서로를 감싸고 보살핌이 더 많이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은혜와 평강의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육간에 건강과 기쁨을 풍성히 베풀어 주시길 기도드리며,
2010년 2월 8일
대만에서 구창완 목사가 인사를 드립니다.
추신: 아래 사진들은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옆 골목에서 수요일마다 열리는 야시장의 모습입니다. 저녁 6시경부터 10시정도까지 열리는데, 기존에 있는 가게들 앞을 가로막고 이렇게 장사들을 하지만, 아무도 항의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사진의 빵가게는 가격도 저렴하고 질이 좋아서 아내가 애용하는 가게입니다. 외국인인줄 알아서 그러는지 덤도 많이 줍니다. 여기 저기 먹을 것을 많이 팔지만, 먹거리 가게들만 모여 있는 코너도 있습니다(세번째 사진). 사탕을 파는 가게에서 “한국에서 초 인기를 끌고 있는 사탕”이라고 선전하는 글귀를 보았습니다(넷째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