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e Welt/타이완 이야기

09-12-10

행복나무 Glücksbaum 2009. 12. 11. 06:12

샬롬!

 

벌써 대림절 둘째 주일이 지났습니다. 크리스마스 절기이지만, 화이트 크리스마스와는 거리가 먼 곳이라 한때 20도 아래로 떨어졌던 최저기온이 다시 20도 수준으로 올라서고 최고기온이 25도 전후로 올라서서 낮에는 아직도 더위를 느낍니다. 그래도 대만의 5대 고산 가운데 자동차로 거의 정상 부근까지 갈 수 있는 허환산(合歡山. 해발 3417미터)에는 며칠 전에 눈이 내려서 사람들이 눈사람을 만들며 눈을 즐기는 장면이 뉴스에 보도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지난 12월 5일에 전국적으로 선거가 있었습니다. 5개 직할시를 제외한 나머지 17개 현과 시에서 현.시장과 현.시의원, 그리고 향.진(우리나라의 군과 읍에 해당)장을 뽑는 소위 “3합1 선거”였는데, 선거 결과 여당인 국민당이 현.시장 자리 가운데 12개석을, 야당인 민진당이 4개석을, 그리고 무소속에서 1석을 차지했습니다. 객관적 수치를 놓고 보면 여당이 압승을 한 것 같지만, 전체 득표율에서는 국민당이 47.87%, 민진당이 45.32%를 보여서 여당과 야당의 득표율 차이가 2% 수준으로 현저하게 좁혀졌을 뿐만 아니라 국민당이 차지하고 있던 이란 현과 화롄 현의 현장 자리를 각각 민진당과 무소속에게 빼앗겨서 실질적으로 국민당의 패배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야당의 승리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여전히 여당에 절대 다수의 자리를 내줘야 했고, 전제 투표율도 65% 이하로 저조해서, 여당과 야당 모두에 대한 심판으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여당은 국내적으로는 국민들의 고충을 신속하게 해결해주지 못하고 국제적으로는 중국에 질질 끌려 다니는 인상을 주고 있어서 신임을 잃었고, 야당은 아직도 전임 천 수이볜 총통의 부패 사건에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선거가 있기 전 여당은 자신들에게 여론이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음을 느꼈는지, 총통이 직접 격전 예상지들을 돌아다니며 유세에 참여를 했는데, 그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록 여당 당수의 직책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선거는 당의 다른 책임자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나라 전체의 국정에 신경을 쓰는 게 총통의 신분으로서 마땅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는데, 국정은 누구에게 맡겼는지 모르지만 자기는 여러 날 동안 당수의 자격으로 선거 유세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더니 이란 현에서는 유세 도중에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해서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고 말았습니다.

 

나라마다 법도 다르고 정치 풍토나 문화가 다르기 마련입니다만, 대만에 온 후로 마 총통에 대해 갖는 인상은, 일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는 행보가 조금 가볍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대만도 아주 작은 나라라고는 말할 수 없고, 따라서 총통이 책임지고 신경 쓰고 관리해야 할 큰일들이 많을 텐데, 크고 작은 행사에 너무 빈번하게 모습을 나타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국민과 가까이한다는 취지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시장이나 향장 정도의 사람이 참석해서 축하해도 될 만한 자리에 총통이 직접 참석을 해서 축하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보면서, 도대체 총통은 국정은 언제 보살피는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영어에 능통한 사람인 줄은 알지만, 외교적인 자리에서 너무 빈번하게 직접 영어로 말하는 부분과 함께 조금은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내 나라 정치 수준도 그리 자랑할 만한 수준이 아닌 상태에서 남의 나라 지도자를 평가하고 있는 게 조금은 부끄럽기는 합니다만, 함께 살면서 눈에 들어온 부분인지라 떠오르는 감정이 없을 수는 없었습니다.

 

지난 5일부터 홍콩에서 동아시아경기대회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현재 2위 자리를 놓고 한국과 일본이 접전을 벌이고 있는 줄 압니다만, 이곳에서는 최근 태권도 결승전 경기를 놓고 연일 TV에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내용인즉, 지난 7일 치러진 태권도 72킬로그램급 결승전에서 한국의 송지훈 선수가 대만의 쩡징샹(曾敬翔) 선수에게 반칙 공격을 해서 금메달을 빼앗아갔다는 것입니다. 0대 0으로 비기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종료를 조금 남겨두고 대만 선수가 공격을 해 들어오는 순간 한국 선수가 주먹을 뻗었고, 목을 맞은 대만 선수는 졸도를 해 쓰러졌습니다. 순간 한국 선수에게 1점이 주어졌고, 경기는 한국 선수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텔레비전 방송들은 대만 선수가 목을 맞는 순간과 실려 나가는 장면을 계속 방송하면서 한국이 비열한 방법으로 금메달을 빼앗아갔고, 한국은 메달을 따기 위해 교묘하게 부정한 방법을 쓰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한국 스포츠계 전체를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한국 선수에게 1점을 준 사람이 네 명의 부심 가운데 한 사람으로 대만 사람인 정다웨이(鄭大爲) 씨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격의 화살이 그에게로 쏠렸습니다. 정 씨는 자기는 한국 선수가 공격하는 순간 주먹이 얼굴 보호대를 치는 “펑”하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정당한 공격으로 판단을 해서 점수를 준 것이고, 주심과 부심들이 함께 모여 의논한 끝에 최종 판정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판정에 오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계속 대만 선수가 맞는 장면을 비추면서 얼굴 보호대와 가슴 보호대 사이의 목을 친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 씨의 오판 때문에 금메달을 잃었고, 그 때문에 정 씨는 대만에서 공공의 적이 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방송은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 간 선수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보도하지 않고, 금메달을 잃은 것에 대해서만 보도를 하더니 한참 후에야 선수가 깨어나서 무사히 귀국한 것을 알렸습니다.

 

대만 사람 가운데는 태권도의 종주국이 대만인 줄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할 정도로 대만에서 태권도는 인기 있는 스포츠입니다. 그러다보니 관심이 집중되게 되고, 경기 결과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사실 한국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늘 부당한 판정을 받는 입장이었지 부당한 판정을 가하는 입장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분통을 터뜨리게 된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태권도는 한국이 종주국인 만큼 텃세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이미 전 세계의 스포츠가 된 마당에 한국이 그렇게 함부로 할 수 있는 처지는 이미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스포츠에 문외한인지라 현실이 어떤지는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런 일로 사람들이 한국인에 대해 흥분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왠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씨는 덥지만, 성탄절은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지난 11월 26일에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을 가졌고, 성탄 축하 음악회 일정도 시작했습니다. 성탄절이 공휴일이 아닌지라 제 때에 성탄절 행사들이 진행되지 못하고 요일에 맞춰 진행됩니다만, 적은 기독교 인구에도 불구하고 상가나 거리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고 오색 전등이 장식되는 걸 보면서, 대만 복음화에 아직 기회가 있음을 생각하며 위로를 받습니다. 그리고 한국 그리스도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곳 대만 그리스도인들이 동경하는 한국교회가 정말 본받을 만한 건강하고 자랑스러운 교회, 그래서 거리낌 없이 추천할 수 있는 교회로 더욱 발전하길 기도드립니다.

 

겸비하게 세상에 오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평강이

새해에는 영육간에 더욱 충만하시길 기도드리며,

보여주신 사랑과 관심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2009년 12월 10일

 

대만에서 구 00 올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도서관 앞에 세워진 2009년도 크리스마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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