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이제 막 겨울을 벗어났을 뿐인데, 벌써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평년 기온을 웃도는 이상 기온이고, 다시 기온이 내려가리라 합니다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아닌가 하는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기로도 하듯, 최근 대만의 TV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프로그램을 자주 방송하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추세로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20년 후에는 해수면이 10미터 상승하게 되고, 30년 후에는 35미터 상승하게 된다는 과학자들의 예고가 나온 바 있습니다. 이 예고가 현실화된다면 해안 저지대에 몰려 있는 대만의 큰 도시들은 30년 후에는 모두 바다 속에 잠기게 됩니다.
최근 지구에 미니 빙하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예언을 하는 과학자들도 있어서 어느 주장을 따라야 할지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합니다만, 아직은 빙하기를 염려하기보다는 온난화를 염려하는 게 큰 추세가 아닌가 합니다. 국제적인 환경 모임에서는 서구 선진 개발국들을 중심으로 중국을 향해 이산화탄소 방출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당신들은 그 동안 누릴 것 다 누리고, 그 때문에 지금의 문제 상황이 초래된 것인데, 왜 이제 막 소비생활을 좀 해보려고 하는 우리만 가지고 난리냐, 우리도 당신들이 누린 것만큼 누려 봐야 되겠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런 중국의 태도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만, 소비 중심적인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보려는 노력이 없기는 서구의 개발국들, 특히 소비문화의 상징인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도 환경 문제에 관해 많이 이야기하기는 합니다만, 후발 개발국인 우리나라의 입장도 사실은 삶의 패턴에 조금은 변화를 가져오려고 하는 서구 개발국들보다는 소비적 생활 패턴을 더 추구하려고 하는 중국 쪽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환경 문제, 특히 온난화의 문제가 어느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점을 함께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제(3월 4일) 제가 사는 대만 남부지역에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강도 6.4로 제법 강한 지진이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도중에 차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려서 타이어에 이상이 생긴 줄 알고 길 옆으로 차를 세워야 할 정도로 지표에서도 강하게 느껴지는 지진이었습니다. 대만에 온 후로 제가 있는 곳에서 느낀 것 중에는 가장 강한 지진이었습니다. 집에서는 냉장고 위에 올려놓은 물건들이 바닥으로 쏟아져서 아내가 황급히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다고 합니다. 방송에서는 지난 100년 동안 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는 가장 강한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대만에서는 지난 여름 이후로 강도 5 이상의 지진이 모두 여섯 차례 발생했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지진이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 동안은 제가 사는 남부 지역에서는 조금 거리가 먼 곳에서 지진이 발생해서 심한 흔들림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남부 지역의 가오슝 현이 진원이어서 강도를 그대로 다 느낄 수 있었습니다.
농촌 지역에서는 지진 대비가 없는 관계로 집들이 많이 무너졌고, 고속철도가 여섯 시간 이상 정지되고, 심하게 금이 가고 비틀려서 통행이 금지된 교량들이 생겼습니다. 제가 사는 타이난 지역에서는 지진으로 가스관이 터져 방직공장에 큰 화재가 발생했고, 수도관이 파괴되어 물이 도로로 넘쳐나는 곳도 있었습니다. 많은 상점에서 물건 진열대가 넘어져서 물건들이 쏟아져 내렸고, 납골당이 크게 흔들려서 안치되어 있던 육골함들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여름 비 때문에 산사태를 입었던 지역들에서는 이번에는 지진으로 다시 산사태가 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고, 수재민들을 위해 지은 집들에 금이 갔다고도 했습니다. 아이티와 칠레에서 일어난 강진 때문에 지진에 대한 두려움이 고조된 가운데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제법 강한 지진까지 일어나고 보니 자연 재해에 대해 두려운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피해가 너무 크지 않기를 바랄 뿐이고, 다시 큰 재해를 입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대만에 더 이상의 자연 재해가 없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2월 22일 설 연휴 기간을 합쳐 열흘 남짓한 겨울방학을 끝내고 2학기 개강을 했습니다. 한국어 강의에는 이번 학기에도 세 학급에 60명 정도의 학생들이 등록을 했습니다. 반가운 일은 그 가운데 두 학기째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동안은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한국어를 배우러 왔다가도 체계가 전혀 다른 새 언어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느껴 한 학기만 배우고 포기를 했었는데, 이번 학기에는 계속 수강반에도 9명의 학생들이 등록을 해서 강좌가 무사히 개설되었습니다. 모두 지난 학기 성적이 좋았던 학생들이어서 가르치는 데에도 어려움이 적습니다.
신입생들의 필수 과정인 "창롱대 정신"(이전의 "인생철학" 과목) 과정도 주.야간으로 각각 한 반씩 두 반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학기에는 강사가 할 수 있는 최대 강의 시간인 10시간을 모두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제가 돕기 위해서 온 창롱대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은 더 편해졌습니다. 그러나 원했던 성경 읽기 강좌를 개설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음 학년에는 조금 더 의욕적으로 다시 한 번 도전을 해 보려고 합니다. 공식적인 학교의 강의 시간을 통해서도 좀 더 직접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이 땅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과 삶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평강이 나타나기를 기도드리며,
2010년 3월 5일
대만에서 구창완 인사를 드립니다.
* 1월 12-22일 개최된 동계 신앙수련회 장소인
컨당 복음센터에 걸려 있던 액자들 가운데 몇 개를 소개합니다.
어떤 분이 쓰신 글씨인지는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낙관은 왼쪽에 많이 찍혀 있습니다만, 왼쪽부터 읽어서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神就是愛)로 이해해야 할 듯합니다.
왼쪽 액자에는 "사랑" 한 글자만 씌어 있습니다.
사실 그 외에 복음에 대해 더 할 말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오른쪽 액자는
"하느님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믿기만 하면 된다."
(不要怕神, 只要信神)라고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