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한국에 있는 동안 언젠가부터 봄이면 황사 현상 때문에 여러 차례 불편을 겪었습니다. 대만에 오면서 대만은 황사의 근원지인 중국 북부 내륙지방에서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이라 황사를 겪지 않으리라 생각했고, 두 차례의 봄을 지내는 동안 황사를 겪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금년 들어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 바람이 이곳 대만까지 날아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곳 기온이 건조해서 흙먼지가 날리는 것인가 했는데, 방송을 들으니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그 규모가 얼마나 큰가에 놀라지 않을 수 없고, 중국 내륙의 사막화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 나무 심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만, 별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참으로 자연의 위력 앞에서 사람의 존재나 힘은 너무 보잘것없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국은 여전히 개발에만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합니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규모나 영향력은 분명히 큽니다. 그러나 중국이 진정으로 대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면 조금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으니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3월 11일에 대만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사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퇴 이유는 법무부 장관(王淸峰)이 사형제 폐지 의사를 표명했는데, 거기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기 때문입니다. 자식이 살해된 경험을 가지고 있는 한 유명 연예인이 앞장을 서서 사형제 폐지 움직임을 비난했는데, "흉악범에게 끔찍한 일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정을 모른다"는 주장이 여론을 움직이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무튼 반대 여론이 일자 장관은 서둘러 사의를 표명했고, 그러잖아도 인기도가 하락한 상태에 있는 마 총통은 이런 일로 인기가 더 하락할 것을 염려했는지 즉시 사의를 받아들였습니다.
여러 가지 찬반 논의가 있는 문제이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이라 장래를 위해서라도 법무부 장관이 조금 더 자신의 소신을 밀고 나가서 냉정하게 논쟁이 진행될 수 있게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사형제 폐지 문제에 관한 한 여전히 반대 여론이 많아서 공식적으로 폐지를 선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오판의 가능성, 사람이 만든 법을 앞세운 살인이라는 점, 사형제가 가지고 있는 범죄 예방 효능의 한계 등의 문제점들 외에도, 특히 사형제도가 정치 보복에 악용되었던 사례들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역사를 생각할 때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과의 교역과 관련해서 중국 길림성에서 생산된 장백산 인삼이 머지않아 대만에 수입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도 많은 인삼이 재배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장백산 인삼이 전 세계 인삼 생산량의 70%나 차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습니다. 비단 농산물의 경우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양적인 측면으로는 중국을 상대하기 힘들다는 건 분명한 일입니다만, 이 보도를 접하며 느끼는 또 다른 아쉬움은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는 백두산이 다른 나라에 장백산이라는 중국이름으로만 알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민족이 분열되어 있는데다 백두산을 포함하고 있는 북한이 세계 사회에서 고립되어 있음으로 인해서 "민족의 정신적인 상징"이라는 백두산이 우리 민족이 부르는 이름으로 알려지지 못하고 장백산이라는 중국식 이름으로만 알려지고 있고, 백두산의 아름다움과 장엄함도 중국 쪽에서 바라본 모습만 전해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민족이 분열되어 공동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중국은 만주 지역에 있는 한민족 관련 역사와 유적들에 대한 왜곡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족 분열로 인한 폐해가 비단 이뿐이 아니겠지만, 아무튼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민족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에 대한 인식이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흐려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으로부터의 무기 구입 소식도 대만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 뉴스거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국교가 단절된 상황에서, 그리고 미국이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거듭 확인하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이 과연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대만에 무기를 팔 것이냐 하는 게 주요 내용이었고,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파는 것이 거의 확정된 현 상황에서는 구입하는 무기의 양과 가격이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팔 것이냐 하는 문제는 애초부터 별로 의미가 없는 문제였습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한 국제 무기상 이야기 영화 "로드 오브 워(Lord of War)"도 말하고 있다시피, 무기상은 무기를 원한다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양측 모두에게 무기를 팔 수 있습니다. 무기상에게 의리나 정의 같은 걸 기대한다는 건 애초부터 어부성설일지 모릅니다. 어쩌면 무기상은 자기를 겨냥하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이라도 사고자 한다면 일단 무기를 팔려고 할지 모릅니다. 이것은 국가 사이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비밀이 보장된다면 당장 팔 것이고,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적절한 구실이나 기회를 찾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최근 대만의 보도는 애초에 미국에서 구입하려던 패트리어트 3형 미사일 가격의 수는 모두 330기였는데, 이야기가 나오고 협상하는 동안 가격이 35%나 증가해서 266기밖에 구매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른 무기의 가격은 더 많이 올라서 블랙호크의 가격은 48%나 올랐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이것도 대만 측이 많이 노력을 해서 대만 쪽에 유리하게 조정한 결과 도달한 가격이라고 대만 당국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무기 판매는 일종의 독과점과도 같은 불공정 거래입니다. 거기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창롱대학교에서의 제 선교사역은 일상처럼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대만에서 접한 뉴스들을 대하면서 느낀 점들을 몇 가지 전해드렸습니다. 그러나 일상처럼 반복되는 일에도 기도가 필요합니다. 하느님의 은혜 없이 저절로 잘 되는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벤트를 통해 표시되는 특별한 사랑의 표현보다 일상의 삶 속에서 표시되는 일상적인 사랑의 표현이 더 중요하듯, 늘 반복되는 일상의 삶이 특별한 일들보다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부활과 영생의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넘치시기를 기도드리며,
2010년 4월 7일, 부활절을 보내고
대만 생활 만 2년을 맞으며
대만에서 구창완 인사를 드립니다.
사진1
사진2
* 설을 지나 새해를 맞으면서 주요 도시에서는 등회가 열립니다. 지난 2월 28일 올해 첫 등회가 열린 자이(嘉義) 시의 등회 사진들입니다. 한국의 경우 등회가 주로 불교 행사라면 이곳에서는 일반적인 문화행사여서, 종교등구(宗敎燈區)에는 도교, 불교, 천주교가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출품한 수백 점의 창작 등 작품이 광장에 전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