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e Welt/타이완 이야기

10-01-05

행복나무 Glücksbaum 2010. 1. 7. 07:23

 

샬롬!

 

새로운 세기를 맞이했다고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하며 흥분을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21세기도 벌써 10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세상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합니다. 여전히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소란스럽고 불투명합니다. 해 아래 무슨 새로운 것이 있겠느냐는 전도자의 말에 반박할 말한 소재를 찾지 못해 고개를 끄덕이게 되면서도 왠지 서운하고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삶의 소망, 살아야 할 이유, 열심히 살아가야 할 근거는 역시 “희망”입니다. 그래서 내팽개쳐 버렸거나 소홀히 했거나 외면했거나 잊어버렸던 크고 작은 희망들을 다시 챙기며 새해를 맞이합니다.

 

평상시에도 폭죽놀이를 즐기는 대만 사람들답게 새해를 맞이하면서 이곳에서는 어김없이 곳곳에서 불꽃놀이 행사가 있었습니다. 특히 2006년 개관하면서부터 시작한 타이베이 101층 빌딩의 불꽃놀이 행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치러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불꽃놀이를 지켜보며 새해를 맞았습니다. 101층 빌딩의 올해 불꽃놀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규모도 크고 난이도도 높은 불꽃놀이였다고 합니다. 188초 동안 계속되도록 각본을 짰으나 실제로는 192초 동안 진행되었다고 하고, 이를 위해 모두 22,0000발의 폭죽을 사용하면서 대만 화폐로 3천만 위안을 들였다고 하니 우리 돈으로는 10억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그런데 건물에 장식된 글귀를 놓고 약간의 논란이 있었습니다. 101층 빌딩 벽에는 “2010 TAIWAN UP”이라고 씌어 있었는데, 그게 무슨 뜻이냐는 거였습니다.

 

 

 

“타이완이여, 2010년에는 더 힘을 내자” “타이완이여, 2010년에는 일어서라” “타이완이여, 2010년에는 한 단계 더 올라서자” 정도의 뜻으로, 국어(중국어)로 한다면 “타이완 자요(台灣加油)”에 해당하는 영어가 아니겠느냐고 이곳 사람들은 해석을 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영어 표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대만식 영어라는 것이지요. 굳이 간단한 영어로 그런 뜻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2010 GO TAIWAN”이라고 했어야 한다고 TV는 영어 교사들의 말을 빌어 보도를 했습니다. 우리나라였다면 “2010 KOREA FIGHTING”이라고 했을지 모릅니다만, 그 역시 영어가 아니라 콩글리시입니다.

 

아무튼 올해도 101층 빌딩은 많은 돈을 들여 시민들에 대한 서비스를 했고, 사람들은 즐겼습니다. 새해맞이 불꽃놀이 행사를 여기에서는 “콰녠옌훠슈(跨年煙火秀)”라고 부르는데, ‘해 넘기기 불꽃 쇼’라는 뜻이겠습니다. 많은 돈이 드는 이 행사가 큰 도시들마다에서 벌어졌습니다. 타이베이 말고도 제2의 도시인 가오슝(高雄)에서는 199초짜리, 제3의 도시 타이중(台中)에서는 3분짜리, 타이둥(台東)에서는 10분짜리 불꽃 쇼에 각각 수천 발 혹은 그 이상의 폭죽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 빈번한 대규모 불꽃놀이 행사로 인해 불꽃놀이의 감동이나 정취가 점점 시들해지는 듯합니다. 뉴스 보도를 보니 홍콩에서는 해변에 늘어선 10수개의 대형 빌딩을 이용해서 대형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고, 런던에서도 타워브리지에서 대형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서는 한국에 관한 좋은 보도에는 인색한지라 시청 앞에서 벌어지는 송구영신 행사를 잠깐 비쳐주는 데 그쳤습니다만, 점점 더 거대해지는 불꽃놀이 행사를 보면서 더 크고 화려한 것, 더 많은 소비에서 행복을 찾는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을 보는 듯해서 마냥 즐겁고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이 역시 자신을 파괴하고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또 하나의 바벨탑이 아닌가 해서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하고 불편했습니다.

 

영화의 경우를 보더라도 처음에는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화려한 영상에 감탄하기도 했고, 즐겨 그런 영화를 보기도 했지만, 요즘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사용이 너무 지나쳐서 현란하다 못해 어지럽게 느껴지고, 너무 가공의 장면들로 채워져서 현실성이 떨어지다 보니 감흥이 다가오질 않습니다.

 

영화는 그냥 재미있으면 되는 거지, 거기에서 무슨 감동을 찾고 주제를 찾느냐고 제 딸들이 반박을 했습니다만, 이미 구세대가 되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적인 영상과 진실한 이야기에서 오는 감동이 그리워집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류의 좋은 영화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쏟아져 나오는 영화들은 대부분 오락에 치중해 있거나 가볍고, 진지한 작품이라고 하는 영화들은 폭력적이거나 삶의 어두운 면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외적인 화려함보다는 내적인 아름다움을,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것을 추구하는 노력들이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는 듯해서 안타깝습니다. 어쩌면 이런 세태는 장악하고 지배하려는 인간의 욕심의 반영이 아닐까 합니다.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공유하고, 공존하려고 한다면 굳이 크고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을 추구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상대를 사랑하고 배려한다면 그보다는 오히려 작은 것, 화려하지 않은 것, 조용하고 부드러운 것을 추구할 것입니다. 사랑은 자랑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고 무례히 행지 않으며, 그보다는 온유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나라와 나라 사이에, 민족과 민족 사이에 서로를 감싸고 보살핌이 더 많이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우리의 생각이 바뀐다면, 비록 완전하게는 아닐지라도, 이 땅에서도 우리는 평화를 이루고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를 바랄지라도 우리가 이 땅에서도 평화와 기쁨을 누리며 사는 것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습니다. 함께 이 희망을 품고 올 한 해 서로 노력하며 도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평강이 올 한 해

영육간에 늘 넘치시기를 기도드리며,

 

2010년 1월 5일

 

대만에서 구ㅐㅐ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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